유머 (humor) ▶가벼운 해석 익살스러운 농담. ▶심오한 해석 익살·해학·기분·기질로 번역되며 프랑스어로는 위무르(humour), 독일어로는 후모르(Humor)라고 한다. 본래는 고대 생리학에서 인간의 체내를 흐른다고 하는 혈액·점액·담즙·흑담즙 등 4종류의 체액을 의미하였다. 당시에는 이들 체액의 배합 정도가 사람의 체질이나 성질을 결정한다고 생각하였고 나아가 이 말은 기질·기분·변덕스러움 등을 뜻하게 되었다. 다시 바뀌어 인간의 행동·언어·문장 등이 갖는 웃음의 뜻, 그리고 그러한 웃음을 인식하거나 표현하는 능력의 뜻까지 붙게 되었다.
비슷한 말에 위트(기지)가 있어 똑같이 웃음을 인식하고 표현한다고 하지만 위트가 순수하게 지적(知的) 능력인 데 반해 유머는 그 웃음의 대상에의 동정을 수반하는 정적(情的)인 작용을 포함하고 있어서 그만큼 인간이 지닌 숙명적인 슬픔을 느끼고 느끼게 하는 데 커다란 특색이 있다. 높은 곳에서 초연한 태도로 내려다보며 인간의 어리석음을 웃어제끼는 웃음이 아니라 인간의 어리석음을 가가대소(呵呵大笑)하면서 그것이 자신을 포함한 인간들의 슬픈 천성이라는 데 연민과 사랑을 던지는 약간 복잡한 웃음이다. 그런 뜻에서 위트처럼 단순히 눈앞에 보이는 하나하나의 현상에 대한 반응으로서 나타나는 데 그치지 않고 보다 포괄적인 인생관조의 한 태도에 직결된다고 할 수 있다.
홍소(哄笑)보다는 쓴웃음, 때로는 울다가 웃는 것으로 영문학에서는 C.램의 에세이 등이 그 대표적인 작품으로 꼽힌다. 이 밖에 《돈키호테》를 쓴 세르반테스 등에서도 왕성한 유머 정신이 보인다. 경우에 따라서는 여유를 가지고 눈앞의 사물을 대하는 일이 필요하나, 반면 체념의 방향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어 엄격한 사실주의의 안목으로 인생을 추구하는 태도와는 서로 용납되지 않는 점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