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519일을 맞이하는 9월 16일 오늘은 단원고등학교 2학년 4반 안형준 학생 생일입니다.
안형준 학생입니다.
형준이는 아버님이 늦게 결혼해서 늦게 얻은 귀한 외동아들입니다. "아빠 붕어빵"이라고 할 만큼 형준이는 아버님을 꼭 닮았다고 합니다.
형준이 부모님은 집안이 풍족하진 않아도 형준이가 앞으로 더 넓은 세상에서 살아가려면 외국 경험이 필요하다 생각해서 형준이를 중국으로 조기 유학을 보내셨습니다. 그래서 형준이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4학년까지 중국에서 살았습니다. 어린 나이에 혼자 외국에서 학교를 다니면서도 늘 씩씩하고 자기 앞가림도 잘 하는 아이였는데, 어느 날 집에 전화를 걸어 "엄마 아빠 보고 싶다, 한국 가고 싶다"고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형준이는 한국으로 돌아왔고, 그 때부터 진짜 가족이 된 것 같다고 형준이 아버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아빠가 일 때문에 바쁘셔서 집에서 형준이는 엄마하고 친했습니다. 엄마가 요리를 하시면 옆에서 도와드리곤 했는데, 유부초밥이 형준이 특기였습니다. 엄마가 옷 사러 가면 옆에서 코디도 해 드리고, 그 날 하루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는지 종알종알 이야기하는 딸 같은 아들, 애교 많고 붙임성 있는 아들이었다고 합니다.
학교에서 형준이는 책임감 강한 학생이었습니다. 중학교 때 교실 열쇠 관리하는 일을 맡았는데, 교실 문을 열기 위해 새벽에 일찍 일어나 가장 빨리 등교하면서도 "내가 맡은 일이니까"라며 힘든 기색이 없었다고 합니다.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친구와 중학교 졸업할 때까지 같이 다니고 방학 때 시골에 함께 놀러가기도 했습니다. 중학교 졸업할 무렵에 형준이는 운동에 재미를 붙여서 친구들과 농구도 하고 축구도 하며 어울려 놀았습니다. 체격도 쑥쑥 자라서 중학교 졸업반 때 벌써 키가 176센티미터였습니다.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형준이는 어릴 때의 경험을 살려 본격적으로 대학의 중국어과 진학을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수학여행을 가기 얼마 전에 중국어 3급 자격증을 이미 따 두었고, 돌아오면 한 단계 위인 4급 자격에 도전할 예정이었습니다. 형준이는 졸업 전에 중국어 국가고시 6급 자격을 따서 한양대 중국어과에 진학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수학여행을 떠났던 날 형준이는 밝게 웃으며 세월호에 탑승하러 올라가는 사진을 아버지께 보냈다고 합니다. 그것이 형준이의 마지막 모습이었습니다.
형준이는 참사 일주일만인 4월 23일 부모님 품으로 돌아왔습니다. 일주일간 진도 체육관에서 기다리며 어머니가 너무 고통스러워하셔서 형준이 아버지가 함께 팽목항으로 나갔는데, 항구에 나갔을 때 바로 마이크에서 "안형준"이라는 이름이 들렸다고 합니다. 형준이 아버지는 형준이가 엄마 오신 걸 알고 물 밖으로 나온 거라고 말씀하십니다.
광화문TV 페이스북 페이지에 형준이 생일 동영상이 올라왔습니다.
안산 합동분향소 #1111 로 문자 보내 형준이 생일을 축하해 주세요. 아빠 붕어빵, 엄마의 가장 소중한 친구였던 형준이를 잊지 말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