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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아기 키우는 엄마의 주절거림 #9
게시물ID : baby_469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알수없다,
추천 : 6
조회수 : 1102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4/11/29 01:13:31
 
 
 
 
 
 
 
  1.
 
  나는 다섯 살 때부터 결혼 안하고 아이도 낳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고 살았다. 커서는 결혼은 하더라도 아이는 안 낳겠다. 낳아오면 잘 키워는 줄 수 있다 말하곤 했었다. 그런 나였기에 육아에 대해, 더군다나 아기에 대해 아는 바는 전무하다시피 했다. 교육이라는 측면에서, 아이들의 시선으로 보려는 노력과 어른이라는 허울 좋은 얼척없는 철없는 인간들이 아이들을 잘 살게 해주겠다는 미명 하에 휘두르는 꼬라지가 싫어 공부하곤 했을 뿐이었다.
  다만 한 아이라도 조금 더 꿈을 가지고 세상이 그렇게 나쁘고 괴로운 것만은 아님을 느끼며 살아가게 해주고 싶어서.
 
  내가 아이를 낳고 싶지 않았던 이유는 그와 반대다. 이 더럽고 치사한 세상에 내 유전자를 또 나까지 굳이 남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이미 언니가 아이를 낳았고, 내 친척들도 아이를 몇 명이나 낳았다. 새로운 유전자 조합이야 이미 거쳐왔을 테고 현대에서 또다시 더 나아진 유전자로 재조합을 한 번 정도 못한다 해서 큰 문제가 되지도 않을, 20만 년이라는 시간 동안 진화하고 인간을 숙주로 변태해 온 DNA니까.
 
  다만 이 세상에 태어나게 됐다면 적어도 세상을 회색빛으로, 처절하고 슬프게만 바라보지 않을 수 있게 해주고 싶었고, 그런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팠는데 내가 아이를 낳았다. 나를 오래 알고 지내는 지인들은 남북통일 소식보다 더 큰 충격이라고 할 정도였다.
 
  아기는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울음으로 생을 시작한다. 삶을 울음으로 시작했으되 웃으며 즐길 수 있기를, 조금이라도 더 말랑말랑 따스함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게 해주고 싶어 조금씩 태교를 시작했었다. 물론 다른 엄마들에 비하면 별 것 아닌 일이겠지만 말이다.
  그저 좋아하던 음악들 계속 듣고, 되도록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의 일을 걱정하기보다 단순하게 현재 상황을 즐기며 최대한 마음 편히 있기, 더불어 최대한 많이 아기에게 대화 걸기.
 
  이러저러하게 시도도 하며 다큐도 많이 봤는데 그 중에 하나가 '캥거루자세'에 관한 것이었다.
  아기가 태어난 이후 모자동실을 쓰고, 수시로 캥거루를 해주곤 해서 그런지 아기는 크게 우는 일 없이 지금까지 잘 크고 있다.
  혹자들은 캥거루 자세를 너무 해주면 오히려 자립심이 없어진다고 하지만 어차피 아기는 크기 마련이고, 3개월만 되더라도 엄마나 아빠의 배 위에 올라와 있기 힘들어 아기가 불편해서 거부하게 된다. 대신 옆에서 같이 누워 안아주고 숨소리를 들려주면 그것만으로도 아기는 안심을 하는 듯하다.
 
  잘 먹고 잘 살게 해주기보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해나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2.
  네가 사랑하는 방식과 내가 사랑하는 방식은 다르다.
  사랑이라는 같은 속성을 지녔지만 형태는 다른, 얼음, 물, 수증기의 차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너는 모빌을 사랑한다.
  나도 모빌을 사랑하고, 모빌을 사랑하는 너를 사랑한다.
  너는 모빌을 마치 체력단련 기구처럼 사용하며 사랑한다.
  나는 그런 너를 바라보며 네가 원할 때마다 한아름으로 안아줄 수 있도록 네 곁에 있을 것이다.
  네가 내 품을 떠나는 그날까지, 그리고 그 이후로도 계속.
 
 
 
 
 
 
  3.
  며칠 전, 아이는 그동안 울음을 터트릴 때마다 으어엄, 어엉엄므으으아아 등등과 비슷한 발음을 하며 울다 큰 소리로 어엄마!라며 울었다.
  엄마라는 소리는 우리가 처음 소리를 냈던 그 음절과 닮아 쉽게 부를 수도 있지만 비슷하게 들리는 단어이기도 하다.
  그래도 아기가 엄마,라고 부르며 울었고, 나는 그 순간 너무 놀라 아이에게 바로 뛰어가 아이를 안아줬다.
 
 
 
 
 
  4.
  이유식 시작을 앞두고 참 고민이 많다. 이제 이틀 뒤부터 시작할 예정인데 며칠 앞둔 예방접종 이후로 늦출까 생각 중이다.
  다른 말로 하면 이유식 시작하기가 무서워 미루고 싶다는 말이다.
 
 
 
 
 
  5.
  한창 신나고 귀엽게 옹알옹알하던 아기는 한 달여 동안 입을 다물고 있었다. 잠들기 전에 벽을 보고 뭐라뭐라 말하며 혼자 웃던 게 다였던 아기. 며칠 전부터 다시 옹알이를 시작했는데, 그 음성이 크고 우렁차고 하이톤으로 돌아왔다. 옹알이가 아니라 왱왈왱왈이다. 귀엽게 삐약삐약이 아니라 뺙뺙거리는 아기를 보고 있노라면 귀엽기도 하면서 더 커서 밖에 데리고 나갔을 때도 저러면 어쩌나 하는 걱정부터 들기도 한다.
 
  몸은 걸어다닐 만큼 컸더라도 사회적 통념과 예의, 규칙 등을 알 수 없고 가르쳐주더라도 이해할 수 없는 아기에서 어린이가 되는 그 과도기를 벌써 걱정하는 일은 지나친 기우일 수도 있으니 잠시 곱게 종이비행기 접어 멀리 날려버리기로 했다.
 
 
 
 
 
 
  6.
  아기가 어쩌다 저렇게 살이 쪘는지 의아해 하다 오늘에서야 그 이유를 알았다.
  아기의 뇌는 태어나면서부터 더 많이 발달하고 모유의 지방-모유의 지방은 100% 흡수된다고 한다-을 필요로 한다고 한다. 뇌는 지방을 전적으로 필요로 하기에 전유를 빼고 후유만 먹여서 깡말랐던 아기가 도야지로 변신했던 것이다. 밤과 새벽 사이에는 직수를 하니 전유만 먹다시피 해서 아침부터 잠들기 전까지는 유축으로 후유만 먹게 했던 게 원인이었다. 전유만 먹고 후유를 많이 못 먹는 아가들일수록 살이 안 찌고 성장이 더딜 수 있다고 하는데 후유만 먹었으니 아기가 도야지가 안 되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키도 커야 할 텐데 알아서 잘 크겠지. 많이 크지 않아도, 조금 작거나 조금 크더라도, 혹은 많이 크거나 많이 작더라도 다 제 할일 할 수 있으니 별 문제는 없으리라. 다만 아이가 힘들지 않게 병적으로 작거나 크지만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게 된다.
 
 
 
 
 
 
  7.
  다른 것은 몰라도 태교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다른 것보다 태담이 아닌가 싶다.
  제왕절개로 낳던 그 순간, 태명을 부르자 울음을 멈추고 목소리가 나는 쪽으로 돌아보던 아기.
  목소리가 들리면 안심과 동시에 왜 자기랑 안 붙어 있느냐는 듯 멈췄다 더 서럽게 우는 아기.
  그런 아기를 가만히 안아들고 캥거루자세를 해주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편안하게 잘 자던 아기.
  아기를 안고 있는 동안 아기를 떨어트릴까봐 잠을 잘 수는 없었어도 아기와 다시 한몸이 된 듯이 포근했고, 그런 포근함을 아기도 함께 느꼈으리라.
 
  캥거루하세요.
  많이 하세요.
  나중에는 더 하고 싶어도 아기가 불편하다고 막 발버둥쳐요. 흑흑,
 
 
 
 
 
 
 
  8.
  비가 왔고, 비가 그친 뒤로 바람이 구름을 밀어내고, 구름이 밀려난 자리 위로 몇 개의 별이 뜨고, 몇 개의 별이 진 자리 위로 다시 해가 뜨고, 며칠이 지나면 비가 왔던 자리 위로 눈이 오게 될 것이다.
  아가, 그때가 되면 무릎이 아파서 너를 잘 업어주지도 못하고 있지만 그때가 되면 함께 밖으로 나가 눈을 맞이하자꾸나.
 
  계절이 흐르는 길목 위에 여기저기 파릇한 새싹과 꽃과 열매가 피었다 진 자리, 그 상처를 덮어주고 치유해주는 하얀 붕대처럼 포근하게 내리는 눈을 맞으며 포근하도록 가볍고 아름다운 눈송이들을 우리의 체온으로 녹이며 어제보다 더 맑게 웃어보자꾸나.
 
  엄마가 사랑하는 겨울, 겨울에만 볼 수 있는 눈을 엄마는 너와 함께이기에 더 기쁘고 기분 좋은 두근거림으로 기다리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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