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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와 씹선비 구분을 못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서
게시물ID : bestofbest_4700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말라무트
추천 : 186
조회수 : 20486회
댓글수 : 10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1/03/01 14:13:44
원본글 작성시간 : 2011/03/01 10:51:50
편의상 반말인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아침에 커피 한잔하며 글들을 살펴보다가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어서 쓴 글입니다. 세줄 요약은 없습니다. 읽으실 분은 읽으시고 글 많네 ㅅㅂ 하시는 분은 그냥 다른 자료 찾아보세요. 



솔직히 오유에 글 쓰기 시작한지는 얼마 안됐지만 오유 눈팅한지는 오래됐다.
인포메일로 날라올 때부터 했으니까.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이나 의견이긴 하지만
오유에 예전부터 선비들이 있었던 건 맞다. 하지만 그들은 진짜 선비였다. 
선비인 척 하는 소위 씹선비가 아니라.
근데 지금은 그걸 헷갈려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서 간단한 구분법을 써봤다.
물론 반말이니 존댓말이니는 중요한 게 아니라고 본다.
아까 댓글에도 썼던 말인데 고민게시판 글에서 나 힘들어요 라는 글이 올라왔을때
너 이새끼 힘내 라는 댓글과
겨우 그 정도로 힘들어 하다니 아직 정신 못 차렸네요 라는 댓글이 올라온다면
나는 전자쪽이 선비, 후자쪽이 씹선비라고 구분한다. 

선비는 유머글을 보면 웃으며 동조할 줄 알고 
씹선비는 유머글을 보면 일단 그것이 자작글이라는 전제 하에 그 전제를 뒷받침해줄 꼬투리를 찾는다.

선비는 유머자료를 보면 센스 있는 리플로 글을 한층 더 재밌게 만들어줄 방법을 찾고
씹선비는 유머자료를 보면 이것이 중복은 아닌지, 저작권에 위배되는 건지, 혹은 출처를 정확하게 밝혔는지, 혹은 불펌자료를 무단으로 퍼왔는지, '철저하게 내 기준에서' 수위가 높지는 않은지를 '가장 먼저' 살핀다.

물론 이게 절대적으로 나쁘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출처를 밝혀야 하는 자료가 있고 굳이 출처를 밝히지 않아도 되는 - ex 이미 출처가 어딘지를 밝히기가 애매할 정도로 널리 퍼진 자료라던가 하는 것들. 이런 자료의 출처를 올리려면 업로더는 이 자료의 최초 유포지가 어딘지를 살펴봐야 하는 비생산적인 생노가다를 해야한다. 혹시라도 출처를 잘못 올리게 되면 씹선비들은 그걸 가지고 또 깐다. - 자료도 있는 법이다. 씹선비들은 법이니 뭐니 하는 잣대를 들이대며 무조건적인 규칙을 요구한다.
중복도 마찬가지. 좀 중복이면 어떤가? 내가 봤다고 남들도 다 본건 아니다. 봐도 봐도 즐거운 자료도 있는 법이다. 굳이 중복자료다 뭐다 하며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업로더를 까야 직성이 풀리나?
(모두가 눈살을 찌푸릴 정도의 혐오자료, 수위 높은 자료 등은 애초에 비교대상에서 제한다. 하지만 가끔 수영복 사진이라던가 하는 거에 수위 높다 애들도 있는 사이트다 이런 말 하는거 보면 조금 우습긴 하다. 길거리 광고판에도 널리고 깔린게 여자들 수영복 입은 사진이다.) 

선비는 좋은 글을 보면 순수하게 감동할 줄 알고
씹선비는 좋은 글을 보면 그 안에서 논리적인 오류를 찾는다.

선비는 시사게시판에 올라오는 글을 보면 의견(막 싸지르는 똥이 아니다. 의견이다.)을 내놓을 줄 알고
씹선비는 시사게시판에 올라오는 글을 보면 이게 시사 게시판의 성격에 맞는 글인가를 먼저 따진다.

선비는 연예인 게시판을 보면서 안구를 정화시킬 줄 알며
씹선비는 연예인 게시판을 보며 여기는 오늘의 유머지 연예인만 줄줄이 올리는 사이트가 아니라고 깐다.
(이 부분에 대해선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는데, 솔직히 주구장창 연예인만 올라오는 것도 아니고 연예인 자료가 많은 날이 있으면 적은 날도 있다. 마치 연예인 자료를 올리는 것 자체가 잘못인 것마냥 따지는 사람들을 보면 우습다. 연예인 게시판에 연예인 자료 올리는 게 이상한가? 그럼 오늘의 유머니까 유머자료만 올라와야 하나? 하지만 시사 게시판에서 시사 성격에 맞지 않는 유머러스한 글이 올라오면 또 게시판 성격에 안 맞다고 깐다. 도대체 어쩌라는 건가. 한때 오유에 아이유 자료만 올라오면 베오베 직행하던 때가 있었는데, 그때는 또 아이유 자료로 베오베 날로 먹는다며 까더라. 베오베가 무슨 벼슬도 아니고 아이유 자료 올려서 베오베 좀 가면 어떤가? 적어도 백 명의 사람이 그걸 보고 즐거워하며 추천을 눌렀다는 뜻 아닌가? 씹선비는 무슨 권리로 이 백 명의 즐거움을 한낱 병신놀음으로 깔아뭉개나?)

주로 내가 이용하는 게시판에 대해서만 개인적인 생각을 적어봤다.

몇 가지 사족을 붙이자면
똑같은 말이라도 말투에 대해 선비도 될 수 있고 씹선비도 될 수 있는 법이다.
누군가가 저작권에 위배되는 자료를 올렸을 경우
-이건 저작권에 위배되는 자료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에게 허락을 받고 올리셨다면 괜찮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삭제하시는 게 어떤가요.
-이거 저작권은 확인해보고 올리는 건가요? 무슨 생각으로 올리신 건지? 빨리 삭제하세요.
전자는 선비요, 후자는 씹선비다. 
같은 말이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른게 한글이다. 어차피 똑같은 말 해줄거면 조금이라도 듣는 상대가 기분좋게 이야기 해줄수는 없나?
왕은 혼자서는 절대 왕이 될 수 없다. 주변에서 떠받들어 주는 사람이 있어야 왕이 진정한 왕으로 군림할 수 있는거다. 갑자기 이 말을 왜 하냐고? 진짜 선비는 주변을 높여줌으로써 자기 자신도 높아질 줄 아는 법이다. 그런데 씹선비는 어떻게든 주변을 까내림으로써 자신을 높이려 한다. 선비는 스스로를 높이려 하지 않아도 주변에서 알아서 높여준다. 씹선비는 자신을 높이기 위해 주변과 마찰을 일으킨다. 그래놓고 주변에서 자신을 높여주길 원한다. 지독한 중2병이다.

조금 지독하게 이야기하면 씹선비는 일종의 바이러스다. 생산을 할 줄은 모르고 끊임없는 파괴만 반복한다. 그리고 더 이상 파괴할 것이 없어지면 다른 곳으로 옮겨간다. 오유는 그런 씹선비들에게 파괴되는 중이다. 하지만 더 무서운건 씹선비가 아니라 그런 얌전하게 있다가 이런 씹선비들에게 동조하여 너도나도 선비입네 나서는 예비 씹선비다. 나쁜 짓은 배우기 쉽다고 선비짓은 못배울 망정 이런 씹선비짓에 그럴싸한데? 하며 따라하고 있는 꼴이다. 

삼인성호라는 말 아나? 사람 세 명이 모이면 없는 호랑이도 만들어낸다. 한 명이 하면 개소리라도 여럿이 하면 여론이 된다. 어설프게 씹선비 흉내내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오유는 황무지가 되어갈 뿐이다. 



p.s 이게 왜 유머글인가요 라고 까는 사람이 있을까봐 미리 말해두는데, 글이라곤 거의 안 쓰고 눈팅만 하던 내가 너무너무 갑갑해서 이런 글을 올린다는 거 자체가 유머라 유머글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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