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한살 늦깎이 재수생이라 긴장도 많이 하고 들어갔네요. 반에 스물 세살짜리 포항에서 올라온 해병대 전역한 남자가 있었어요. 오빠니 뭐니 호칭 쓰기도 싫은 진짜 그냥 그런 사람이었네요. 편의상 A라고 부를께요 담임선생님은 A만한 애가 없니 어쩌니 하며 반장을 시켰어요. 워낙 나대는거 좋아하는 스타일로 보이길래 "그래 뭐 할사람도 없어보이는데 자기가 알아서 잘 하겠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재수학원 반장이 무슨 대단한 권력이라도 있는 자리인양 점점 명령조로 바뀌기 시작하더라구요 뭐 나이도 얼마 안먹어놓고 왜 저러나 싶긴 했는데 사람 사는게 다 그렇듯 이런사람도 있고 저런사람도 있으니 별로 신경 안썼어요. 근데 A가 점점 미쳐돌아가는지 지 기분 나쁘면 여자애들한테 시비걸고 조용히 자습하다가 짝궁한테 뭐 하나 물어보면 "아..시바 진짜 짜증나네 여자애들 입 안다무나" 이러는거에요. 남자애들한테는 찍소리도 못하면서 꼭 여자애들 한테만. 그러다가도 제가 쳐다보면 암말도 못하고 고개 돌리고.. 유일하게 여자애들중에 나이 많은게 저였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눈치도 많이 보고 저한테는 다른애들보다 대접좀 해주더라구요
근데 지난주 목요일 금요일 이틀 연속 사건이 터졌네요.
목요일에는 제가 아닌 다른 여자애와의 싸움이었어요. 교실에서 주인 잃은 책이 돌아다니다가 칠판 앞에 주인 찾아가라고 뒀는데 구지 지가 나서서 "야 주인없으면 내가 갖는다 가질사람~~" 이러면서 나대는데 걔랑 사이 안좋은 여자애가 "그냥 앞에 두면 알아서 찾아갈거 같은데.." 한마디 했더니 미친년이 돌았네 어쩌네 쌍욕 퍼붓더라구요. 말꼬리잡고 늘어지지 말라느니 싸가지없는 년이라느니 욕지거리 하다가 지 분에 못이겨서 선생님한테 쪼르르 가서 얼러놓고 자기는 잘못 없다는 식으로..ㅋ 거기에 답한 담임선생님 말이 더 가관이었어요 "여자애 니가 잘못한거다. 난 A가 성실하고 반장이 맡은 일을 열심히 하기 때문에 둘중에 한명 자르려면 니를 자를거지 A를 자르지는 않겠다."
담임이 반장을 매우 아끼는건 알고있었지만 저건 좀 아니다 싶었어요.
그리고 금요일은 저랑 싸움이 난거였는데 집에 가려고 짐 싸서 나오고있는데 다리에 물튀는 느낌이 드는거에요. 그래서 "아 뭐야" 이러고 쳐다봤는데 뒤에서 교실 바닥에 지가 먹던 물을 버리는 A 발견. "아.. 좀.." 이랬더니 "뭐 튀었나 뭐 왜 쳐다보는데" 이러더라구요. 전날 다른 여자애랑 싸운 일도 있고 해서 기분 안좋은데 괜히 건들이면 일만 커질까봐 그냥 나왔어요 눈길 주기도 싫고 뻔뻔한 얼굴 보는것도 짜증나서. 그랬떠니 갑자기 "야 이 씨발년아 저 미친년이 쳐돌았나 개같은년아 니 일로와봐라 씨발년아" 이러는거에요. 그러더니 제 옷을 잡고 교실 안으로 끌고 들어가서 때리려 하더라구요
선생님들은 자기 수업 다 끝나면 가버리고 남아있는건 50대 사감선생님 한분이었어요. 반 남자애들이 나와서 A 끌고 들어가고 저보고 집에 가라고 하더라구요. 좀 친한 여자애가 있는데 걔가 언니 그냥 가자고 재촉해서 그냥 내려오긴 했는데 솔직히 분이 안풀리는거에요. 내가 잘못한것도 없는데 갑자기 지랄병 앓더니 욕하고 때리려드는게 너무 웃기더라구요. 담임선생님한테 반장 관리좀 해달라니까 그럴바에 둘 다 그만두랍니다. 그래서 그만뒀네요. 앞뒤 상황 생각도 안하고 들어보려 하지도 않는 담임선생님의 태도에 너무 화가나서요. 그랬더니 저희 어머니한테 전화해서는 "학원에 와서 자세한 정황을 설명하라는 거였는데 잘못받아들였나보네요. 반장에게 주의 주고 전반을 시키겠습니다. 학원 다시 나올수 있게 도와주세요."
다시 나가봤자 저는 보호받을 수 있는게 없다는 겁니다. 결과적으로 저는 학원 그만 둔 상태고 A는 그반에서 그대로 착한학생 소리 들으며 말짱히 공부한답니다.
아무리 삼류 쓰레기같은 학원이라도 그정도는 아닐텐데 재수학원의 최강자니 뭐니 하는 대형학원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저는 이 상황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요. 재수생활에 제일 중요하다는 5월에 다시 시작해서 적응할 엄두가 안나 다른 학원을 다니지도 못하고 이러고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