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물어볼때 쪽팔리니까 그냥 자영업 이라고 말해도 될법하지만ㅋㅋㅋ 난 그냥 오뎅장수라고 말한다.
가진것도 없고, 난것도 없지만 진실되게는 살아왔다. 하지만 사회는 나의 진실함은 봐주지 않는다.
내가 입고있는옷과, 끌고다니는차, 학벌, 내 명함에 박혀있는 글귀만 판단할뿐이다.
대학교 다니다 집안이 어려워져 중퇴하고 악착같이 알바를 시작했다. 남들은 대학교나 빨리 졸업하고, 좋은데 취직하는게 미래를 위해 옳은 선택이라고 하지만, 감히 말하건데 그말은 정말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지 못한자들의 귀동냥일뿐이다. 등록금이야 장학금타고 학자금대출받고 어찌어찌 해결하면 되겠지만, 학비라는것은 다르다. 공부도 돈없이는 못한다. 핑계라고 해도 좋다. 하지만 당장 어마어마한 빚독촉에 시달리는 나에겐 현실일뿐이다.
이놈의 알바..! 하루 다섯시간을 자고 풀로 뛰었지만 알바는 역시 알바다. 내가 떠안은 빚의 이자만 감당하기에도 벅차다. 눈물이 나온다. 이런 어마어마한 돈을 언제 다 갚을수 있을까? 아니, 왜 아버지는 이 빚만 남겨주고 그 좋은데를 혼자 가셨을까? 하지만 눈물은 금방 멈춘다. 아버지께서 남겨주신게 빚만은 아니였으니까..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 사람을 대하는 방법, 사람답게 사는방법, 유년시절에 남들부럽지 않게 지내왔던 날...그게 모두 은혜다. 아버지는 분명 나에게 이 어마어마한것들은 가르쳐주시고 빚이라는 걸 던져주시고 갚으라고 하시는거라 생각이 들 뿐이다.
작년에 우연치 않게 오뎅장사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아버지 친구분께서 도움을 주신거다. 자기 사촌동생이 오뎅장사를 하다가 돈을 어느정도 벌고, 자신의 가게를 차린다면서 오뎅장사를 처분하는데 그걸 그냥 얻어오셔서 나에게 준것이다. 자리까지 그대로 말이다. 이런기회가 어디있겠나..우리 아버지..참 사회생활 잘하셨던분이셨구나..참 좋은친구분들 많이 두셨구나...그생각을 하면서도 처음엔 많이 망설였다. 왜? 쪽팔리니까! 내 친구들은 다들 대학졸업반에, 취직한애들도 있었고, 요즘 미어터지는 공무원준비한다고 난리인데 난 오뎅이나 팔고 앉아있으라고? 얼굴팔리는 이일이 창피했었으니까! 하하..지금생각해보니 웃기다. 그럼 내가 그때 뭐하고 있었는데? 고작 노가다와 알바?ㅋㅋㅋ 그렇다. 나도 그정도밖에 안되는 인간이였다.
하지만 아버님친구분의 설명과 설득으로 월 300정도 벌수 있다는 이 오뎅장사가 죽어라 알바뛰어서 월 200 왔다갔다 하는것보단 낫지않겠나? 라는 생각에 뛰어들었다. 100만원은 내 얼굴이나 판 값으로 치지뭐! 100만원이면 원금상환도 할수 있는데..
뭐..나도 사람좋아하고, 얘기하는거 좋아하니까!! 내 오뎅마차에 들리는 수많은 얼굴모를 사람들과 한번 놀아보는거지!!
그렇게 시작하게된 오뎅장사..처음엔 오뎅과 떡볶이 샌드위치가 메뉴의 전부였는데 지금은 닭꼬치와 순대, 그리고 커피와 각종차들로 늘어났다. 1년사이에 말이다. 관광객들이 많이 오는곳이라 생각보다 얼굴팔릴일도 없었다ㅋㅋ 어차피 다 모르는사람들인데ㅋㅋ
하루 15시간을 장사하고, 눈,비 올때는 쉬면서 4개월정도가 지나니...월수입이 500을 돌파했고, 현재는 월평균800정도 벌고 있다. 3년정도만 더 하면 빚을 완전히 갚을수 있을거 같다. 생각해보니 그때가 내나이 서른이다.
뜬금없지만 다른 얘기로 넘어가볼까 한다.
친구들이 나에게 소개팅을 많이 주선해준다. 6년사귄 여자친구와 작년 오뎅장사를 시작할무렵 헤어져서 애들이 나를 참 안쓰럽게 본다. 친한친구들이 전부 애인들이 있어서 어딘가 커플로 놀러갈때에 항상 나늘 못데리고 가거나..나 혼자만 바보같이 끼어서 놀았던게 미안했나보다. 난 별감정 없는데 말이다.
그렇게 요즘 2개월사이에 4명의 여자들과 소개팅을 했다. 나도 남자다. 여자 소개시켜준다는데 마다할리는 없다. 굳이 사귀는게 아니더라도 좋은 여자친구 한명 알게된다는 생각으로 자리에 나간다. 사람을 좋아하는게 나의 천성인지라..
그런데 내가 오뎅장사를 하는게 그들은 창피한가 보다. 친구들도 소개를 해주는 여성분께 내가 뭐하는지는 말을 안한다는걸 이제야 알았다. 4명의 여성분들 모두 나보고 뭐하냐고 물어봤을때 '오뎅팔아요' 라고 대답을 듣고난후 그 표정들을 나는 잊지 못한다. 처음엔 즐겁고 화기애애했던 그분들이 딱 이순간부터는 냉랭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충격적인걸 하나 보게되었다.
내가 장사하는곳에 친구가 놀러와서 일도 도와주고, 놀다가 자기 핸드폰 바꿨다고 자랑하길래 뺏어서 구경하는데..우연찮게 그놈 핸드폰 문자함에서 얼마전 소개팅했던 그 여자분이 보낸 메시지를 본것이다. 친구도 깜박하고 있었나보다..그 문자가 있었는지..
'오빠! 정신나갔음?ㅋㅋ 쪽팔리게 오뎅파는사람 소개시켜주냐?ㅋㅋㅋㅋ"
아..단지 소개팅이라는 명분하에 얼굴한번 봤던 사람에게서 내 얼굴이나 성격에 대한것도 아니고..내가 하고있는 일에 대해서 그 여성분이 왜 쪽이 팔렸을까? 나는 정말 혼란스러웠다. 뭐..상대방입장에서는 당연히 할수 있는 생각이고 말이라고 위안삼지만...나에겐 엄청난 고민이 될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름대로 현실도피 안하면서 부지런하게 지내왔는데..사회는 내속에 내장을 평가하진 않고 살갗만 평가해주기에 더욱 용기를 잃어간다. 그것이 어쩔수 없는 사회병폐인걸 알면서도 용기는 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