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생일이다.
생일 한 달도 더 전에 남자친구가 생일선물로 뭐가 받고 싶냐고 해서 같이 여행 가고 싶다고 했다. 바다든 호수든 어디든.
그리 오래되진 않았지만... 3,4년 전부터 생일이면 혼자서 여행을 가곤 했었다. 주로 바다였고...
남자친구가 많이 바쁜 것 같았다. 내 생일에도 휴가를 못 낼 것 같단다. 일 때문인 건 알지만 섭섭했다...
어떻게든 해보겠단다. 그리고 내 생일 하루만 휴가를 받았다. 처음엔 2박 3일 정도 계획했지만, 괜찮았다. 그게 어딘가 싶다.
자기만 믿으란다. 그래서 어떻게 계획을 짜고 있는지 물어봤더니, 당장 내일 출발하는 건데 아무 계획이 없다.
나는 명품가방, 비싼 옷 이런 거 아무 관심도 없다.
그냥 나를 향한 배려와 존중, 그리고 함께 보내는 행복한 시간이면 된다.
남자친구는 그런 내 마음을, 그냥 하루 같이 있어주면 장땡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전에도 이번과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이 사람은 그냥 차라리 빽 사달라는 여친이 더 편한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그냥 아무 준비도 성의도 없이 맞이한다. 그래 차라리 비싼 선물 사달라는 게 더 편할지도 모르겠구나...
내가 지금 사랑을 구걸하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여행 가도 전혀 안 기쁠 것 같다.
시간도 있었는데... 아무 생각도 안 하고, 내일, 출발하는 날 같이 얘기해보자니.
속상하다... 이렇게 가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대충 먹고, 대충 테레비 보다가, 대충 섹스하고 그리고 돌아오겠지.
아 그래, 생일이니까 생일 케이크 정도는 자르겠구나.
이제 와... 전국 축제 같은 걸 검색하면서... 그래도 운전 많이 하면 피곤할 테니 되도록 가까운 지역들에 뭐가 있나 찾아보고...
펜션 이것저것 들어가보는데... 그냥 울컥, 섭섭함이 밀려온다.
첫여행 때는 이렇지 않았는데. 첫여행 운운하기엔... 우리 아직 반년도 안 된 사이인데.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혼자 여행 갈 걸 그랬다.
스무살 이후로는 생일이 행복한 적이 없다.
올해는 아닐 거라고 믿었는데.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