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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스압] 지금 생각해도 신기한 어렸을적 나의 사고 이야기
게시물ID : panic_4710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에세이다메요
추천 : 22
조회수 : 2169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3/05/07 08:42:49


8살 때의 일입니다.

여름방학 때 저희 가족과 다른 가족들 여럿이 모여서 북한산에 놀러갔습니다.

중간쯤에 엄마들과 아이들은 계곡에서 놀고, 아빠들만 따로 정상으로 더 올라갔지요. (애들이 올라가기는 힘드니까....)

엄마들은 물가에서 돗자리 깔아놓고 이런저런 얘기 하시면서 계시고, 저는 다른 아이들이랑 신나게 계곡에서 놀았습니다.


아직도 생각이 나는게... 그때 당시 인기있었던 음료수? 과자? 중에 '영웅젤리' 라고... 튜브 형식으로 생겨서 물같은 젤리가

들어있는 녹색전차 해모수 음료수가 있었습니다. 그거 빨아먹고 나서 팩에다가 계곡물 담아서 물총처럼 쏘면서 놀고 있었어요.

근데 신나게 놀다가... 바위 위에서 작은 폭포처럼 물이 흘러내려오는 데가 있었거든요. 저는 거기서 물을 받으려는 생각으로 바위 위로

기어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그 다음 일은 굉장히 순식간에 일어났는데요...

순간 세상이 휙 뒤집히는가 싶더니 어느새 저 밑에 계곡 물웅덩이에 주저앉아 있고, 제가 앉아 있던 주변의 물이 점점 빨갛게

물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어리둥절해 있는데 갑자기 물이 시뻘겋게 변하니 어린 마음에 놀라서 마구 울면서 엄마를 찾아 물 바깥으로 나왔는데... 왼쪽 무릎에서 피가 정말 콸콸 쏟아져 나오고 뭔가 새하얀 게 보이는 겁니다. ;;

바위 위에 기어올라가다가 물기 위에 미끄럽게 핀 물이끼를 밟고 미끄러져 떨어진 거예요... ㅜㅜ

왼쪽 무릎이 바위에 꽤 깊게 찍혀서 뼈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새빨간 거 안에 새하얀 게 보일 정도라...


엄마는 갑자기 제가 피를 철철 흘리면서 울며 나오니까 또 엄마대로 놀라서... 어쩔 줄 몰라하시고.....

지금이야 산이든 바다든 핸드폰 잘 터지지만.. 그때(1998년)는 전파는커녕 핸드폰이 대중화된지 얼마 되지 않았던 때라 아빠들이 계시는 정상까지 통화가 되지 않는 상황이었어요. 다행히 아래쪽으로는 터져서 119에 신고부터 먼저 하기는 했는데 엄마들도 저희들도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너무 놀라서 '어떡해, 어떡해...' 만 외치고 있었습니다. 피는 철철 나지, 애는 자지러지게 울지...


그런데 정말 지금 생각해도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 계곡에 저희 말고도 다른 사람들이 꽤 있었거든요. 그런데 저희 상황을 보시더니 위쪽에 앉아 계시던 어떤 분들께서 뭔 커다란 상자를 들고 급히 달려오시는 겁니다. 집채만한 응급처치 상자였어요....;; 여름에 산에 피서 오는데 그렇게 본격적인 응급처치 상자를 가지고 오시는 분들은 지금까지도 한 번도 보지 못했네요;; 아마도 어딘가의 병원이나 이런 데서 의사, 간호사 분들께서 오신 것 같았어요.


어쨌든 그 고마우신 분께서...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하시는 엄마를 일단 진정시키고, 지혈에 소독에 붕대 이것저것 본격적인 응급처치를 하신 뒤에, 부목 같은 걸 대 주시고 엄마에게 애 드는 법까지 알려주셨습니다. (산중이라 앰뷸런스가 올라오지는 못하고, 엄마가 조금 밑에 중간지점까지 저를 안고 내려가셔야 했습니다) 엄마는 저를 안고 정말 날아가듯이 앰뷸런스까지 뛰어내려가셨고(감사합니다 엄마...) 저는 그대로 병원에 실려가서 무릎을 8바늘인가 꿰맸습니다. ㅜㅜ


나중에 의사 선생님께서 그러더라구요... 상처 부위가 무릎이라서 무릎이 구부러지면 상처가 더 찢어질 수도 있었는데, 응급처치가 정말 잘 되어 있고 또 상처가 덧나지 않을 자세로 안고 내려와서 그나마 다행이었다고... 


그때 그분들이 어디의 뭐하는 분들인지는 잘 모릅니다. 사실 지금은 기억도 조금 가물가물해요... ㅋㅋ

그래도 절대 잊혀지지 않는 것은... 그때 그분들께서 가지고 오시던 무지 큰 응급상자네요. 계곡에 놀러오는데 그런걸 가지고 오시다니 범상치 않은 분들이라고만 기억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예상치 못한 사고 상황에서 당황한 엄마를 진정시켜 주시고... 확실한 응급처치랑 대처법을 가르쳐 주신 것 정말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말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무슨 연이 닿아서 그렇게 적절하게 만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그 당시의 저에게는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와도 같은 분들이었습니다.


끝!! 고마워요 이름모를 아저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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