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운항 법규를 변경해서 낡고 오래된 배도 계속 굴릴 수 있게 규제를 풀어주고, 그래서 일본에서도 운항 중지된 20년 된 고물 배를 굳이 사다가 여객선으로 운항하고, 화물을 제대로 고박도 하지 않고 과적하고,
... 그 배가 뒤집히고, 선장과 주요 선박직 선원들은 대부분 미성년인 승객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방송하고 자기들만 탈출하고, 해경과 해군은 뒤집힌 배 안에서 죽어가는 아이들을 뒷짐지고 구경하고... 그 결과 304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국가 시스템이 처음부터 끝까지 속수무책 무능했기 때문에 일어난 사고이고,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도 배후도 아무런 진상도 규명되지 않았습니다. 내일 생일을 맞이할 다윤이, 은화, 영인이, 현철이, 고창석 선생님, 양승진 선생님, 그리고 오랜 고생 끝에 아들과 함께 제주도에 정착해서 평온한 노후를 보내려던 이영숙님, 동생에게 구명조끼를 벗어준 일곱 살 혁규와 혁규 아버지 권재근님. 이렇게 아홉 분이 아직도 배 안에 갇혀 계십니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마음은 단순한 추모여서는 안 됩니다. 잃어버린 삶들을 기억하는 마음은 그저 "예쁘게 갔으니 산 사람은 살아야지" 하는 안일한 마음이어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는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진실과 정의와 변화를 바라는 마음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도종환 님의 시 "화인"은 추모와 분노와 변화에 대한 갈구를 너무나 적절하게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가져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