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고도 또 더운 여름날 선풍기 달달 틀어 놓고, 애새끼들을 재우고 난 뒤
오래된 친정의 소파에서
이제는 서로 남남된지 오래된 중년의 남매가 나란히 시청한 드라마.
청춘시대
본 사람들 누구나 공감하듯
다섯명의 청춘에는 내 모습도 당연히 들어 있어서..
딱 보니, 쭉쭉빵빵 강언니가 소시적 나랑 빼박이라고 날리는 나의 선빵을
저기에 몸무게만 딱 오키로 붙이면 누나네..하며 진명을 턱짓으로 가르키며 늙은 동생이 막아냅디다.
거기에 나는 속없이 또 피식 웃고..
그래도 같은 시간을 보냈다고,
그리고, 같은 공간을 왔다갔다했다는 것으로
우리 둔탱이 동생놈도 이 누나가
가난하고, 괴팍하며, 세상 고민 다 짊어진 표정으로 약해질까바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것도 두려워하던 시절 보낸 걸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나 봅니다.
청춘시대라 이름 붙였지만,
그들의 맘속에 다들 하나씩 키우는 귀신들의 존재가
중년시대라고, 노년시대라고 없을까요.
작가는 성공했네요.
흔하디 흔한 걸그룹에 묻혀 소리소문도 없었던 배우들을
하나 하나 사연들로 옷을 입혀서 등장시켜
곱디 고운 목소리로
제 색깔들을 내며 그들의 상처를..그들의 트라우마를..읊게 만들었으니.
극중에 배우들의 일상에 가해지는 폭력과 상처들은
인생의 어느 스테이지에도 늘상 존재하는 풍경같은 일들임에도
아직 어린 그들의 미숙함과 여림으로 극대화되어서 시청자들에게 더욱 절실히 느끼게 하고 말이죠.
거의 막마지 에피소드였나.
데이트폭력으로 칼부림이 나서 피가 튀기고, 멍이 들고, 경찰차가 들이 닥치는 씬에서
자다 깬 우리 애들 대중소를 다시 재우러 갔다오니라 결정적인 순간을 놓친 나에게
어찌 되었냐고 묻는 나에게 동생놈은 말하더군요.
너무 폭력적이라고..세상이..
저..다섯명에게..너무 폭력적이라고..
찌질이 데이트폭력남의 폭력만 폭력적인게 아니라,
가난한 고학생 진명에게는 사회구조가 폭력적이고,
스폰잡아 화려한 강언니에게는 자본이 폭력적이고,
부모로부터 부모역할을 받지 못한 은재에겐 가족이 폭력적이라고...
사람이 너무 절실하면,
그 절실함이 또 다른 커다란 약점으로 잡히게 되고,
불가항력적 큰 사고속에 구사일생으로 살아나면,
일생으로 생존하였다하여, 구사에게 끝없는 죄책감을 가지게 하지요.
마땅히 부모로부터 받아야 할 정서적 지지란
착한 역할과 고운 역할을 선빵으로 쟁취한 '철없다는' 부모앞에선 농담으로 전락하고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