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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압) 후지산 5대 호수 자전거 유람기 3편, 가와구치코 호텔
게시물ID : bicycle2_4716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헌다28호
추천 : 13
조회수 : 1266회
댓글수 : 13개
등록시간 : 2017/04/03 01: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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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헌다28호입니다.

에효, 감기에 걸려서 좀 골골거리고 있네요.

요즘 날씨가 자비가 없죠?

이번 주는 자전거를 딱 한 번 탄 느낌인데,

예전에 당한 무릎 부상이 좀 악화된 느낌이라 쉬고 있답니다ㅎㅎ

여러분들께서도, 미세먼지나, 날씨나, 여러 부상들을 다 고려하셔서,

안전하고 즐거운 라이딩 하시기를 바랄게요ㅎㅎ


음, 어, 저번에 말씀드렸듯- 3편은 복귀하는 이야기가 될 것 같아요.

복귀하는 코스는 유감스럽게도 호수 쪽으로 오진 못했어요.

원래 계획은 호수 쪽이었는데.

시간이 좀 늦어지면 해가 떨어질 수 있어서요.

아무튼, 이번에는 약간 쉬어가는 느낌의 후기가 될 것 같아요-

그럼, 함께 가 보시죠.


후지산 5대 호수 중 서쪽 방향의 네 개의 호수를 다 구경한 우리는, 결국 마지막 입산금지 덕에 웃으면서 복귀를 합니다.

복귀를 할 때, 다시 호수 쪽으로 돌아가느냐, 아니면 바로 139번 국도를 타고 쭉 나오느냐를 선택했어야 했죠.

139번 국도는 바로 가와구치코 역이 있던 도심지까지 쭉 이어진 도로거든요.

그리고! 139번 국도 끝의 138번 국도를 타고 가면, 하코네(...)가 나옵니다.

거리가 한 50킬로미터? 정도 되려나.


모토스코 호수를 보면서 코스를 검색했고, 일몰 시간과 우리의 체력을 고려해서,

어찌되었건 빠른 복귀를 하기로 마음먹습니다.

"139번 국도로 쭉 타고 가자."

"알겠다. 갑시다." 

"네비 찍어보니까 2시간 걸린단다."

"오케. 그럼 1시간 반 정도 찍겠네."

하긴, 이미 근 4시간을 달려왔었으니,

돌아가는 시간도 국도를 타도 절반 쯤 걸리는구나.

모토스코 호수에서 벗어나는 길에 형이 고프로로 사진을 여러장 찍었습니다만,

쓸 만 한게 없네요.



33.jpg

형의 CEEPO VIPER TT바 다입.

어딘가 전투기 콘솔 같은 느낌입니다.

우리는 빠른 속도로 온 길을 역으로 거슬러 올라가, 모토스코와 쇼지코를 통과합니다.

그렇게 통과를 하면서 저는 형에게 말했습니다.

"형, 근데 이번 여행은 좀... 뭔가가. 흠. 저번 하코네에 비해서 감동이 좀 없지 않나?"

"좀 그렇지? 물론 아직 안가본 야마나카코에 가면 또 다를 수 있는데."

"호수가 예쁘고, 자연 경관이 멋진 건 멋진 건데, 뭔가, 어떤 마음을 움직이는 감동이 없는 것 같다."

"저번 처럼 죽어라 업힐만 하면 그 속에서 느끼는 바가 있을텐데... 이번에는 좀 그렇네. 근데 왜? 오유에 쓰기 힘들겠나?"

"ㅋㅋㅋㅋㅋ 그냥 어떤 포인트가 좀 모호하다는 거지."

"잘 써봐라. 억지로 감동 짜내지는 말고."

"옷케-"


올 땐 다운힐이라 신나게 내려왔지만,

이제는 업힐이네요.

그리고 국도 139번의 경우에, 보통 라이더분들은 차도를 통해 가더라구요.

그런데 차도가 옆이 좀 좁고, 물이 빠지는 도랑이 있는 바람에, 좀 위험하다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우리 형제는 오른쪽으로 건너와, 보도 겸 자전거 도로를 탑니다.

사람도 거의 없어서, 아주 편하고 안전했답니다.

17.jpg

지금은 겨울과 봄 사이라 풍경이 좀 쌀쌀하네요.

쇼지코 호수와 사이코 호수 사이의 긴 업힐. 

경사도가 높은 건 아니었지만, 이런 긴 업힐은 체력을 갉아먹죠. 

이렇게 생긴 보도 겸 자전거 도로를 타고 열심히 올라갔습니다.

이번에 돌아갈 땐 선두에 제가 섰어요.

이유가 몇 가지가 있었지만, 첫번째로는 여기까지 오면서 형이 선두에 섰기 때문에 체력 안배의 문제가 있었고,

두 번째로, 형이 일본에서도 혼자서만 항상 자전거를 타는 바람에, 기본적인 사인을 몰랐기 때문이죠.

이렇게 산 속에 있는 보도에는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기 때문에, 나뭇가지나 돌 같은 것들이 길에, 그야말로 뿌려져 있는 경우가 많아요.

아무리 일본이라도, 이렇게 사람이 잘 안걸어다니는 곳에는 물리적으로 신경쓰기가 쉽지 않죠.

그러다보니, 형이 앞에 가면서 노면 상태를 뒤에 알려주지 않더라구요.

물론 종종 정말 큰 건 입으로 말을 해주긴 하던데, 그래도 지금 이 상황에 펑크라도 나면 곤란하니까요.

저도 사실 한국에서 다른 사람들과 많이 타진 않았지만,

지역 라이더분들과 몇 번 타면서 선두에 섰을 때 수신호를 어떻게 하는지 그분들께 배웠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앞에 서서, 바닥에 나무나 돌이 있으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뒤에 알려주고 했죠.

나중에 호텔에 돌아와서, 형이 "덕분에 하나 배웠다." 라고 말하더군요.

"나는 항상 혼자 타니까 그런 거에 신경을 안썼는데, 넌 그래도 다른 사람이랑 좀 타서 아는 구나."

"나도 친한 친구랑 탈 땐 그냥 계속 입으로 말하는데, 다른 사람들이랑 탈 땐 수신호를 하더라고. 배워놓으면 도움이 된다."

업힐그림.jpg

안구 테러를 방지하기 위해 사진 위에다 급히 그린 저의 모습.

이 부분이 굉장히 힘들었던 것 같아요.

이런 오르막이 계속 나옵니다.

이 고가도로 오른쪽 아래로는 정말로 정말로 먼 숲이 펼쳐지는데요.

이 일대가 정확히 맞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중에 이 글을 쓰기 위해 형과 기억을 더듬으며 자료조사를 할 때, 형이 뭔가를 발견했습니다.

"그 왜, 우리 업힐 계속될 때 쉬면서 사진 찍은 고가도로 기억나나?"

"어. 경치 좋았지."

"그래, 그 경치 좋았던 곳이. 약간 자살 명소 같은 곳인 모양인데?"

"뭐?"

"자살 명소... 라고 하긴 좀 그렇고. 거기가 유명한 트레킹 코스란 말야. 그런데 숲이 너무 깊어가지고 종종 거기서 사람도 죽고 하나봐."

"으아, 무서워라."

"구글에 찾아보니까, 뭔가, 텐트 이미지가 나오는데, 그 숲에서 발견된거래. 근데 텐트에 뭐라고 적혀있냐면,

더 이상 이 텐트에서 살고 싶지 않다, 라고 텐트에 적어놓고..."

"적어놓고?"

"그 뒤로는 몰라. 사진 안눌러봤다. 극혐경고가 있어서..."

"아. 그래. 그런 건 보지마라. 정신 건강에 좋지 않다."

"그래. 아무튼, 숲이 워낙 깊어가지고 트레킹 할 때도 꽤나 위험하단다. 저런 숲이 후지산까지 쭉 이어져있다네?"

"무시무시하네."

그러고보니, 우리가 사이코를 떠나 쇼지코로 갈 때 즈음, 도로 인근에서 보이는 숲 속에 트레킹을 하는 남녀가 웃으며 숲을 지나가고 있었는데,

그분들은 무사히 잘 도착하셨겠지?

아무래도 도로가 보이는 숲을 걷는 거니까.

"숲이 참 아름답던데, 그래서 자살하는 이들도 종종 찾나보다."

"흠. 그런가봐."


아무튼, 다시 여행기로 돌아가서.

보도를 이용해 자전거를 타고 가는 건 어딘가 로드바이크가 아니라, 싸이클로 크로스를 타고 가는 느낌이었습니다.

여기저기 나무와 자갈이 있었고, 길이 좁아졌다가 넓어졌다가,

옆에 나뭇가지들이 튀어나와있고, 또 커브 표지판이 보도 한중간까지 삐져나와서 그걸 또 피하고ㅋㅋㅋㅋ

재미있었어요.

익스트림 그 자체.

완만한 오르막이 계속되다가도 약간 평지같은 내리막에는 속도가 꽤나 빠르더라구요.

그리고 다시 완만한 오르막의 연속.

선두에 선 저는 형이 지칠까봐 힘내라고 소리지르고,

서로 어째서인지 "견마지로!(...)"를 외치면서, 서로 으쌰으쌰 하면서 계속 올라왔습니다. 



20.jpg

한 이 즈음까지 계속 업힐이었던 것 같아요.

기념품 판매도 하고, 뭐 음식도 팔고. 여행객을 위한 인포메이션 센터도 있고.

형제는 여기서 한 번 쉽니다.

아마 1시간 좀 안되게 달린 기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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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많아서, 부끄러움에 구석진 가게 뒷편 자판기 자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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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여자애와 여자애의 엄마로 추정되는 일본 사람들.

아참, 전 한국에서도 따뜻한 남쪽나라에 살아서, 지난 해부터 올 초까지 눈이라곤 구경 못해봤거든요.

그런데 3월의 후지산 인근에서 눈을 처음 보게 됩니다.

저 아이는 뭔가, 음료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땅바닥에서 데굴데굴 굴러다니기도 했어요.

귀여워라.

지금 저 분들도 이 시간엔 무언가를 하고 있겠죠?

일본의 어딘가에서.

이따금씩은 그런 것들이 궁금하기도 합니다.

저 사람은 어떤 인생을 살아왔을까?

그리고 어떻게 하다가 여기에서 이렇게, 대화를 하지는 않지만 같은 공간에서 만나게 된 걸까?

그런 걸 생각해보면 재미있어요.

제가 글을 쓰는 사람이라 더 그런 게 궁금할지도.


7.jpg

이쪽에도 뭔가, 산으로 통하는 등산로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니 사람들이 많이 있었겠죠?

우리는 여기서 포카리스웨트를 마시고 난 후, 다시 출발합니다.

시간은 벌써 3시 반이네요.

형제는 다시 자전거에 올라, 마지막 업힐에서 힘을 짜냅니다.

오, 방심했었는데 최후의 업힐이 남아 있더군요.

이번엔 경사가 좀 가팔랐어요.

그래도 천천히 올라가 정상에 다다랐을땐 기분이 정말 좋더군요.



그 뒤론 희미한 느낌의 내리막이 이어집니다.

작은 마을도 나오고요.

시간이 시간인지라, 차들이 막히기 시작하더군요.

아마 타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후지산 인근에 놀러왔다가 근 4시 전후로 집으로 돌아가는 모양입니다.

여기서 도쿄까지 차로는 거의 2시간 반 정도 걸릴테니, 도착해서 저녁먹고 하면 딱 맞겠네요.

그런 차들 옆으로, 우린 좁은 보도를 통해 도로를 쭉 따라 내려옵니다.

길이 좀 좁아서, 고생했네요.

그래도 차도와 보도 사이의 간격이 더 좁아서, 그냥 울퉁불퉁한 보도를 타는 게 더 옳다고 판단했거든요.

5.jpg

내려오는 길에 잠시 지도 확인차 휴식을 취하면서 찍은,

건너편 건물은 우체국인 모양입니다.

규모도 자그마하고, 또 후지산 인근이라 옛 가옥 느낌을 살린 걸까요?ㅎㅎ


21.jpg

보도의 상태가 그리 좋은 편은 아니지만, 어딘가 자전고도 이용하게끔 하는지, 블록으로 되어 있진 않습니다.

거의 그랬던 것 같아요.

하지만 뭐, 우리나라도 왜, 자전거 도로 타고가다보면 전봇대도 나오고 하죠?

그런 것처럼 일본의 이런 보도 겸 자전거도로 또한 상황은 좀 비슷합니다.

정말 커브를 알리는 표지판이 좁은 보도 한중간까지 튀어나올 땐 식겁했어요.

아! 그런데 사실 이런 보도가, 자전거가 공식적으로 다니는 길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네요.

자전거 도로가 아니면 괜히 트집잡는 건데...



4.jpg

그렇게 타고 내리고를 반복해서, 계속 국도 139번을 달립니다.

조용한 시골마을이었는데요.

형이 갑자기 옆을 보라고 해서 보니,

후지산이 뙇!

와, 이 일대 사람들은 항상 저걸 보고 살겠구나, 싶었습니다.

22.jpg

음, 이건 일본의 시골 마을 풍경들.

요즘 종종 부모님께서 도시에 살기 싫다고, 시골에 가서 살고 싶으시단 말을 하셔서,

"엄마한테 일본의 시골은 이렇게 생겼다고 보여드려야겠다." 며 사진을 찍었네요.

음, 국도를 타고 계속 내려가기 지겨워서요.

살짝 샛길로 빠져서 마을 안쪽으로 달렸습니다.

그런데 밖에 사람들이 거의 없더군요.


23.jpg

우리나라와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고.

24.jpg

나름 재미있는 풍경이었던 것 같아요.

이렇게 시골마을을 달리다가, 이제 다시 국도로 빠져나가야지, 하면서 어떤 초등학교 옆을 지나는데,

이런 시골 마을에도 아이들이 참 많은지,

야구부가 연습을 하고 있고, 꼬마애들이 자전거를 타고 놀고있더군요.

이 이후로는 정말로 쭉 달립니다.

계속 계속 동쪽으로.

길도 얕은 내리막이라 딱히 페달을 밟지 않아도 자전거가 앞으로 나가더군요.

배도 고프고, 피곤하고, 업힐 때문에 근육도 당기고.

진짜 거리는 얼마 안탄 것 같은데 왜 이렇게 힘든지.ㅠㅠ

형제는 이제 거의 대화를 나누지 않게 됩니다.

빨리 호텔에 가서 드러눕고 싶다는 생각만 간절했으니까요.

이때는 기억도 잘 안납니다.

나중에 계속 이런 작은 시골마을이나 소도시 같은 풍경이 나왔고,

가와구치코 역에 도착해서, 아침에 갔던 코스로 그냥 호텔로 들어갔으니까요.

그런데 이 일대가 좀 다 비슷비슷하게 생겨서, 길을 잘 모르겠더라구요.

여기서부턴 형이 앞장섰기 때문에 저는 그냥 계속 따라만 갔기 때문에 더욱 그럴지도?


아무튼, 우리는 다시 호텔에 도착했습니다.

가와구치코 호텔.

기념사진을 찍었는지 아닌지도 기억이 안 날 만큼,

형제는 바로 자전거를 들고 호텔 로비로 들어갔어요.

오전에 봤던 분과 다른 할아버지 한 분이 계시다 우리를 맞이해주셨습니다.

그 분은 참 친절하시고 말씀도 많이셨어요.

작년에 온 형과 대화를 좀 나누셨던 모양이라, 반가워하시더군요.

그렇게 체크인 수속을 밟고 있을 때,

어디선가 나타난 아주 잘생긴 남자.

그도 호텔사람인지, 우리에게 객실 안내를 해주더군요.

그런데 그 분이 우리 자전거를 따로 보관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음? 작년에는 객실 안에다 보관했습니다만?"

형이 말하자,

"아, 아무래도 이번에는 저희가 준비해둔 공간에다 자전거를 보관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라고 말씀하시더군요.

그래서 자전거를 들고 호텔 안으로 갔죠.



28.jpg

로비 뒤에 있던 긴 복도였는데, 거기엔 아마 호텔에서 준비해놓은 바구니 자전거도 몇 대 함께 있었습니다.

우린 스텐드가 없기 때문에 이렇게 벽에 기대어 두고서,

오전에 로비 뒤에 두었던 우리 짐을 챙기고 난 후 객실 안내를 받았습니다.

엘리베이터에 함께 탔을 때 내가 한국말로 "와, 진짜 잘생겼다." 고 하자, 형이 굳이 그걸 번역해서 그 분께 말해주었다.

나중에 형과 내가 생각했는데, 

굉장히 실례가 아니었던가 싶기도 하고.

3.jpg

아무튼, 딴 따라 딴~ 따라라란~

아담한 서양식 방이네요.

이 호텔은 서양식과 일본식 방 두 타입이 있는 모양입니다.

사실 방을 구경할 겨를도 없이, 그냥 짐이고 뭐고 다 던져버리고, 유카타로 갈아입고서 4층에 있는 온천으로 직행!

온천엔 아무도 없더군요.

그리고 온천 안에서 후지산이 보여요.

이 온천은 24시간 오픈되어 있기 때문에 하고 싶을 때 아무때나 가서 하면 됩니다.

예전에 하코네에서 지냈던 호텔엔 새벽 몇 시부터 아침 9시까지 하고, 오후 3시 부터 자정까지 시간이 정해져있었거든요.

아무튼, 그렇게 온천을 즐기고 난 후 방으로 돌아와 저녁거리를 사러 나갈 준비를 합니다.

시간은 벌써 5시 즈음.

석식은 밖에서 먹기로 해가지고, 인근 편의점에 갈 예정이었거든요.

그 전에 호텔을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호텔을 그리 자주 가는 삶을 산 게 아니라서, 모든 게 신기했어요.



9.jpg

별관으로 이어지는 부분에 있던 특별실 앞.

사진에선 안보이지만, 오른쪽에 방이 두 개가 있었습니다.

아마 예전에 덴노가 왔을 때 여기서 지낸 게 아닌가 싶네요.

액자 속에 고스란히 담긴 호텔의 역사를 구경하면서 지나쳤네요.

여길 지나면 이제 식당과 함께, 기묘한 공간이 나옵니다.

11.jpg

영화에서 종종 봤던 걸 실제로 보게 될 줄은.

이런 공간을 뭐라고 하죠?

응접실도 아니고, 아마 이런 공간을 지칭하는 용어가 있을텐데.

당구대와 다트, 벽난로, 미니 바가 있던.

이런 걸 처음 봤어요.

27.jpg

아마 예전에는 사람들이 여기에 앉아서 뭐,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고 했겠죠?


26.jpg

바는 자세히 안봤었는데, 요즘도 하긴 하나봅니다.

저는 사실 이 공간이 좀 기묘했어요.

일단 아무도 없었고, 조명도 좀 어두운 편인데다가,

일단 이 호텔이 53년도에 지어져서 53년도부터 계속 이 형태를 유지하고 있진 않겠지만.

얼마나 많은 이들이 여기서 이야기를 나누고, 술을 마시고, 그랬을까? 싶은 느낌?

박물관에 간 것과는 또 다른, 과거와의 연결점이라던가. 그런 걸 느꼈던 것 같아요.

물론 이 공간이 고작 몇 년 전에 지어졌을수도 있고 하겠지만,

아무튼, 그 전까지 느껴볼 수 없었던 독특한 느낌이 있었답니다-

여기를 지나 식당 사이의 통로 즈음, 작은 나무 문이 있더군요.

"전망대 보여줄게."

"전망대?"

"어. 전망대가 있다."

그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아주 좁은 계단이 나왔습니다.

무슨 다락방 올라가는 기분.


13.jpg

걸을 때마다 삐걱거리던 나무 계단.

가팔라요.


12.jpg

전망대 입니다.

전망대의 뷰를 볼 수 있는 흔들의자(...)

전망대에서 가와구치코 일대의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10.jpg

자꾸 보니까 벌써부터 그냥 동네 뒷산처럼 보이기 시작한,

해발 3,776미터의 후지산.

14.jpg

전망대는 네 방향이 전부 얇은 유리창으로 되어 있습니다.

아마도 53년도 이 건물을 지을 당시엔, 이 호텔이 유일했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러니까 호텔이란 이름을 붙인 건물은 말이죠.

일단 당시 기준으로 생각해보면 규모도 큰데다, 

보통 이름도 그냥 <가와구치코 호텔>로, 

지역 이름을 따서 지은 걸 보면 아마도 일대에 유일한 호텔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리고 저 전망대가 아마도 가장 높은 건물이었겠죠?

지금이야 높은 고층 호텔들도 많이 생기고, 주변 건물들도 층이 높아져서 뷰가 그리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마치 이 호텔의 자존심처럼 남아 있는 전망대를 보니까 좀 짠하더군요.

실제로 형이 작년에 왔을 때 여기저기서 들은 정보를 취합해서 그럴싸한 스토리를 하나 들려줬었거든요.

"내가 봤을 땐, 아까 그 젊은 사람이 이 호텔 주인인 것 같다. 아마 집안 대대로 물려받은 거겠지. 

53년도에 만들어졌다면 지금은 3대 째 할 수도 있는데, 

그 사람 영어발음 보니까 외국 유학도 다녀온 것 같고, 스타일도 확실히 다르거든.

혹시, 과거의 영광밖에 없이 낡아버린 호텔을 다시 살리려고 그 사람이 열심히 뛰고 있는 게 아닐까?"

그럴싸한 스토리입니다.

그리고 확인해본 결과 일부는 맞는 이야기였어요.

후일에 체크아웃할 때 형이 물어봤다고 하더군요.

이러이러한 게 아니냐, 하니까.(물론 망해가는 호텔을 살리니 마니 그런 말을 한 건 아니겠지만.)

그 분이 좀 모호하게도, 대대로 하는 건 맞지만 아직까지 자기는 그런 위치가 아니다, 정도로 이야기를 했다고.

아무튼, 이렇게 호텔도 둘러봤겠다.

이제 한 700미터 밖에 있는 편의점으로 가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클릿슈즈만 신고 오는 바람에 다른 신발이 없었어요.

그래서 호텔 로비에 있던 나무로 된 게다(...)를 신었습니다.

  

2.jpg

밖에 나오니 슬슬 날씨가 차가워지더군요.

편의점 가기 전 호텔 입구 앞에서 형이 제게 "견자단 해봐!" 하기에,

<엽문>에서 나온 견자단의 영춘권 포즈를 취하고, 사진찍히고, 그러고 놀았습니다.

형제가 둘 다 견자단을 조아하는 바람에.

아무튼 그 때 찍은 사진 중에 하나를, 또 급하게 그려봤네요.

1.jpg

그렇게 게다를 신고 호텔 입구 앞에서 놀고 있는데,

아까 만난 친절한 할아버지 안내인께서 말을 걸어오시더군요.

형제가 친하니 보기 좋으시다며,

그러다 갑자기 지금 호텔에 어디 TV 관계자가 와 있는데,

예전에 그 TV에서 한국 드라마를 틀어준 적 있는데 자기도 한국 드라마 좋아한다며,

또 최근에 뭐, <마의> 인가? 그 드라마가 일본에 방영중인데 녹화해서 보고 있다- 뭐 이런 말씀을...

그러다 우리 형제 사진을 찍어주겠다며, 서보라고 하셔서 사진도 찍고 했네요.

물론 사진 속 형은 죠브레이커를 끼고 있지 않지만, 그림 상 구별을 위해서...

그리고 사진 속의 저는 엄청나게 선하고 친절한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서 아주 공손한 포즈로 웃고 있었는데,

그 미소가 아주 섬뜩했답니다.

싸이코패스가 따로없었다니까요.

그렇게 사진을 찍어주시고 가시려다가,

갑자기 자전거를 저대로 보관해도 괜찮냐고 물으셔서 형이 아무래도 좀 불안하다, 라고 말하니까,

그 할아버지께서 호텔 안으로 들어가시고, 곧 이어 바로 젊으신 분이 나오셔서,

이러저러한 사정을 설명하시다가, 아무래도 잠금열쇠가 없으니까 본인들도 아마 분실이나 이런 게 걱정이 될 수 있다며,

객실에 놓아두셔도 된다고 말씀해주시더군요.

우리는 고맙다고 하고는 다시 자전거를 객실로 들고가 벽에다 조심스럽게 기대어놓았습니다.

그 젊으신 분이 걱정한 부분이, 아무래도 호텔 물품 손상의 문제였던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말이 잘 통해서 안심했습니다.

음, 그 뒤로 이야기는 뭐, 게다를 신고 따각따각거리면서 한 700미터 되는 편의점까지 걸어갔다가,

호텔이 많은 이 일대의 유일한 편의점인 것 같기에 사람이 엄청 많아서 줄서서 기다리고,

돌아와서 편의점 카레도시락과 야끼소바 같은 걸 먹고, 맥주를 마시고, 온천을 하고, 돌아와서 다음 일정을 이야기하고서 잠이 든 것 같군요.


이 뒤로 자세한 이야기가 하나 더 들어가야 하지만,

제가 지금 감기몸살로 고생하는바람에, 아무래도 자야할 것 같아서 이번 이야기는 이만 여기서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이것저것 신나서 여러 상황을 들려드리려고 하다보니, 길이 쓸데없이 길고 그렇네요ㅎㅎ

그럼, 언제나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좋은 밤, 좋은 아침 되세요.

안전하고 즐거운 라이딩도 잊지 마시고.

그럼, 다음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


아참,

아마 다음 편이 마지막이지 않을까, 싶네요.

그리고 다음편이, 이번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이니까요.

여행의 마무리가 어땠는지 최대한 열심히 들려드리겠습니다.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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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후지산 5대 호수 자전거 유람기 프롤로그, 도쿄 2개의 탑 편 http://todayhumor.com/?bicycle2_47048
2017 후지산 5대 호수 자전거 유람기 1편, 출발, 가와구치코! http://todayhumor.com/?bicycle2_47100
2017 후지산 5대 호수 자전거 유람기 2편, 형제가 간다! http://todayhumor.com/?bicycle2_47135



2016 도쿄-하코네 후기 1편 http://todayhumor.com/?bicycle2_44009
2016 도쿄-하코네 후기 2편 http://todayhumor.com/?bicycle2_44045
2016 도쿄-하코네 후기 마지막편 http://todayhumor.com/?bicycle2_44049
2016 도쿄 야간 라이딩 편 http://todayhumor.com/?bicycle2_44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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