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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 그는 다른곳을 보지 않는다.
게시물ID : panic_4718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ㅡㅅ
추천 : 8
조회수 : 1332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3/05/08 16:02:52

“고마워요 선우씨. 덕분에 살았네요.”

 

 “아뇨 괜찮습니다. 정 그러시다면 미정씨, 언제 한번 식사라도?”

 

 “아 죄송해요. 도와주셧는데, 식사는 좀 어려울거 같네요.”

 

 “아 어려우시다면 별 수 없죠. 괜찮습니다. 하하. ”

 

 미정씨는 사내에서 제일가는 미녀이다. 항상 가죽으로 된 팔찌를 하고 다닌다.

 

 “미정아 나 급해서 그런데 차 좀 쓸 수 있을까?”

 

 “안돼!”

 

 날카로운 비명이 사내를 찢는다.

 

 “아, 미안. 내가 깜박했어. 소중한 차지. 미안해.”


 "아니야. 오늘따라 조금 민감했나봐."

 

 수지씨는 조용히 물러간다. 미정씨는 자신의 차를 매우 아낀다. 차 안에 가급적이면 다른 사람을 태우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음료같은건 일절 들고 타지 못하게 한다. 특히 운전석은 아무에게도 양보하지 않는다.


 며칠 전에 운전석 가죽시트에 음료를 쏟아버린 태종씨 같은 경우 며칠씩이나 괴롭힘을 당해야 했다. 지금도 김대리는 미정씨와 눈도 마주치지 못한다. 집착이 너무 과하지 않나 하는 의견도 있지만, 자신의 차에 대한 집착을 제외한다면 미정씨는 대체로 괜찮은 여자이다. 아 그러고 보니 팔목에 차고 있는 가죽팔찌에 대한 집착도 대단하다. 입사할 때쯤의 일이다.

 

 “쯧쯧, 신입사원이 벌써부터 액세서리를 차고 말이야, 안돼! 압수네!”

 

 이 말만 하지 않았다면 김부장님은 지금쯤 임원이 되어 있지 않았을까? 김부장님은 온갖 사고에 시달렸고, 사람들인 미정씨의 저주라고 속삭였다. 그런 저주가 아니더라도 미정씨의 반항은 대단했다. 결국 김부장은 팔찌 착용을 허락했다. 정확히 말하면, 팔찌 착용에 대해서 뭐라고 말할 김 부장은 위궤양으로 긴 요양을 떠나야 했다. 그렇게 가죽팔찌는 미정씨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어 버렸다.

 

 “그런데 미정씨 그건 뭐야?”

 

 “제 소중한 부적이에요.”

 

 미정씨는 수줍게 웃으며 대답했다. 옆에서 봤을 때 그 부적은 유리로 되어 있었다. 미정씨를 향한 쪽만, 그리고 반대편은 뭔가로 칠해져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 뭔가가 있는 듯 했지만, 미정씨는 절대로 보여주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부서내 직원들은 자동차 사건과 가죽팔찌에 얽혀있는 사건들을 기억하기 때문에 억지로 보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미정씨만을 바라보는 저 부적이 약간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괜찮다. 오늘밤 이후로 미정씨는 나만을 바라볼 것이다. 식사대접은 거절당했지만, 미정씨의 집에 찾아갈 것이다. 그리곤 장미꽃과 함께 멋지게 고백할거다. 시작은 연애로 해도 괜찮을 것이다. 물론 거절당한다면 깔끔하게 포기해야 하나, 설마 이 내가 거절 당할까? 아무리 생각해도 내 옆 자리에는 미녀가 어울린다. 미정씨는 그 자격이 된다.

 

 멋진 꽃과 이벤트를 준비해서 퇴근하는 미정씨를 습격한다. 미정씨는 소중한 자신의 차에서 내렸다. 나는 내가 미정씨를 어떻게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지 설명한다. 미정씨는 조용히 부적을 바라볼 뿐이었다. 아무래도 내 말을 듣고 있는 거 같지 않다.

 

 “죄송해요.”

 

 한참 동안 부적을 바라보던 미정씨는 그렇게 이야기 했다. 아아, 아무래도 결과는 좋지 않은 거 같다. 나는 장미꽃을 든 채로 손을 이마에 댄다. 내가 뭐가 부족한 걸까?

 

 “이유라도 들려줄 수 있나요?”

 

 “저는 다른 여자에 관심 없고 언제나 저의 손목을 따스하게 감싸주고, 제가 피곤할 때 저를 뒤에서 감싸주고, 언제나 저만을 바라보는 그런 사람을 원해요.”

 

 그럴수 있습니다! 언제나 당신만을 바라보겠습니다! 아무리 힘차게 말해도 그녀는 나를 믿지 못한다.

 

 “죄송해요. 저는 이미 다른 분을 찾았어요. 언제나 저만을 바라봐 주시는 분을.”

 

 그녀는 계속 부적을 보면서 이야기한다. 그녀는 나를 바라보지 않는다. 나는 기분이 나빠졌다. 저 부적이 뭐길래, 나보다 그녀에게 더 큰 존재란 말인가!

 

 나는 그 부적을 획 가로채었다. 아니 가로채려고 했다. 여자라고는 믿을 수 없는 괴력이었다. 그리고 나는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그때 누군가 내 뺨을 때렸다. 머리가 급속도로 식는다. 

 

 “아, 저, 죄송합니다 미정씨.”

 

 “썩 꺼져요!”

 

 미정씨는 평소의 얼굴을 확인하기 힘들 정도로 찡그린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부적을 향해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이번 한번은 봐주겠다.분명 당신은 그 순간에 눈을 감았을 것이다. 약속은 여전히 유효하다. 등등, 그 목소리는 어쩐지 달콤하게 들렸다.

 

 하지만 그러나 말거나 나는 슬금슬금 물러났다. 깔끔하게 포기하자고 다짐하였고, 그녀는 무서웠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부적 안에 그 하얀 구슬들이 나를 보고 도망치라고 외치는 듯이 느껴졌다. 그래 그 부적 안엔 하얀 두 쌍의 구슬이 있었다. 재질이나 그런 것은 자세히 보지 못해 모르겠지만, 그 구슬은 나를 보고 도망치라고, 그렇게 외치는 듯 했다. 나는 슬금슬금, 아니 결국엔 뛰어서 집에 도착했다.

 

 미정씨는 여전히 아름답다. 미정씨는 여전히 어떤 동물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가죽으로 된 팔찌를 차고 출근한다. 그리고 미정씨의 부적은 여전히 미정씨만을 향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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