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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지난 아이들 이야기
게시물ID : sewol_4719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바르조미워
추천 : 15
조회수 : 428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5/10/09 15:06:19
지난 월요일에 안산에 갑자기 다녀왔습니다. 11월과 12월에 생일을 맞이할 학생들 중에서 공개된 자료를 찾기 힘든 학생들 위주로 가족분들 인터뷰하러 갔어요. 마침 퇴근하신 부모님들께서 합동분향소 대기실에 와 계셔서 가족분들 많이 만나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아직 생일이 지나지 않은 학생들은 생일 당일에 이야기하고, 이미 생일이 지난 아이들에 대해서 어머님들이 해 주신 이야기들 여기다가 조금만 털어놓을게요. 자꾸 생각이 나고 아이들이 보고 싶어서요.

2학년 8반 최정수: 한겨레 잊지 않겠습니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73501.html
최정수.jpg

한겨레 잊지 않겠습니다에도 정수가 태권도 잘 했던 이야기는 나오는데요. 중학교 때 벌써 4단까지 땄대요. 저는 미성년자는 품띠(빨강/검정 반반 있는 띠)만 따는 줄 알았는데요. 어머님이 사진 보여주셨는데 정수는 체격이 좋아서 성인으로 심사받아서 그냥 4단 검은띠를 땄더라구요. 운동 진짜 잘 했던 거죠. 체격도 좋아서 고등학교 1학년 때 이미 185센티미터였대요. 운동선수 체격이었나봐요.

어머님이 8반 단체사진을 보여주셨는데요. 정수는 키가 크니까 가장자리에 서 있어요. 아마 단체로 뺨에 손가락 대고 귀여운 포즈 하게 됐나봐요. 근데 정수는 뺨에 손가락은 댔는데 너무 쑥스러워서 얼굴을 푹 찡그리고 있는 거예요. 점잖은 성격이었다고 하시더라구요. 사진에서 체격은 다 큰 어른인데 애기 같은 하얀 얼굴에 뺨에 검지손가락 대고 부끄러워서 얼굴 잔뜩 찡그린 모습이 너무 귀여웠어요. 집에서는 주말에 쉬는 때 혼자서 밥도 해 먹고 그랬나봐요. 후라이팬 들고 뭔가 심각하게(?) 요리하는 사진도 어머님 핸드폰에 들어 있더라구요. 

정수 생일은 3월 1일이었습니다. 2학년 6반 남현철... 지금도 실종 상태인 현철이랑 같이 생일이었어요. 

* 8반 단체사진은 공개하지 않습니다. 8반 뿐만이 아니라 반별 단체사진은 여러 명이 함께 있기 때문에 생존학생도 있을 수 있고 가족분들께서 아이들 사진 공개를 꺼리시는 경우도 있고 등등 대단히 예민한 문제입니다. 혹시라도 페이스북이나 인터넷 등에서 단원고 반별 단체사진을 보시는 경우 절대 공유하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부탁드립니다.

2학년 4반 강승묵: 한겨레 잊지 않겠습니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44645.html
강승묵.jpg

승묵이 왜... 수퍼마켓 맏아들 있잖아요? 부모님이 팽목항 갔다가 열흘 뒤에 돌아와 봤더니 수퍼마켓 셔터에 승묵이 무사귀환을 바라는 쪽지가 하나 가득 붙어있었다는 그 집 아들요.

20140421000237_0.jpg

어머니 말씀에 따르면 승묵이는 얼굴이 하얗고 늘씬한 체격이라 무슨 옷을 입어도 다 잘 어울렸다고 해요. 승묵이 어머님은 활달한 소년 같은 인상이신데요. 승묵이 보고 싶어서 요즘 많이 힘드시다고 하셨어요. 이 글 보시는 분들께 부탁드리는데요.. 꼭 누구 생일이 아니더라도 #1111 로 가끔 문자 보내서 아이들 기억한다고 말씀해 주시면 좋겠어요. 분향소 안이랑 가족대기실에 언제나 가족분들이 와 계시기 때문에 합동분향소 전광판에 문자 보내시면 가족분들이 보시거든요.

승묵이 생일은 3월 31일이었습니다. 

2학년 8반 임현진: 시사인 기사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20277
임현진.jpg

현진이는 외동아들이래요. 현진이 아버님께 생일 동영상 usb를 보내드렸더니 고맙다고 전화를 주셨는데 제가 깜빡 못 받았어요. 그래서 다시 걸었는데요. 컬러링 음악이 "천개의 바람이 되어"더라구요. 아버님은 어떤 마음으로 그 노래를 설정하셨을까요...

아버님 말씀이 유가족들끼리 모여 있을 때가 제일 마음이 편하다고 하시더라구요. 유가족 대기실에는 텔레비전이 있는데, 화면에 노란 리본이 붙어 있습니다. 가족분들 핸드폰이나 가방에도, 차 열쇠에도 물론 노란 리본이 달려 있구요. 차에도 온통 노란 리본입니다. 

현진이 생일은 5월 9일이었습니다.

10월 말에 다시 안산 갈 예정입니다. 가서 아이들 이야기 또 많이 듣고 오겠습니다. 그리고 여기 세월호 게시판에도 아이들 이야기 부모님들 이야기 다 말씀드릴게요.

세월호를 기억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출처 안산 합동분향소 가족대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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