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헌다28호 입니다.
어우, 이제야 감기가 좀 다 나아가는 느낌이네요.
몸살감기라 그런가, 근육통 비슷한 건 아직까지 있는 듯-
음, 이제 이 여행의 마지막을 써보려고 합니다.
생각해보면 고작 1박 2일로 후지산 인근 호수를 돌고 온 것 뿐인데, 무언가 장황하게 쓰고 있는게 아닌가 걱정도 되네요.
그래도 자게 분들께서 재밌게 읽어주셔서 이렇게 이야기를 매듭지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도 감사드립니다.
글을 쓰는데 큰 힘이 되었습니다.
자! 그럼, 마지막까지 같이 가시죠.
후지산 5대 호수를 원래 다 돌 계획이었던 우리 형제는 여러 가지 문제로 결국 중심에서 서쪽으로 펼쳐진,
가와구치코, 사이코, 쇼지코, 모토스코를 돌고서 국도 139번을 타고 호텔로 복귀했습니다.
그날 밤 편의점에서 산 도시락과 라면, 맥주를 마시면서 4개의 호수에 대한 감흥,
그리고 다음날에 마지막으로 가볼 마지막 호수, 야마나카코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야마나카코. 산 야마, 중 나카, 의 코, 호수라는 뜻의 이 호수는 후지산에서 거리가 가장 가깝기도 해서,
경치가 참 좋다고 하더군요.
작년에 형이 혼자서 이 일대에 왔다가 태풍이 불어서 후지산 업힐에 실패하고 그 다음 날 새벽에 이 호수를 찾았었다고 해요.
"이번 여행의 하일라이트는 아마도 야마나카코다." 라고 말하더군요.
우리는 일찍 잠자리에 듭니다.
자기 전엔 맥주를 마시면서 TV로 코시엔을 봤던 것 같아요.
고등학생들이 야구하는데, 정말로 엄청나더군요.
진짜 청춘 만화 같은 느낌.
아참, 일본에선 고교시절 코시엔 출전 선수라고 하면 꽤나 좋게 보는 풍조가 있다고 하더군요.
심지어 영업직 같은 취업에도 약간 도움이 된다고 하더군요.
그 선수가 프로가 되지 못하더라도, 고교야구로 코시엔에 섰다는 것만으로도 이익이 된다니.
이런 건 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일본에선 야구라는 게 인기가 있는 모양입니다.
몇 해 전 형이 말해주길, 보통 도쿄의 보통 30, 40대 남자가 즐기는 삶이,
회사에서 퇴근한 후 맥주를 마시며 요미우리 자이언츠 경기를 보는 것,
이게 일본 남자들의 소소한 일상 속 여유 정도로 인식된다고 하더군요.
아무튼 신기한 나라입니다.
잠이 든 건 한 자정 무렵, 사실 어떻게 잤는지 기억도 안납니다.
하지만 알람은 언제나 3시 57분, 3시 59분. 4시 3분.
3시 57분에 알람소리를 듣고 눈을 뜹니다.
라지에이터 옆의 자전거.
우리는 졸린 눈을 하고 씻지도 않고 바로 자전거 옷으로 갈아입었습니다.
그리 심한 정도는 아니지만 허벅지가 찌릿찌릿하더군요.
"오, 다리가 무겁다."
"그러게. 무겁다."
조용히 객실문을 열고 나와 다른 손님들께 피해가 가지 않도록 자전거를 들고 계단을 통해 로비로 내려갔습니다.
새벽 4시 무렵의 로비엔 아무도 없더군요.
데스크 위에 종이 하나 있어서, 슬쩍 흔드니 안쪽 나무문이 끽 열리며 어제 아침에 뵈었던 호텔 안내인 할아버지께서 졸린 눈으로 나오시더군요.
"아, 벌써 일어나셨습니까?"
"네, 이번에 야마나카코에 다녀오려고요. 실례지만 열쇠 좀 맡기겠습니다."
"네, 날씨가 쌀쌀합니다. 어두울텐데 아무쪼록 조심히."
"감사합니다."
우리는 호텔의 얇은 유리가 붙은 나무문을 밀고 밖으로 나왔어요.
그때, 우린 뒷통수를 얻어맞은 느낌을 받습니다.
세상에.
길이 하나도 안보여요.
하긴, 생각해보면 산 속에 새벽 4시 무렵.
그리고 이 호수 일대에는 가로등도 별로 없고 그마저 다 꺼져있었습니다.
건물들은 말할 것도 없고,
정말 도로가 안보이더군요.
우리는 도쿄에서 전조등을 가져오지 않은 게 여기서 큰 패널티로 다가오더군요.
"일단은 출발하자. 작년에 하코네 갈때도 좀 달리다보니 해가 뜨긴 떴잖아."
"그래. 가봅시다."
물론 가보자고는 했지만, 슬쩍 날씨 어플로 확인해본 일출 시간은 5시 30분이었습니다.
날씨 어플이 틀리길 바랄 수 밖에.
우리는 호텔의 내리막을 조심스럽게 내려가, 가와구치코 호수 주변을 도는 도로를 타고 달리기 시작했어요.
그래도 이 시간에 이따금씩 차들이 지나가주었기 때문에,
차들의 불빛이나 신호등, 미약한 자판기 불빛 등을 쫒아 방향을 확인했죠.
하지만 우리는 미로처럼 얽혀있는 작은 도심지 속에서 완벽하게 길을 잃었습니다.
자전거 내비게이션 방향도 이상했고, 우선 길이 잘 보이지 않으니 꽤나 해맸던 것 같아요.
멘탈이 붕괴되기 시작한 건 형입니다.
그는 빙글빙글 돌고 있는 내비게이션의 표적에 혼란스러워했죠.
잠도 덜 깬데다가 길이 안보이니까 뭔가 일이 제대로 안 풀린다는 느낌을 받았나봅니다.
우리는 이상한 내리막과 오르막, 지하 차도 등을 타다가, 나중에는 철길이 나오고 작은 밭과 주택지 사이의 좁은 골목길도 지나갔어요.
여기서 20분 정도를 날려먹은 것 같네요.
그러다가 형이,
"저기 도로 표지판 좀 보자."고 하며,
아무도 없는 4차선 도로에서 거의 머리 위에 있던 커다란 도로 표지판을 보기위해 고개를 치켜들었다가 그만 균형을 잃고 낙차를 합니다.
뒤에서 지켜보던 저는 나무토막 쓰러지듯 쓰러지는 형을 보며 '저 양반이 뭐하는 거지?' 란 생각이 떠오르더군요.
다행히 거의 멈추기 직전에 넘어졌기 때문에 큰 부상은 없었지만, 멘탈이 흔들리기 시작하더군요.
"와, 클빠링. 진짜 3년 만에 클빠링을 하다니!"
형은 새우처럼 옆으로 쓰러진 채 낄낄거리며 웃었습니다.
저도 같이 따라서 낄낄거렸지만, 속으론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저 양반 오늘 상태 안 좋은 것 같다.'
그렇게 일어서서 자전거에 오른 후, 표지판을 따라 도로를 달렸습니다.
넘어져서 당황스러운지, 아니면 텐션이 업되었는지, 갑자기 이 어둠 속 도로를 무조건 달리기 시작하더군요.
아무리 도로라고 해도,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거의 불이 켜 있지 않았습니다.
정말로, 정말로 어두웠어요.
뒤에 오는 차들, 앞에서 오는 차들의 불빛에 의지해야만 겨우 보일 정도로.
그나마 다행인 건 우리가 후미등은 있었다는 거죠.
후미등을 켜놓고 있으니 차들도 알아서 천천히 비켜가거나 하더군요.
그리고 정신없는 이 와중에,
얕은 업힐이 시작됩니다.
와, 길더군요.
그냥 계속 얕은 오르막길.
하긴, 야마나카코까지 가는 게 업힐길이라고는 알고 있었습니다만, 불도 없고 정신없는 와중에 업힐이라니.
그 즈음 제가 앞으로 나서서 먼저 오르기 시작합니다.
이땐 주변에 볼 게 하나도 없었어요.
안보이니까.
시간은 이제 거의 다섯시 가량.
저는 형을 진정시키기 위해 앞에 보이는 편의점으로 유도했습니다.
시간은 5시 3분, 후지요시다시 가미요시다 라는 지역인 모양입니다.
"정신없다. 일단 따뜻한 커피나 한 잔 하고, 우리 스트레칭도 안했으니까 좀 쉬었다가 가자."
"알겠다. 내가 사올게. 그 전에 화장실 좀."
저는 밖에서 기다리고 형은 안에 커피를 사러 갔습니다.
그리고 작년 하코네 글에도 말씀드렸듯, 일본에는 편의점 내에 화장실이 있고, 제가 알기론 무료이며 오픈입니다.
그래서 급할 땐 편의점 화장실을 이용하시면 될 것 같아요.
잠시 후 커피를 사오며 형이 그러더군요.
"와, 진짜 멘붕이었다. 딱 나왔는데 이렇게 어두울 줄이야. 게다가 길도 잃어버리고, 배도 아파오기 시작하고, 그러다 클빠링까지."
"어, 정신 없는 것 같아서 커피나 먹고 일단 좀 쉬자고 했다."
엇! 아쉽게도 이 편의점에선 코너 속의 코너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야한 잡지가 어디 있는지, 뒷 표지도 안보이더군요.
이렇게 잠시 쉬었다가 다시 오르기 시작합니다.
여전히 컴컴한 밤이더군요.
제가 선두에 서서 앞에 장애물 같은 게 있으면 뒤에 말해주면서 천천히 올라갔습니다.
확실히 날씨가 겨울 날씨더군요.
둘 다 윈드브레이커를 입고 와서 좀 견딜만은 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올라다가, 저 앞에 뭔가 좀 기묘한 형태의 장애물이 어렴풋이 보였습니다.
보였다기 보단, 뭔가 그런 느낌? 이 나더군요.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바로 뒤에 따라오던 형에게 말했습니다.
"앞에 뭐가 있는데, 크게 빠졌다가 가자."
그 옆을 지나갈 때도 뭔지 안보였습니다만, 느낌이 오더군요.
로드킬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1차선 도로 중간까지 나갔다가 다시 들어왔습니다.
그리고는 계속 올라갔어요.
만약 진짜 로드킬이었으면 뭐, 어떻게 해야 하나, 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죠.
이제 도심지가 끝나고 숲 같은 곳이 나오더군요.
우리는 숲 속 도로를 계속 타고 올라갑니다.
아마 산을 통과하는 중이겠죠.
그러다보니, 눈 앞 멀리 보이던 밤하늘이 차츰 밝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저 멀리 동쪽하늘 어딘가에서 밝아지기 시작했네요.
"오! 해뜬다!"
"이제 살았다."
아침 숲의 차가운 공기, 떠오르는 해를 보면서 우리는 힘차게 달렸습니다.
이제 슬슬 경사가 완만해지는게 느껴지더군요.
"이제 내리막 나오겠다. 거기만 내려가면 야마나카코다."
"오케-"
그리고 곧 내리막이 나왔습니다.
너무나도 반가워서 신나게 내려갔죠.
내리막을 내려오니 이제는 평지가 보이고, 저기 멀리에 후지산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평온한 호수가 하나 커다랗게 보이더군요.
야마나카코. 도착했습니다.
표지판 헌터 답게, 표지판으로 가장 먼저 쪼로록 달려가서 사진을 찍었어요.
야마나카코의 조용한 풍경.
이 모습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그리고 아무 것도 보이지 않던 어둠을 뚫고서 왔기 때문에,
형제는 무사히 살아왔다며 환희의 댄스를 췄습니다.
그렇게 한참 기뻐하고 있는데, 뒤를 돌아보니 바로 앞에 주차되어 있던 트럭에 한 어부께서 '뭐하는 놈들이지?'란 표정으로 보고 있더군요.
클빠링은 했지만 근엄한 표정으로 야마나카코를 보고 있는 형의 모습.
그렇게 호수를 구경했습니다.
호수 동남쪽으로 후지산이 있었는데요.
인근의 상가나 주택 때문에 잘 보이지 않더군요.
이 호수엔 아마도 본격적인 어업의 느낌이 있었습니다.
바다처럼 커다란 고깃배는 아니지만, 작은 보트가 여러 대 있었거든요.
그리고 새벽에 고기를 잡으러 트럭을 타고 나온 어부들도 여럿 보였고.
그렇게 호수를 구경하다가,
"이제 포토포인트로 이동한다!" 라고 하며 자전거에 올라타더군요.
그래서 따라나섰습니다.
표지판이 있던 곳에서 서쪽 방면으로 한 1킬로미터 좀 안되게 달렸나?
호수로 내려가는 비포장 도로가 있었고, 거기에 보트 한 척이 있더군요.
오, 보트?
작년에 형이 이곳에 왔다가 찍었던 사진이 떠올랐어요.
보트와 백조, 호수와 자전거, 그리고 후지산.
"아, 여기가 거기가?"
"어. 여기다."
도착했을 땐 하늘이 이렇게 화창하게, 아침이 되었더군요.
시간은 한 6시 정도였던 걸로 기억됩니다.
야마나카코 너머로 보이는 후지산의 모습, 그리고 여유로운 백조 무리들,
게다가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이 모습을 사진에 담기 위해서 한 네 분 정도가 열심히 셔터를 누르고 있었습니다.
커다란 대포를 들고서.
우리는 마침 쉬고 있던 보트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야마나카코에 비친 후지산의 모습은 정말 근사했습니다.
그리고 저 위를 유유히 흘러가듯 흐르는 백조들.
그런데 전 이 풍경을 보면서, 어째서인지 '파라마운틴'을 계속 떠올렸네요.
저런 이미지가 있었던가...
호수 위의 달과 후지산, 그리고 자전거.
정말 숨이 탁 트이는 것 같은 풍경이었어요.
후지산에게 개미햝기의 '적을 위협하는 포즈'를 취하는 저, 입니다.
저렇게 포즈를 취하고 있는데, 트럭 한 대가 내려오더니,
제 뒤에 가만히 서 있더군요.
뭔가 싶어 보니까, 이 배의 주인이신 어부님.
그는 눈빛으로 비켜달라고 이야기했기 때문에, 우린 죄송다하다고 하고 황급히 자전거를 끌고 호수 안쪽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렇게 앉아서, 사진 찍는 사람들과 백조, 호수, 후지산을 구경했어요.
"어때? 만족스럽나?"
"어. 흠, 사실 어제까지 후지산이 좀 지겨웠거든. 내가 그랬잖아. 무슨 동네 뒷산 같다고. 그런데, 또 이렇게 보니까, 되게 영험해보이네."
"뭔가, 임팩트있다."
"지금까지 내가 본 산의 풍경 중에 제일 멋진 것 같다. 보통 우리나라 산들은 산맥으로 이어져있으니까, 탁 트인 느낌을 받긴 힘든데."
"후지산은 고원 위에 더 높이 올라와있으니까. 주변이 평지처럼 보이지."
"멋지다. 만족한다."
"그래. 멋지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몸이 식어서인지 점점 추워지더군요.
저날 어플상 날씨가 영하 2도인가, 그랬던 걸로 기억합니다.
이제 야마나카코와 후지산에 작별인사를 할 차례입니다.
아침밥을 예약해두었기 때문에 먹으려면 슬슬 돌아가야했거든요.
봐도봐도 좋았어요.
우리는 이런 길을 달려 아까 표지판이 있던 주차장으로 가서,
아까 반가웠던 내리막을 이제는 또 급하게 올라갑니다.
거리가 길지 않아서 다행이었어요.
그리고 이어지는 1시간 동안의 내리막.
아주 편하게 오는 건 편하게 오는 거지만, 사실 오를 때보다 더 많이 쉬었습니다.
손발이 시려워서 죽을뻔!
방한장갑에, 슈커버까지 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발가락이 날라갈 것처럼 얼얼했고,
형은 손이 시려워서 견딜 수가 없다고 하더군요.
양지에 서서 손발을 녹이면서 가고 그랬어요.
그렇게 도로를 타고 쭉 내려가고 있는데, 갑자기 건너편에서 오던 차가 우리 차선의 절반까지 넘어왔다가 지나가더군요.
보니까, 아까 호수로 갈 때 로드킬이 아닐까, 했던 그 곳이었죠.
까마귀 한 마리가 죽은 고양이 곁에 맴돌다가 차에 놀라서 도망을 가더군요.
"아까 내가 밖으로 빠졌다가 오자고 한 데가 저기였나보다."
속으로 죽은 고양이의 명복을 빌어주며 왔습니다.
확실히 갈땐 어두워서 아무 것도 안보였기 때문에, 올땐 아, 이런 걸 지나쳤었나? 뭐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게 어느 정도 가와구치코 인근에 다다르게 되었는데,
이 주변의 도시가 되게 심플하고, 다 비슷비슷해서 방향감각이 좀 없어지더군요.
형제는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여기서 저쪽으로 꺾어서 가면 다 왔다, 싶었던 길이 있었는데요.
달리다보니 한적한 주택가. 부지도 넓게 쓰고, 큼직큼직한 소도시의 주택가였습니다.
계속 달리는데, 뭔가 좀 낯설어서 보니까,
우리가 가고 있는 방향의 저 멀리 지평선에 후지산이 뙇!
가만이자. 후지산이 눈 앞에 있으면 안되는데...
"후지산이 왜 있지? 우리 호텔은 후지산 등지고 가야하지 않나?"
"이 길이 아닌가벼."
"아닌가벼."
"ㅋㅋㅋㅋㅋ반대쪽이네. 우리 왜 이쪽으로 왔지?"
"둘 다 멍, 하다."
후지산이 있는 남쪽이 아니라, 가와구치코가 있던 북쪽으로 갔어야 하는데, 진짜 아무 생각없이 꽤나 멀리 갔다왔었네요.
호텔에 도착하니 아침 7시 15분.
로비는 텅 비어있었고, 아무리 벨을 흔들어보아도 사람이 나타나지도 않았어요.
방 열쇠를 받아야 빨리 들어가서 씻을텐데...
그렇게 로비에 어슬렁거리고 있으니, 이 호텔 손님들도 아침 산책을 가는지 나가시고 그러더군요.
아마, 이 호텔이 생길 당시, 1953년도? 그 즈음으로 추정되는 사진이 아닐까 합니다.
오른쪽에 있는 건물이 이 호텔이네요.
전망대가 있을 만 했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경치 좋았겠다.
로비의 모습.
스토브와 햇살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이 낡은 호텔은 조용했고,
...제발, 할아버지... 빨리 좀 오시지, 온천에 들어가고 싶구만...
형이 이런 사진을 찍어놨네요.
난방이 안되는지, 여기저기 스토브가...
그래도 기분 좋은 사진이네요.
그렇게 한 10분 정도 기다리니, 아침을 준비중이던 안내인께서 오셔서 열쇠를 내어주셨습니다.
그 분은 또 뉴페이스이자 또 다른 할아버지였어요.
그런데 그 분도 형을 기억하더군요.
아무튼 우리는 자전거를 들쳐업고 올라가서 후딱 옷을 갈아입고 온천으로 가 몸을 지졌습니다.
발이 시려워서 죽을뻔.
온전을 나와서 8시 30분에 예약되어 있던 아침식사를 8시로 앞당겨 아침 식사를 했습니다.
사진을 못구했네요.
일본 음식은 맛있는 건 맛있고, 입에 안맞는 건 안맞는 정도니까요.
밥이랑, 소시지+반숙, 미소된장+굵은면국수. 연어구이. 그 다음엔 기억이 안나네요.
식당에서 본 가와구치코의 풍경.
식당엔 사람들이 꽤나 많았습니다.
우리만 있다고 생각했던 건 아니지만, 생각보다 좀 많은 사람들이 있어서요.
식당이 그리 크다곤 할 수 없는데, 테이블이 거의 다 찼더군요.
아무튼 밥을 다 먹어치웠습니다.
깨끗하게 비웠죠.
배가 고팠으니까요.
아침 식사를 하고난 후에, 호텔 주변을 좀 걸었습니다.
어제 신었던 게다를 신고.
9시 즈음까지 산책을 하다가, 10시에 체크아웃이니까 이제 짐을 싸러 갑니다.
형이 알아보니, 호텔에서 가와구치코 역까지 차를 태워준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올라가자마자 자전거를 분해해 캐링백에 넣어버렸습니다.
옷은 다시 사이클 복장으로 갈아입었어요.
도쿄에서 내려서 형의 집까지 또 자전거 타러 가야하니까요.
방을 정리하고 나오니 9시 반, 체크아웃을 하니까 호텔의 할아버지께서 봉고차에 자전거를 실어주시더군요.
호텔에서 역까지는 차로 한 10분 정도 걸리는 짧은 거리였습니다.
역에서 내려 봉고차를 보내고 난 후, 사람들로 바글바글한 가와구치역에 도착해서야,
아, 이제 이 여행이 끝났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요런 게 있었네요.
아무튼, 우리가 도쿄로 가는 버스를 예약해놓은 시간은 11시 30분.
지금 시간은 근 10시.
1시간 40분이나 남았기 때문에, 형이 혹시 그 전에 버스가 없는 지 물어봤지만,
그 전의 버스는 있기는 하나 JR에서 운영하는거라 자전거를 실을 수 없으니 패스.
그냥 앉아서 1시간 반을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가와구치코 역 안에 기념품 판매장이랑 식당 같은 곳이 있었는데, 그 구석에 캐링백을 담처럼 쌓아두고서 앉아서 차를 기다렸습니다.
요런 걸 보면서 말이죠.
찍등 당시엔 후지산을 캐릭터화 한 게 귀엽다고 해서 찍었던 것 같은데,
사진을 보니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이렇게 버스를 하염없이 기다리는데, 제 옆에 중년의 일본인 부부가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있더군요.
그런데, 여성분의 말투가 뭔가, 애교가 있다고 해야하나, 약간 뭔가...
뭐라고 설명해야 하나...
이야기를 하는데, 꼭, 음. 이렇게 설명해보죠.
제가 부산태생이거든요. 그런데 서울분들의 말투를 들으면 보통 좀 나긋나긋하고 그런 느낌이 있어요.
약간, 그런 느낌이었거든요.
그래서 그냥 그 말투가 참, 음, 좋구나- 하고 있었는데,
이게 듣다보니까, 그 부인분께서 남편을 엄청나게 쏘아붙이고 있는거더군요.(...)
식겁함...
부부싸움하는데 상대가 존댓말을 하면서 쏘아붙이는 느낌이랄까...
그러다 아이들이 와서-그래도 금슬은 좋으셨던지 자제분들이 3남매시더라구요.
아이스크림 사달라고 하면, 부부가 동시에 그래~ 하면서 돈을 주고,
또 가고나면 여성분은 쏘아붙이고, 남성분은 변명을 하고...
예전에 우리 부모님들도 여행지에 오면 별 것 아닌 것 가지고 한 번은 싸우시더니만.
일본도 똑같구나... 뭐 그런 생각을...
아무튼 옆에서 못알아듣는 척하면서 앉아있다가, 버스 시간이 되어서 줄을 서고, 버스에 탔습니다.
그리고 도쿄로 다시 돌아왔죠.
오면서도 후지산을 바라보면서, 새벽에 도착해 느낀 그 감흥을 떠올리며 끝나가는 여행을 아쉬워했답니다.
도쿄에 와서는 또, 뭐, 도쿄역 앞에서 자전거를 착착 조립해가지고, 인파들 틈을 뚫고서 집으로 도착했습니다.
사람은 정말로 엄청 많더라구요.
역시 라이더들에겐 이른 아침이 더 편합니다.
음, 이렇게 후지산 5대 호수를 자전거로 돌던 여행이 끝이 났습니다.
기대하신 만큼 결과가 따라주었으면 좋겠지만. 으흠-
그때 느꼈던 감정들에 대해 최대한 많이 전달해드렸으면 좋았을걸... 하는 아쉬움도 좀 남긴 합니다.
그리고 떡밥이 다 회수가 안된 느낌도 들기도 합니다만,
그래도 이번 여행기는 여기까지겠군요.
음, 조만간 외전 격으로 일본에서 자전거 액션캠으로 찍은 영상을 올려볼까 하는 생각도 있거든요.
혼자서 열심히 편집을 배우고(...) 있습니다.
그럼 또 조만간에 글로 찾아뵐게요.
음, 아마 올 여름 쯤에 또 자전거 들고 일본을 갈 것 같아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세우는 중이지만,
그때 만약 가게 된다면,
지금 글보다는 좀 더 재미있는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기대해주시길ㅎㅎ
함께 긴 글 읽어주시며, 같이 여행해주신 분들 고생하셨어요.
감사합니다!
안전하고 즐거운 라이딩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