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예약 관련 응대 업무를 합니다. 이제 이년 정도 되어가니까 아무리 주위가 시끄러워도 대강 알아들을 수 있을 만큼 내공이 쌓였는데 오늘은 정말 심했네요.
목소리로만 봐서는 50대에서 한 60대 정도 될 것 같은 남성분이 전화를 하셨어요. 그런데 사투리가 심한 것은 둘째치고 발음이 굉장히 부정확하셨습니다. 우물우물도 아니예요. 그냥 말을 씹는 듯한? 입술을 제대로 벌리고 말을 하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발음이 부정확해서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더라고요.
시간하고 인원 수까지는 어찌어찌 알아 들었는데 성함을 정말 어떻게 해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고객님 죄송하다고, 잘 안들리니까 다시 한번만 말씀해달라고 하니까 귓구녕에 돌을 쳐박았냐는 막말이 대뜸 날아왔습니다. 솔직히 전화 응대 하면서 이런 막말 수도 없이 들어서 그러려니 하고 죄송하다고 다시 한번만 말씀해달라고 했는데 뭐라는지 정말 하나도 안들려요. 오죽하면 백성 민 할 때 그 민씨세요? 이렇게까지 했습니다.
그러자마자 니 지금 내가 경상도 사투리 쓴다고 놀리고 무시하냐고, 이런 썅년을 봤냐는 말이 나왔습니다. 근데 저 경상도 사람이예요. 그래서 아니라고, 저도 경상도 김천 출신이라고, 그런 의도 아니었다고 죄송하다고 진짜 수도 없이 사과했습니다.
솔직히 사투리가 아니라 고객님 발음이 문제라고 말씀드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있나요. 결국 옆에 부인 분이 받으셨는데 그때는 한번에 알아들었어요. 거기서 끝났으면 좋았을걸 다시 전화기를 뺏어드셔서는 야 썅년아, 너 이름이 뭐냐고, 너 이름이 뭐냐고 빨리 대라고 그러시는데 제 이름을 또 못 알아들으시더라고요. 그걸로 또 욕을 들었습니다.
결국 빨갱이년이 어쩌고 저쩌고(왜 이 욕이 나온건지 당최...), 너 부모가 교육을 어떻게 시켰냐, 너 조심해라 다음에 또 이러면 귓구녕을 찢어놓겠다 오만 소리를 다 듣고 전화를 끊었고, 컴플레인이 걸려서 윗분한테 불려가서 깨지고 일급 깎였어요.
진짜 짜증나고 서러워서 일 그만두고 싶은데 일손이 모자라서 그러지도 못하고
그냥 하소연이나 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