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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판 최후 진술을 보니 영화 '변호인' 봤던게 다시 생각나네
게시물ID : sisa_47296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유체이탈가카
추천 : 2
조회수 : 497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3/12/26 22:51:23
김용판의 최후진술 30분.. "제가 철면피한 역사의 죄인입니까?"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newsview?newsid=20131226213907996&RIGHT_REPLY=R1

재판부를 향해 허리를 깊이 숙여 공손하게 인사한 그는 입을 열었다.

준비된 최후진술 12페이지... 모든 공소사실 '부인'

"재판장님, 저는 먼저 재판장님과 재판부에 대해 진심으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지난 6개월간의 공판과정을 지켜보면서 시종 공정하게 합리적으로 소송 지휘를 하고 계시는 데 대해 많은 감명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지금부터 최후 진술을 하겠습니다."

목이 메이는 듯 그의 목소리는 약간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내 안정을 찾아갔다. 자신의 치안 철학에 대한 설명부터 시작한 그는 곧 자신을 법정까지 오게 한 국정원 여직원 김하영씨 사건으로 넘어갔다.

"저는 국정원 여직원이 게시글이나 댓글을 통해 대선에 개입하고 있다는, 소위 국정원 여직원 사건이 처음 문제되었을 때부터, 수사를 맡은 수서서장과 이를 지도하는 서울청 수사 간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사건은 우리가 아무리 법과 원칙에 의해 처리한다고 해도 어느 한쪽으로부터 비난받을 소지가 있다. 투명과 공정을 대원칙으로 하여 수사에 임하여야 한다. 어려운 때일수록 더욱 원칙을 지켜야 한다'라고 수차례 강조하였습니다."

그는 의혹의 대상이었던 '수기보고'에 대해 의도가 왜곡됐음을 토로했다.

"민감한 대선 정국에 있어서 디지털증거분석 내용은 언론을 비롯한 정치권의 초미의 관심사였습니다. 2012년 12월 14일 저녁 무렵 분석대상 컴퓨터에 걸려있던 보안락이 국정원 직원의 도움을 받아 해제되었다는 내용이 본청에 출입하는 기자를 통해 특정 언론 한 곳에서 보도되었습니다. 따지고 보면 그렇게 심각한 내용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언론사의 항의가 빗발쳤습니다.

그중 한 언론사에서 그날 저녁 저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정말 강력하게 항의했습니다. 저는 이 항의를 받음과 동시에 수사부장과 수사과장에게 전화했습니다. 다음날부터 저에게 분석 진행사항을 보고할 때는 구두로 해라, 필요시 메모를 보면서 간략하게 보고하라고 지시하였습니다. 언론사에도 엠바고를 요청하라고 지시하였습니다. 그리고 본청에도 행정보고서 대신 유선으로 간단히 보고할 수 있도록 협의하라고 하였고, 본청의 승인을 받았다는 보고도 받았습니다. 저 또한 본청장에게 보고하여 승인을 받았습니다.

이 사건에 있어서 보고받는 정점에 있는 사람은, 서울청에서는 서울청장인 저였고, 본청에서는 김기용 본청장이었습니다. 당시 본청장과 저는 공통적으로 분석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보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분석관들이 자율적으로 분석하여, 그 결과를 제대로 도출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완전히 의견이 같았기 때문에, 구두보고나 유선보고와 같은 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는 문서로 준비해온 최후진술을 또박또박 읽었다. 그가 준비해온 문서는 A4용지로 12페이지에 달했다. 그의 최후진술에 지금까지 법정에서 나오지 않았던 새로운 내용은 없었지만,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혼자 발언하는 시간인만큼 어느 때보다 표현이 직접적이었다. 그는 그런 표현을 사용해 모든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축소·은폐 지시한 사실 전혀 없다"

"이 사건은 물론 중차대한 사건으로 저 또한 처음부터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었으나, 분석결과 송부라는 부서간의 절차에 있어서는 평소에도 청장인 저에게 보고하거나 지침을 받는 영역이 아니었습니다. 동 사건 또한 저에게 아무런 보고도 없었고 저 또한 사전에 결과를 보내지 말라고 지시한 사실이 전혀 없습니다.

검찰은 디지털증거분석의 범위와 관련하여 이 또한 저의 지시에 따라 분석결과를 축소·은폐하기 위한 수단으로 개발된 논리라 호도하고 있습니다. 서울청 수사간부들은 일선에서의 수사경험이 많고 법률지식 또한 상당한 수준의 수사 전문가들입니다. 이들로부터 임의 제출자가 의사표시한 단서의 내용을 무시해서는 절차적 정당성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문재인 박극혜 후보 지지비방 게시글과 댓글을 찾는 것이 분석의 방향이다'는 취지의 보고를 받았습니다. 이에 저는 수사간부들과 직원들이 한번 더 지혜와 경험을 모아 법적으로 문제가 없도록 잘 살펴보라고 하였습니다."

그는 지난해 경찰 수사 초기 당시 검찰도 압수수색 영장 청구에 부정적이었다는 점을 다시한번 상기시켰다.

"2012년 12월 12일 아침, 수서경찰서장이 저에게 국정원 직원의 컴퓨터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지휘보고를 하였습니다. 저는 사건을 현장지휘하는 일선경찰서장의 의견을 존중하는 마음과 함께, 사안의 중대성에 비추어 검찰의 의견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는 경찰서장의 말에 공감하였기 때문에, 김기용 본청장에게 수서서 의견대로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건의하였습니다.

하지만 경찰청과 대검찰청에서는 이러한 영장청구와 관련하여 이미 협의를 하였었고 검찰측에서는 '검찰에 떠넘기기' 수사란 이유를 들어 영장청구에 대한 반대의견을 적극 밝혔습니다. 강제수사에 대해 이러한 소극적 입장을 보였던 검찰은, 제가 국정원의 입장에 서서 국정원의 혐의가 드러나지 않도록 결의하여 수서서에 분석정보 전달을 통제하는 방법으로 수서서가 강제수사를 하지 못하도록 하였다는 관점을 보이고 있습니다. 저는 검찰의 이러한 관점이야말로 적반하장의 독선적 관점이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경찰은 그런 조직이 아니다"... 검-경 대립으로 바라보는 시각

김 전 청장은 검찰의 기소 논리가 경찰 시스템의 이해 부족으로부터 비롯된 측면이 많다면서 경찰 구성원의 다양성을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 진술의 이면에는 자신을 기소한 검찰을 향해 '우리 경찰은 너희 검찰처럼 획일적인 조직이 아니다'는 주장이 깔려 있었다.

"경찰조직은 계급조직이라 하여 상관의 부당하고 위법한 지시를 반발 없이 무조건적으로 따르는 그런 조직이 아니며, 그러한 경찰관은 단 한 명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또한 순경공채, 특채, 간부후보, 경찰대학, 고시 등 서로 다른 계급별로 채용되는 등 다른 공무원 조직에 비해 입직경로가 다양하여 성향 또한 이질적인 면이 매우 강합니다.

특히 주관이 뚜렷한 직원들이 많아 사소한 불합리한 지시에도 자신들의 의견을 강하게 표현합니다. 하물며 위법, 부당한 지시가 있다면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조직문화를 이미 가지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 관련된 서울청의 수사간부들과 분석관들 또한 다양한 입직경로와 출신지역을 가지고 있으며 정치적 성향 또한 같지 않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검찰은 이 사건에 있어서 실제 경찰의 이러한 조직문화와 현실을 도외시하고 있습니다. 경찰조직의 상명하복 관계로 인해 당시 서울청장인 저의 부당하고 위법한 지시에도 저의 위력에 눌린 서울청 직원들이 별다른 이의 없이 동조하고 가담하였다는 취지의 시각을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제가 정말로 그러한 의도를 가지고 실제 축소·은폐 지시를 하는 등 부당하게 관여하였다면, 출생지역과 정치적 성향이 현저하게 다른 그들의 입에서 지금쯤은 다양한 형태의 양심선언이 줄을 이었을 것입니다. CCTV 동영상 내에서도 어떤 식이든 확실한 흔적이 남았을 것입니다."

검찰에 대한 전직 서울지방경찰청장의 비난 수위는 더욱 높아졌다.

"저는 저와 경찰에 대한 이러한 검찰의 비하적인 선입견과 짜맞추기 관점에 대해 지금 이 순간까지도 정말 경악하고 있습니다. 평소 검찰에 가졌던 제 나름대로의 존중의 마음자리에 너무나도 큰 충격과 실망만이 남아있습니다. 저는 검찰의 공소장을 볼 때마다 대한민국 검찰이 어떻게, 이런 상식적으로도 이해가 되지 않는, 황당한 기소논리를 내세우게 되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지게 됩니다.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검찰 주장, 결코 동의할 수 없고 절대 인정할 수 없다"

최후 진술은 절정으로 치닫고 있었다. 그는 더욱 의미가 강한 단어를 사용하며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저는 지금 이렇게 법정에 서 있습니다. 제가 경멸하다시피 했었던 정치경찰이란 오명을 덮어쓴 채 이 자리에 서 있습니다. 그것도 개인 영달에 눈이 멀어 조직을 팔아 대선에 개입한 역사의 죄인이요, 철면피한 자로 매도되어 이 자리에 서 있습니다.

너무나도 참당한 심정입니다. 억울하고 분한 마음에 수많은 나날을 불면으로 지새우고 있습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저 뿐만이 아니라 서민들의 삶의 질에 가장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국가의 중추기관인 경찰조직 전체가 범죄조직 같은 비난을 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정말 감내하기 어려운 고통이요 아픔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분명하게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당시 서울청 디지털증거분석팀에서 도출해낸 분석결과는 '문재인·박근혜 후보에 대한 지지·비방 게시글, 댓글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었고, 이 분석결과는 누구의 외압에 의해서 나온 것이 아니라 당시의 분석관들이 자율적인 분위기에서 책임있게 도출해낸 결과였습니다."

그는 논란이 되었던 지난해 대선을 사흘 앞둔 날(12월 16일) 밤 11시 중간수사결과 발표에 대해 언급했다. "왜 고뇌가 없었겠냐"고.

"다만, 이 분석결과를 작년 12월 16일 중간수사결과 발표형태로 밤 11시에 발표함에 있어서, 발표시기와 관련하여 어찌 망설임과 고뇌가 없었겠습니까. 결과가 나오면 나오는 그대로 바로 발표한다는 대원칙이 있었고, 엠바고의 결렬로 언론 보도가 예상되는 상황이었으며, 내부적인 논의과정과 경찰청장의 승인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결정과정에 있어서는 제 자신이 당시 가장 중요한 위치에서 판단을 한 그 자체는 부인하고 싶지 않습니다.

제가 만약 지금도 그 당시와 똑같은 상황에 직면한다면, 그 때와 마찬가지로 고뇌는 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지만 결국은 '어려운 때일수록 원칙을 지킨다'는 그 기준대로 똑같은 선택을 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저의 당일의 이러한 중간수사결과 발표 결정과정 자체가 책임을 져야하는 위치에 있다면, 제가 비록 그 책임에 동의는 하지 않더라도, 감내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고뇌는 있었지만 원칙대로 했다는 그는, 다시 한번 검찰에 화살을 돌렸다. "짜맞추기 수사와 짜맞추기 기소"를 한 것은 검찰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제가 처음부터 특정후보를 위해 축소·은폐의 의도를 가지고, 직원들에게 허위의 분석을 하게 하고, 이러한 허위의 분석결과를 미리 계획한 날짜와 시간에 맞춰 발표토록 하고, 그 분석결과 마저 수사팀에 알려주지 못하게 하거나 부실하게 알려주도록 하여, 수사팀의 수사를 방해하였다는 검찰의 주장은, 전혀 실체적 진실이 아닙니다. 저는 결코 이에 동의할 수 없고, 절대 인정할 수 없습니다.

검찰은 경찰의 중간수사결과발표는 저의 축소 은폐 지시에 의해 이루어진, 짜맞추기 분석에 따른, 짜맞추기 발표라고 하면서 저를 국기문란적 범죄행위를 하였다는 취지로 기소하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자리에서 오히려 검찰에 되묻고 싶습니다. 검찰이야말로 저를 기소함에 있어서, 잘못된 선입견에 기초하여 짜맞추기 수사에 따른, 짜맞추기 기소를 한 것이 아닙니까?"

맞은 편에 앉아있던 박형철 특별수사팀 부팀장(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부장)을 비롯한 검사 3명은 묵묵히 듣고 있었다. 할 말이 많은 표정이었지만, 지금은 피고인 최후진술 시간이었다.

내년 2월 6일 선고기일

"지금까지 공정하게 재판을 진행해 주시고 이렇게 최후진술의 기회를 주신 재판장님과 재판부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공정한 판결이 있을거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최후진술을 마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다시 한번 재판부를 향해 허리 숙인 깊은 인사를 하는 것으로 김 전 청장의 최후진술이 끝났다. 약 30분에 걸친 긴 발언이었다. 이범균 재판장은 검찰을 향해 "하고 싶은 말이 많겠지만 서면으로 해달라"고 말했고, 검찰도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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