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젊은 직장인입니다.
어제 아침은 아침밥을 먹다 수저를 놓고 바로 뛰쳐나갔습니다.
아버지께서 철도노조파업에 대한 말을 먼저 꺼내셨습니다.
"왜 정부에서 민영화가 아니라고 하는데 믿지를 못하나...신문 읽어보니..." 답답해졌습니다.
어머니가 "전두환 때처럼 다 잡아들여야하나" 라고 말을 꺼내시는 순간, 화를 억누르고 수저 딱 내려놓고 바로 집을 나갔습니다.
"지난주에 서울시청광장에 촛불집회갔었는데, 전두환 때였으면 나도 최소한 군화발에 짓밟혔겠네요."한 마디 할 걸 그랬습니다.
오늘 아침 동아일보 1면은 북한의 "전쟁위협 말폭탄"이더라구요. 어머니께서 "전쟁나는거 아니야, 어휴" 라고 말을 꺼내십니다.
1면을 보니 저도 순간 걱정은 되더라구요. 아휴 전쟁은 정말 무섭습니다.
하지만 "왜 하필 이런 시기에...(28일 총파업을 염두해두고)"라고 말을 던지니, 어머니는 철도노조파업 얘기를 살짝 꺼내십니다.
딱 하나만 일관되게 말씀하십니다. 돈 많이 받는 사람들이 왜 그러냐고. 공기업이 다 적자나면서 돈 엄청받는다고.
윗 집 누구누구는 철도공사 거기 다니는데 아직 젊은데도 니 아버지보다 더 벌어서 큰 아파트 이사간다고...(신문에서 본 문구 + 아줌마통신의 시너지)
그래서 왜 파업했나에 대해, 그들의 임금에 대해 설명해드려도, 똑같습니다. 파업한 이유 따위는 애초에 모르셨습니다.
SNS괴담 믿지 말랩니다. (괴담에 가까운 근거없는 과장성 SNS 찌라시도 있긴 하더군요.)
결론은 이랬습니다. "나이들면 안정을 찾게된다. 세상 어지러운게 싫다. 안정적인게 좋다."
기분좋지 않게 집을 나섰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모두 못 배우신 분들도 아니고, 대도시에서 중산층으로 살아오신 분들입니다.
TK출신도 아니시고 골수 한나라-새누리당 지지자도 아니십니다. 쭉 그쪽으로 찍어오신 것 같긴 합니다만 평상시에 정치에 크게 관심 없으시고 맹목적인 정치적 신념도 딱히 없으십니다. 다만 저녁먹고 앉아있다 공중파 뉴스가 보이면 보는거고 사은품 챙겨주는 동아일보를 계속 보시는 것 뿐이지요. 콘크리트층은 아니라는 겁니다.
저는 유권자의 10%는 제 아버지, 어머니 같은 분들 이라 생각합니다. 경제적으로 크게 어려움은 없고, 나이도 들만큼 드셨습니다.
정치에 크게 관심을 갖지 않으십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이것 저것 머리아프게 신경쓰기 싫으신 겁니다.
신문과 뉴스에서 떠들면 시끄럽고 소란스러워 불쾌하고 신경쓰이고 괜시리 불안하신가 봅니다.
20대~30대층에도 의외로 비슷한 사람들 많습니다. 뭐 저도...뭐...음...그리 떳떳하진 않습니다.
오유 하다보면, 그냥 인터넷 서핑하다보면, 또 비슷한 나이 또래 사람들과 지내다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와 비슷한 정치적 입장을 가졌다고 착각하게 되요. 최소한 지금 정권 만큼은 모두가 싫어하는 것처럼 느껴지죠. 그런데 실상은 안그래요.
내 아버지, 어머니 같은 분들이 생각을 바꾸셔야 나라가 바뀐다고 봅니다. 그렇게 하려면 결국 내가 나서야겠더라구요.
자신이 혹은 자기 자식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으면 이런 분들은 바로 생각을 바꾸십니다. 하지만 저는 그러지 않을꺼에요. 그건 너무 드라마틱하잖아요.
우선 오늘 바로 ㄱㅎ신문 구독신청 했습니다.(ㅎㄱㄹ할까 ㄱㅎ할까 고민하다가 요새는 경향이 자주 나오니까...하아. 갑자기 광고같네요..아닙니다)
동아일보는 그대로 둡니다. 뭐 어머니가 사은품 때문에 조선이나 중앙으로 바꾸신대도 좋구요.
저는 올해 초부터 집에서 신문을 안봤습니다. 정확히는 댓통령님 패션쇼가 1주일에 2번이나 1면에 나오는 것을 목격하고 쓰레기 취급했습니다.
저도 이제 2013년 부터는 집 거실에서 신문 읽으려구요. 두 신문 다 볼 껍니다. 저부터 거실에서 그러고 있으면, 시간나실 때 읽을거 찾다가 읽으시겠죠.
그러다 한마디하실 수도 있구요. 그러면 저도 같이 보면서 얘기 한마디 더 하지요. 제 나름의 방식으로 천천히 저와 제 주변을 바꿔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