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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카웃과 학교와 담력테스트
게시물ID : humorstory_36521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시우처럼
추천 : 0
조회수 : 40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02/21 23:12:04

제가 초등학교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어릴적, 부모님은 제가 리더십 넘치는 21c 인재가 되길 바라셨는지

저를 보이스카웃에 강제 입단 시키셨죠.

사실, 그런 부모님의 결정을 제가 흔쾌히 따랐는지, 아님 싫어했는지는 기억이 나진 않습니다만,

군대도 아닌 것이, 왜 저는 그 어린 나이에 그런 모진 고초를 당해야 했던 걸까요?

4학년때부터 보이스카웃을 했었던지라, 가슴에 사슴 배찌를 붙이고 5, 6학년 선배들의 따까리 역할을 해야 했습니다.

처음엔 촌티나는 단복을 입고 다녀야 한다는 것이 맘에 들지 않아 있는 힘껏 저항했지만

이제 11살이 된 꼬꼬마가 무슨 힘이 있겠습니까.

결국 저는 보이스카웃에 처참히 뼈를 묻게 되었습니다.



(제 사진은 아니지만 저것과 똑같은 옷을 입었었죠.)

 


세월을 흘러 저는 6학년이 되었고 가슴에 호랑이 마크를 단 보장이 될 수 있었습니다. 보장이라는게, 보이스카웃은 6명 정도의 보로 나뉘어지고, 그 보의 장을 보장이라고 부르지요. 보통 4학년 때부터 보이스카웃을 한 아이가 보장이 되고 5학년 때 부터 한 아이들은 보부장이 됩니다. 존재감이라곤 1밀리리터도 없는 제가 인생에 있어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어떤 집단의 우두머리가 되었던 유일한 시기였지요.

 

그리고 때는 여름, 저희 학교 보이스카웃은 여름 때면 학교에서 캠핑을 하고 놀아제끼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집이 불과 10분 안에 있는데도 코펠이며 가스 버너를 가지고와서 밥도 해먹고 요리도 하고, 탠트치고 자고 그랬었죠.

캠프파이어도 하고, 장기자랑도 하는, 벅쩍지근한 축제의 시간들. 아 오늘도 즐거운 하루였어. 제가 이끌었던 보는 보장이 적극적이질 못해서 장기자랑 같은데는 나가지 못했지만 그냥 가만히 바라만 봐도 즐거운 시간들이었습니다. 물론, 걸스카웃도 있었지요. 걸스카웃트 옷은 남자 옷과는 다르게 이뻤던 것 같은데. 어쨌든, 그 때는 여자고 뭐고 나발이고 그런 거 없이 그냥 만사가 즐겁고 유쾌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런데 예년과는 다르게, 캠프파이어의 불이 다 꺼지고, 어느덧 학교 외벽에 걸린 대형 시계도 12시에 가까워지고 있었는데도 담당 선생님들은 학생들을 재우지 않았습니다. 들리는 풍문으론 오늘 밤, 뭔가 엄청난 이벤트가 있다고 하더군요. 호기심이 동해 여기저기 알아보고 다닌 결과 담력 테스트를 한다는 소문이 여기저기서 돌고 있었습니다. 세상에. 이것이야 말로 자다가 청천벽력 두들기는 소리가 아니겠습니까? 소식을 들은 저의 보원들은 두려움에 부들부들 떨었습니만, 저는 점짓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담담하게 운명의 시간을 기다렸습니다.

 

이읔고,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호출했습니다. 보장이었던 저는 아이들을 대표해서 앞으로 나갔죠. 선생님은 손가락으로 현관을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저리로 가서 각층을 돌아 올라가면 된다. 선생님의 손가락이 우리가 가야할 길을 천천히 훑었습니다. 우리는 선생님의 손끝을 따라 시선을 옮겼고 마침내 그의 손이 멎은 곳에는 환하게 불이 켜진 교실이 보였습니다. 자, 그럼. 1보 조장, 보원들 데리고 앞으로 나와. 선생님의 표정이 살아있는 사신의 모습처럼 보였습니다. 얼마지나지 않아 1보 아이들이 두려움으로 눈동자를 굴리며 나타났습니다. 그들은 자신에게 일어난 상황을 이해 못한 듯 혼란 스러워 보였지만, 선생님은 그들을 지옥의 입구로 내몰았습니다. 어둠이 넘실대는 현관 위로, 착하고 바른 어린이가 되자는 문구가 유령처럼 희미했습니다. 불려나온 1보의 아이들은 그렇게 천천히 어둠 속르오 사라졌습니다. 1보가 사라지고, 2보가 사라지고. 아이들의 수가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남아 있는 아이들이 점차 하얗게 굳어갔습니다.

 

"5보 나와."

 

마침내 저희 보의 이름이 선생님의 입에서 흘러나왔습니다. 저는 애써 담담한 척 아이들을 이끌고 앞으로 나섰습니다. 괜찮아. 내가 앞장 설테니까. 따라오기만 해. 심장이 쿵쿵 뛰었지만 저는 선배의 위엄을 보이고자 노렸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학교 안으로 한발자국. 두 발자국. 심연에서 흘러나온 어둠이 점차 우리를 집어삼켰습니다. 초승달조차 비치지 않는 어두운 밤. 간신히 손으로 벽을 더듬으며 앞으로, 앞으로. 조금씩 주변의 사물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1층에서 지그재그로 본관과 별관 계단을 올라 4층에 있는 교실로 가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애써 담담한 척 했지만, 아이들이 붙잡은 제 팔이 작게 떨려왔습니다. 사실, 저 역시도 밤에 화장실을 못가던 것에서 벗어난지 얼마 안되던 때였습니다. 귓속에서 천둥이 울리는 듯 맥박이 울렸지만 견뎌야 했습니다. 보장으로써의 체면이 제 발을 천천천히 앞으로 이끌었습니다.

 

그리고 계단을 돌아 위층으로 올라가던 바로 그때였습니다.

 

"끼아악!"

 

갑작스러운 괴음에 저는 깜짝놀라 그자리에서 우뚝 멈춰섰습니다. 그러자 이번엔 변성기가 오지 않은 비명소리가 뒤에서 깨진 유리창 처럼 터져나왔습니다. 저는 앞 뒤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에 뇌속이 포멧되는 느낌이었지만 간신히 정신을 수습하고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러자 여자아이 두명이 서로의 몸을 붙잡은 채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아 뭐야, 허탈한 마음에 저는 안도하며 꽉 쥐었던 주먹을 풀었습니다. 여자애들은 아직도 공황 상태인지 제자리에서 움직이지도 못한채 떨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먼저 올라갔던 여자애들 중에 낙오가 된 것이 분명했습니다. 아 진짜, 괜히 사람 놀래키고 난리야. 울컥 짜증이 솟구친 저는 바닥에 떨어진 간의 먼지를 털며 그녀들을 지나쳤습니다. 어쨌든 여기에 오래 머물고 싶진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조금씩 걷다보니 이대로 놔두면 저자리에서 옴싹달싹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혹시 우리랑 같이 가겠느냐고 물어보러 저는 몸을 뒤로 돌렸는데. 그런데, 여자애들의 모습이 보이질 않았습니다. 분명 움직이는 소리는 듣지 못했는데. 미간에 서늘한 기운이 흘렀습니다. 그녀들이 서있던 곳은 애초부터 그랬다는 것처럼 서늘한 시맨트의 질감을 번들거릴 뿐이었습니다. 난 지금 누구를 만난거지? 방금 저기에 서있던 여자애들 어디로 갔는지 봤느냐고 아이들에게 물었지만, 아이들은 혼이 나간 듯 헬쓱해져 대꾸가 없었습니다. 


우리학교가 예전엔 공동묘지였대. 언젠가 친구가 장난치듯 말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어두운 밤, 12시가 되면 학교 복도를 배회하는 귀신이 있다는 이야기가 떠오르자. 온 몸의 털이 곤두서는 느낌이었습니다. 제가 걸음을 멈추고 있지 아이들은 불안한 듯 저를 부추겼습니다만, 저 앞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 그녀들이 있을지도 모르지, 어쩌면 짤린 다리를 들고 외발로 쿵쿵, 뛰면서 어 넌 다리가 두개네? 하고 달려들 것 같았습니다. 이곳에 머물러선 안되겠다. 생각한 저는 서둘러 걸음을 옮겼습니다. 가만히 있다가는사방에서 무서운 것들이 튀어나올 것 같았습니다. 한글음 한걸음 날듯이 계단을 올랐습니다. 가는 와중 어디선가 인체 해부 모형이 불쑥 튀어나고 해골뼉다귀가 튀어나왔지만, 그런 것들은 어느새 허접하게만 느껴졌습니다. 그것보다도 피부에 와닿는 어둠이 싫었습니다. 그것의 감촉은 뱀의 혀처럼 차가웠습니다.

 

마침내 목적지 근처에 다다르자, 교실에서 흘러나오는 빛이 오로라처럼 복도를 물들이고 있었습니다. 저는 날듯이 교실안으로 뛰어들어갔습니다. 그리고 고난 끝에 당도한 교실 안에는, 선생님이 어서와 공포체험은 처음이지? 하시며 잘라놓은 수박을 나눠주시는 것이었습니다. 저희는 공포에 질려 숨을 몰아 쉬면서도 눈 앞에 나타난 수박을 걸신들린듯 먹어치웠습니다. 마치 수박의 시원한 맛이 우리를 구원해 주는 것처럼 먹고 또 먹고, 씨앗이 와작와작 씹혀도 개의치 않고 먹었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올라갈 때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빠르게 학교 건물을 빠져나갔습니다. 밖으로 나와 다시 바라본 학교 건물이 마치 마왕성처럼 검은 기운을 마구 흩뿌리는 듯 했으나, 어느새 다시 일상으로 우리는 빠르게 복귀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에 와서야 생각해보건데 그때, 그 여자들은 뭐였을지... 아마도 학교에서 배치한 다크호스일지도 모르겟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습니다. 하긴, 인체모형이니, 호박얼굴이니, 헤골뼉다귀 보다, 살다보니 사람이 더 무서운 것은 사실이었으니 선생님들은 아마도 우리에게 어떤 메세지를 전하고자 하셨던 것이 아닐까요는 개뿔. 다음날 새벽 6시에 아이들을 깨워서 뒷동산을 올려보낸 그 선생이 미친 사람이지. 아니, 이젠 귀신이라도 이젠 여자사람이라면 반가울 지경이라 만나면 인사라도 나눠보고 싶은 심정이라는것이 함정이로세. 후후후



(당시 마주쳤던 인체 모형의 모습. 하지만 당시 나에겐 아웃 오브 안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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