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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나비효과
게시물ID : panic_4731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정디
추천 : 7/4
조회수 : 2131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3/05/10 20:53:20

친구야, 잘 지내니? 나는 잘 지낸단다. 난 아직도 10년 동안 출판사에서 일하고 있어. 정말 네가 지금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구나. 5년 전 만났을 때는 네가 학원 수학교사를 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무엇을 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는구나.

부디 좋은 일을 하기 바란다. 그래, 네가 너에게 편지를 쓴 이유는 너의 안부를 묻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5년 전에 일어났던 일에 대해 말해주기 위해서이기도 해.

나는 5년 전 월요일 아침 점심시간에 친구 한 명과 같이 커피숍에 들렸어. 우리들은 각각 종업원을 불러 에스프레소 한잔과 아메리카노 한잔을 시켰지.

커피들이 만들어지기 전에 친구와 함께 이야기를 나눴어. 뭐 세상 돌아가는 일이나 사소한 이야기들 말이야. 그런데 그 때 친구가 아까 주문을 했던 종업원 남자 한 명을 가리키고는 이렇게 말하는 거야.

"저 남자 너무 못생겼지 않았니?"

친구가 가리킨 남자 종업원의 얼굴을 봤더니 여드름투성이의 얼굴에 쫙 늘어진 눈이 있고 머리카락은 헝클어져 있었고 인중에는 깎지도 않은 수염이 주렁주렁 달려있었어. 정말 누가 봐도 못생겼더라고. 그래도 난 친구에게 사람 얼굴 갖고 비난 하는게 아니라고 했지.

그런데 그게 문제였어. 그 종업원이 우리들의 이야기를 들었던거야. 종업원은 얼굴이 울긋불긋 해지더니 갑자기 만들던 커피를 바닥에 집어 던지면서 우리에게 성큼성큼 걸어오는거야. 그 행동에 내 친구는 정말 어이가 없다는 듯 나에게 속삭였어.

"어떡해? 아무리 못생겼다고 해도 저건 좀 심한 것 같지 않니?

내 친구가 발을 동동 구르면서 내게 말했어. 나 또한 어떻게 할 것인지 발을 동동 굴렀지. 그 남자 종업원은 어느 새 우리 테이블 앞에 도착했어. 그러고는 우리에게 큰 소리로 외치는거야.

"어떻게 이 카페까지 와서 못생겼다고 놀림을 받아야 합니까?"

그 남자는 대단히 화가 난 것 같았어. 이제 이 카페는 때려 친다는 식으로 외친 것 같았어. 아마도 우리 말고 여러명에게 그런 말을 들은 것 같았나봐. 그런데 그 때 남자 뒤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어.

"거기, 학생! 이렇게 커피를 집어던지고는 왜 손님들한테 따지는 건가?"

주인의 말에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우리를 쳐다보았어. 우리들은 부끄러웠지. 그리고 내 친구가 종업원한테 못생겼다는 말만 안했으면 이런 일은 없었다고 난 생각했어. 어느 새 그 남자는 주인에게도 따지려고 들었어.

"이 사람들이 내 빌어먹을 얼굴 가지고 놀렸 다고요!"

남자는 가게가 떠나가라 소리를 질렀지. 그 남자의 말에 카페 안에 있던 사람들과 다른 종업원들도 창문 밖에 있던 사람들도 이곳을 보았어.

"너 어떻게 할 거야? 저 남자 되게 화났잖아!"

나도 친구에게 따지듯이 물었어. 친구는 남자의 행동에 겁에 질렸는지 막 울려고 하는 거야. 내 친구는 겁에 조금만 질려도 금방 울어버리는 성격이어서 넌 이해가 가지 않을지도 모르는데 정말 울려고 했어.

친구가 울려고 하는 걸 남자와 커피숍 주인과 가게 안의 사람들과 창 밖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보았지. 나는 어쩌다 일이 이지경이 됐는지 한숨을 쉬었어. 내가 그 남자에게 사과를 하려고 말하려는 찰나, 주인이 남자에게 말했어.

"이 자식이! 어서 사과해!"

남자는 죽어도 싫다고 했어. 내가 왜 이 여자에게 사과해야 되냐고 따지듯이 말했지.

"제가 대신해서 사과드리겠습니다. 저희 종업원이 매우 무례한 짓을 저지른 것 같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주인의 말에 나는 정말 낯 뜨거웠어. 솔직히 친구의 잘못인데 왜 우리가 사과를 받아야 했나 했지. 난 친구의 표정을 봤어. 친구는 괜찮다는 듯이 말하는 것 같았어. 

나는 솔직히 친구의 행동에 대해 화가 났고 종업원에게 연민을 느꼈어. 그래서 난 남자에게 말했지.

"아뇨. 저희 잘못이에요. 제 친구가 먼저 이 남자 분의 얼굴에 대해 욕을 했어요. 오히려 사과를 할 쪽은 우리에요."

남자는 얼굴에 대한 이야기가 또 나오니깐 욱했어. 이제는 내 친구가 아니라 남자가 울 것 같았어. 사람들은 모두 우리를 쳐다보지, 남자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아 올랐지, 주인은 남자의 멱살을 잡으면서 어서 우리한테 사과하라고 따지지, 친구는 울고 있지.

정말 미치겠더라고. 난 이 궁지 속에서 빠져 나올 생각을 했지.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어쩔 수가 없더라고. 

그런데 그 때 손님들 중 한명이 우리를 말리려고 왔어. 그 손님은 남자였는데 종업원과 반대로 키가 호리호리하고 얼굴이 되게 멋졌었어. 

그게 또 문제였던거지. 종업원은 그 손님을 보자 이렇게 말하곤 그 손님에게 냅다 주먹을 갈겼어.

"난 잘생긴 놈들이 싫어!"

주먹을 맞은 남자는 코피가 철철 난 거야. 난 그제서야 종업원이 사이코라고 결정을 내렸지. 그런데 문제는 그게 아니었어. 그 남자도 종업원에게 주먹을 날린 거야. 종업원은 나가 떨어졌지. 그 덕에 테이블이 부서져 버렸어.

순식간에 커피숍은 난장판이 되어버렸 지. 그런데 안에 있던 사람들 8명중에 경찰에 신고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더라고. 오히려 심심한데 잘 됐다는 생각을 갖고 그 장면을 즐기는 것 같았어.

그래서 난 경찰에 신고하려고 휴대폰을 눌렀어. 그런데 하필이면 배터리 잔여량이 얼마 안 남았던거야. 정말 어이가 없었어. 그래서 난 친구에게 휴대폰을 빌려달라고 고개를 돌렸는데 친구는 울고만 있고 내 말은 전혀 듣지 않는거야.

어느 새, 카페는 엉망이 되 있었고 두 사람은 완전 애들처럼 싸우고 있었어. 주인은 어디간지도 몰랐고 사람들은 다 나가고 없었어. 난 정말 정이 메말랐다고 생각했지. 나도 그냥 울고 있는 친구를 데리고 나갈까 생각했어. 그런데 그 때였어.

"빨리 안 떨어져!"

두 사람이 싸우고 있는 곳에 어느 새 주인이 물걸레 자루를 가져와 땅을 치면서 외쳤어. 두 사람은 지레 겁을 먹고 서로 떨어졌지.

나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았어. 그들은 마치 투견들을 간신히 떼어 놓은 모습이었어. 가뜩이나 헝클어진 종업원의 머리는 이제 사자 갈퀴 같았고 여기저기 얼굴에 여드름이 터진 자국하며 완전 모습이 거지꼴이나 다름없었더라고.

그런데 그에 비해 잘생긴 남자는 별로 망가진 곳이 없었어. 굳이 있다면 조 금 찢어진 재킷과 얼굴에 약간 상처만 있었지, 그 밖에 별로 다친 곳은 없었어. 

종업원은 말하지도 마. 잘생긴 남자가 싸움을 더 잘했는지는 몰라도 종업원의 얼굴은 상처투성이에다 이빨 하나가 깨져 입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어.

정말 사건이 더 큰 사건을 낳았어. 난 정말 이해가 가지 않았어. 시작은 내 친구로 시작이 됐는데 왜 지금은 이들이 싸우고 있나라고 말이야.

주인은 사건이 심각해지더니 그제서야 경찰을 부르더구나.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고 우는 친구를 다독이려고 자리에서 일어났어.

그런데 또 그때였어.

갑자기 종업원이 울부짖으며 뒷문 창고로 달리는 거야. 처음에 나는 왜 그가 창고로 가는지 이해를 못했어.

그가 다시 전쟁터로 돌아왔을 때는 우리 모두 비명을 질렀어. 다른 종업원 들이며, 싸우던 남자며, 주인이며, 나와 친구며, 모두 말이야. 

왜 그랬는줄 아니? 그래, 5년전에 뉴스를 봤다면 알거야. 아주 유명한 사건이었지. 그 종업원은 식칼을 들고 있었어. 난 또 생각했지. 어떻게 못생겼단 말에 식칼까지 드는 상태가 벌어질 수가 있는지 말이야. 

내가 그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는 가게 문을 상과 의자로 막고 있었어.나가지도 들어오지도 못 하는 상태가 된 거지. 그가 문을 막은 후 10분쯤이 지났을 까, 그 때 경찰차가 가게 앞에 도착했어. 그러나 경찰들은 가게 안으로 들어오지 못했어. 그래서 그들은 문을 열려고 특수부대들을 불렀지.

그 때 종업원은 식칼을 휘두르면서 막 뛰어다니고 있었어. 우리들은 도망을 가면서 그에게 정신 차리라고 말했지.

"닥쳐!"

종업원이 우리에게 말했어. 그 때도 내 친구는 계속 울면서 바닥에 주저앉았어. 

또 그 때였지. 가게 밖에서 어떤 경관이 확성기로 무슨 말을 외치는 거야. 아마도 그는 이렇게 말했을 거야.

"문 열어! 안 열면 폭파시키겠다!"

그 말은 우리들을 생각하지 않는 말이었어. 폭파 말고도 다른 방법이 있었을 텐데 왜 굳이 폭발시키려는지 난 이해가 가지 않았어.

종업원은 경찰들의 말을 무시하고 먼저 싸웠던 남자를 찌르려고 그 에게 달려들었어. 그러나 그는 종업원의 식칼을 간신히 피하고 카운터에 있는 커피포트로 종업원의 머리를 깨부수려고 했어. 하지만 종업원은 그가 커피포트를 잡으려고도 하기 전에 다시 식칼로 찌르려고 돌진하는 중이었지. 남자도 다시 피하려고 했는데 팔에 식칼이 스쳐서 남자의 팔이 베여버렸어. 그 남자는 비명을 지르고 말았지. 

그 때 네가 종업원의 표정을 봤다면 기절했을지도 몰라. 정말로 연옥에 있는 악마 같은 표정이었어. 아직도 그 표정을 기억하면 몸이 다 떨려. 얼굴이 흔히 썩은 미소라고 불리는 표정으로 마구 덮였어. 나는 정말 그가 사이코 같다고 생각했지. 정말 처음 봤을 때는 평범한 사람처럼 느껴졌는데 말이야.

그런데 또 그때였어.

경찰들이 문을 폭파 시켰던거야. 여러 가지 잔해들과 유리 파편들이 가게 앞으로 쏟아졌어. 우리들은 모두 몸을 웅크렸지. 나는 그 때 친구를 봤는데 그녀는 이제 울기보다는 실신한 상태였어.

종업원은 문이 폭파된 것에 당황한 나머지 식칼을 들고 창고로 나와 내 친구, 충격에 빠진 남자를 끌어당긴 후 문을 닫고 안에 있는 쇠붙이와 무거운 자재 같은 것으로 다시 창고 문을 봉쇄하기 시작했어.

제 2차 봉쇄작전이 시작 된 거지.

창고로 오지 못한 나머지 종업원들과 손님들, 주인은 경찰들에 의해 구조 됐어. 난 지금 다른 종업원이었던 여자와 친분을 갖고 있는데 그녀는 아직도 그 사건을 떠올리면 치가 떨린다고 해. 나도 정말 지금 편지를 쓰는 순간에도 자꾸 이걸 생각해야만 하니, 온 몸이 떨려.

그래도 여기까지 썼는데, 지금 와서 그만 쓴다면 좀 허무할 것 같기도 해. 

경찰들은 재빠르게 사라진 종업원에게 욕을 퍼부은 다음 가게 안에 있는 창고 앞에서 확성기로 다시 소리쳤어.

"장난하나! 지금 안 열면 인질로 잡고 있는 사람은 어쩌려고!"

그건 완전 협박보다는 간청이었지. 나는 이게 경찰인가 했어. 그래도 그들이 우리를 구해주리라는 것을 믿었기 때문에 희망을 가졌었어.

그런데 그 때였어.

종업원이 갑자기 창고 안에서 칼을 떨어뜨리더니 울먹거리면서 우리한테 말했어.

"내가 무슨 일을 저지른 거야. 정말 내가 무슨 일을 저지른 거죠? 난 그냥......"

그 말에 칼에 찔린 남자가 말했어.

"이 개자식아! 너 정신이 있는 거야! 너 때문에 모든 사람이......"
"아뇨. 저 사람 때문이 아니에요!"

내가 외쳤어. 그래, 정말 종업원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 아니었어. 그 원인은 바로 내 친구였지. 너도 이 글을 계속 읽었다면 알거야. 이 사건의 원인은 종업원이 아니라 내 친구란걸.

"지랄맞은 소리하네! 왜 사건의 원인이 저 놈이 아니라 이 여자지?"

어느 새, 남자의 부드러운 면은 사라지고 거친 면이 폭발 하기 시작했어. 아, 물론 저 남자는 종업원이 우리에게 화를 내기 직전까지 커 피를 마시고 있었겠지.

"제 친구가 종업원 분에게 못생겼다고 했어요."

내 말을 듣자 남자는 매우 화를 내기 시작했어.

"정말 미쳤어. 미쳤어. 못생겼다고 해서 식칼까지 들었다고? 거짓말 하지 말고 사실을 말해봐!"

나는 정말 그렇다고 대답했어. 그러나 남자는 믿지 않았지.

그런데 또 그 때였어.

계속 울고만 있던 내 친구가 드디어 말을 꺼낸 거야. 그 말은 이랬지.

"그래! 거짓말 하지 말고 사실을 말해!"

나는 정말 어이가 없었어. 사실을 말했는데 사실을 말하라니? 내 친구가 정말 원망스러웠어. 최악의 순간에서는 친구고 뭐고 아무 것도 없다는 걸 난 그 때 깨달았지.

"입 닥쳐!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저 여자가 날 욕하지만 않았으면 됐고, 저 놈이 말리지만 않았으면 됐고, 저 여자의 친구는 그 친구와 같이 커피숍에만 안 왔으면 됐고, 난 참기만 하면 됐단 말이야!"

종업원의 말이 옳았어. 정말로 친구와 나는 커피만 마시면 됐었고 저 사람은 말리지만 않았으면 됐고 종업원은 참기만 했으면 됐을 일이야. 그런데 사고의 연계성이 우리를 갈라놓았던 거지.

"내가 이 커피숍에만 안 왔으면! 그놈의 돈 때문에!"

종업원이 어린 아이처럼 울기 시작했어. 그런데 또 그게 문제였던거지. 칼에 찔렸던 남자가 종업원이 울고 있는 틈을 타, 떨어뜨린 식칼을 낚아채려고 종업원을 덮쳤어.

종업원의 앙숙이라고 해야 하는 남자는 재빠른 종업원 때문에 땅바닥에 떨어진 식칼을 줍는 것을 실패하고 말았어. 나는 안타까웠지. 만약 저 남자가 칼을 주웠었다면 우리는 구조될 수 있었으니깐 말이야.

다시 그 남자들은 식칼을 잡지 못한 채 서로 또 싸우기 시작했어. 식칼 쟁탈전이 시작 된 것이지. 그리고 내 친구는 또 다시 울기 시작했어. 그 때, 창고 밖에선 경찰들이 계속 진을 치고 있었어. 아마도 인질들을 구하기 위한 작전을 짜고 있었나봐.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그 때 확성기에서 경관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어. 그 말에 종업원은 남자와 식칼을 쟁탈하는 것을 멈추고 경찰들에게 외치기 시작했지.

"난 단지 사과를 받고 싶어!"
"뭐, 뭔 사과?"
"난 내 얼굴이 못생겼다는 말에 대해 사과를 받고 싶단 말이다!"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경관은 종업원의 말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어. 어쩌면 그게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지. 경관은 우리에게 다시 말했어.

"누구한테 사과를 받고 싶단 말인가?" 
"이 여자한테 말이다!"
"아니, 그니깐 그 여자가 누구냐고!"

경관이 화를 내기 시작했어. 그러자 종업원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아마도 종업원은 당사자들끼리 해결하자는 심정이었겠지.

"난 아무도 안 해쳐! 원하는 건 돈도 아니야! 그냥 사과를 받고 싶다고! 그러니깐 너네들은 가만히 있어!"

종업원은 그 말을 끝내고 내 친구에게 다가가서 어깨를 흔들었어.

"어서 사과해! 나한테 못생겼다고 한 걸 취소하란 말이야!"

그 말에 내 친구는 울면서 웅얼거렸어.

"진짜 - 로 - 못 - 생겼는데 - 어떻게 - 그 - 말을 취소해요."

나는 솔직히 친구의 말에 웃음이 좀 났어. 어떻게 그렇게 심각한 상황에서 웃음이 나왔는지는 지금 편지를 쓰는 순간까지도 이해가 가지 않아. 종업원은 친구의 말에 분노하면서 다시 어깨를 흔들기 시작했어.

"다시 말해! 내 얼굴이 못생기지 않았다고 빨리 말하란 말이야!"

종업원은 계속 울고 있는 친구에게 외쳤어. 그런데 또 그 때였어. 칼에 찔렸던 남자가 내 친구에게 정신을 팔고 있던 종업원에게 식칼로 어깨를 찔렀어. 종업원은 비명을 질렀지. 남자는 이제 해냈다는 표정을 짓고 미소를 지었어.

"이해가 안가! 정말로 이 해가 안가! 난 정말로 이해가 안 간다고! 어떻게 커피를 마시러 왔는데 내 외모만 욕하고 가는 사람이 수백 명이나 되는 거지! 난 정말 참고 참았단 말이야! 그래서 그만 두고 싶었지만 난 돈이 없었어. 그렇다고 다른 일자리를 구하자니 내 외모 때문에 써 주지도 않았단 말이야. 정말 난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종업원은 절규에 가까운 소리를 질렀어. 나는 정말 종업원이 불쌍했어. 그 때 남자가 칼에 스친 팔을 누르면서 우리에게 외쳤어.

"정말로, 당신들을 돕는 게 아니었어. 나도 저 종업원과 별다른 것이 없었지. 그래, 나도 커피를 마시면서 신문을 보며 아르바이트 일자리를 구하고 있었어. 그런데 그 때 당신들이 싸우고 있는 걸 보았지. 난 오늘 기분도 꿀꿀한데 선행 좀 해볼까 하고 다가갔는데 현재는 이 상태라니, 아니 어떻게 말 한마디에 이 경우까지 올 수가 있지?"

남자의 말을 듣자 종업원도 남자도 내 친구도 나도 경찰들도 모두 말이 없어졌어. 왜 그랬는지는 몰라도 모두 그 말에 동감해서 그랬나 봐. 나도 그 말에 동감했어. 내가 그 말과 이 사건에 동감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내 어린 시절과 관련 돼서 그런 것 같았나 봐. 내가 어린시절에 겪었던 일을 안 쓰면 네가 매우 궁금해 할 것 같아서 쓸게.

내가 7살 때

내가 7살 때는 서울이 아니라 청주에 살았었어. 내가 태어난 곳이 청주이기 때문이야. 그래서 난 거기에서 유치원을 다니고 있었어.

어느 날, 나는 친구들과 놀고 나서 휘파람을 불면서 집으로 오고 있었어. 공원 앞에 다다랐을 때였을까, 내 앞으로 어떤 흰 나비가 지나가는 걸 보았지. 

아마도 어린 애의 심정이었을까,어렸던 나는 그 흰 나비를 따라가기 시작했어. 마치 난 그 나비에 홀린 듯 그 흰 나비가 가는 데로 끌려 다니고 있었어.

공원에서 시작해 다리, 학교, 주택가, 도로. 흰 나비는 나를 어디론가 계속 끌고 갔어. 나는 나비를 쫓아가는 걸 포기하기는커녕 노을이 질 때까지 쫓아갔지.

흰 나비는 계속 날아가다가 드디어 어떤 꽃에 멈추었어. 그 나이에는 그 꽃의 이름을 몰랐었는데 지금에서야 그 꽃의 이름을 알게 되었지.

그건 바로 흰 동자꽃이었어. 흰 나비와 어울리는 색깔이었지. 잠시 후, 흰 나비는 흰 동자꽃에서 영양분을 듬뿍 섭취한 뒤 다시 날기 시작했어. 나는 다시 흰 나비의 아름다움에 빠져 흰 나비를 쫓아갔지.

그런데 그 때였어.

흰 나비가 그만 거미줄에 걸리고 말았던 거야. 나는 그 어린 심정에 어떻게 할 까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지.

잠시 후, 거미줄의 주인인 화려한 무늬의 거미가 진동을 느끼고 거미줄에 걸려있는 나비 밑으로 스르르 내려왔어. 흰 나비는 자기의 죽음이 눈앞에 다가왔다는 걸 느꼈는지 더 이상 몸부림을 치지 않았어. 나는 흰 나비가 불쌍했어.

그래서 난 어쩔 수 없이 자연의 섭리를 깨고 흰 나비를 도우기로 결심했지. 나는 거미가 흰 나비를 잡아먹기 전에 주위에 있는 나무 막대기를 주워 거미줄을 휘젓기 시작했어. 그러자 거미는 당황한 듯 재빨리 자기의 집을 버리고 떠났지.흰 나비는 나의 도움 때문에 극적으로 구조 된 것이야.

나는 흰 나비가 살아난 것에 대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그런 생각을 하다가 주위를 둘러보았지. 주위엔 나무들이 많았고 노을이 벌써 졌는지 달이 고개를 빼꼼 내밀고있었지. 처음 보는 길이었어. 나는 집에 어떻게 돌아갈까라는 생각을 하다가 겁이 났지.

나는 그 어린 심정에 어떻게 할 까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어.

그런데 그 때였어.

흰 나비가 갑자기 내 주위를 돌면서 마치 나에게 따라오라는 날갯짓을 했어. 그래서 난 흰 나비에게 이렇게 말했었지.

"나비야 어디 가니?"

흰 나비를 처음 봤을 땐 안했던 말을 지금 했던거야. 그 흰 나비는 내 말에 응답한 듯, 다시 어디론가 날아가기 시작했어. 나는 그 흰 나비가 나에게 길을 알려주리라고 생각하고 다시 따라갔어. 숲에서 빠져 나와 도로로 진입하고 주택가로 들어가기 시작했어.

그런데 흰 나비가 알려주는 길은 아까 왔었던 길이었어. 흰 나비가 길을 잃어버린 나를 위해서 길을 알려줬던 거지. 그렇게 계속 오다가 아까 처음 만났던 그 길로 흰 나비가 진입하기 시작했어.

그리고 흰 나비는 아까 만났던 그 곳에서 멈췄지. 그런데 그 곳에는 내 어머니가 날 간절히 찾고 계셨어. 그래, 내가 나비를 만났던 곳은 놀이터였어. 어머니는 나를 보더니 꼭 이렇게 말하곤 꼭 껴안으셨어.

"정말 어디 갔었니? 이 엄마가 널 얼마나 찾았는데!"

그러나 난 엄마의 말에 주의를 기울이기 보다는 놀이터 뒤쪽으로 날아가는 그 흰 나비를 보았었지.나는 흰 나비를 계속 따라가고 싶었지만 엄마의 품 속 때문에 그 흰 나비를 쫓아가지 못했어.

그리고 난 그 흰 나비가 사라지는 것을 보았지. 아마 다음 달 이었을까, 내가 흰 나비를 따라갔던 놀이터는 태풍이 와서 그네가 끊어져 바람에 날아갔던 것으로 기억해.

그 저 우연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왜 흰 나비가 갔다 오고 난 이후로 몇 년째 웬만한 태풍에도 끄떡없던 놀이터의 그네가 왜 무너졌을까? 난 아직도 그게 궁금해.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넌 남자의 말과 흰 나비와 나의 모험이 무슨 상관이 있나 이해하지 못할거야.그래 너라면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겠구나. 

혹시 '나비효과'라는 카오스이론을 아니? 이 '나비효과'라는 말을 처음 제시한 사람은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N. 로렌츠라는 사람인데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다음 달 지구 반대편에서 큰 폭풍이 몰아칠 수 있다는 카오스 이론이지.

그러니깐 아주 미세한 것으로 아주 큰 사건을 낳을 수 있다는 거야.이제 이해가 가겠니? 친구의 말에 인질극까지 벌어지는 사건이 이것과 관련 있다는 것을.

그래서 그 남자의 말에

그래서 그 남자의 말에 종업원은 피가 철철 나는 어깨를 잡고는 울먹이면서 말하기 시작했어.

"정말 내가 왜 이랬을까? 여러분 정말 미안해요. 내가 그냥 참기만 했어도."

그건 솔직히 앞뒤가 안 맞는 말이었어. 아까는 친구가 원인이라고 하더니 지금은 또 자기가 잘못 했다고 그러니 난 종업원에게 짜증이 나기도 했고 동정이 가기도 했어. 

"이제 문을 열죠. 우리 모두 진정하고 화해합시다. 이유가 뭐 어떻게 됐든 진정해요. 저도 팔이 베인 게 너무 아픕니다. 그리고 내가 종업원을 식칼로 찍었으니 저 사람은 얼마나 아파할까요. 정말 저도 왜 찔렀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느 새, 남자의 반말과 후회는 어디가고 존댓말이 뿜어 나오기 시작했어. 내 생각에 그는 이 사건을 빨리 해결하고 종업원을 감방에 쳐 넣고 집에 가길 원했을 것 같다고 생각해. 어쨌든 종업원도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고 나도 이제 문을 열자고 했지.

그래서 그 남자는 창고 문 뒤에 세워진 상과 의자와 각종 잡동사니들을 쓸어내린 다음 창고 문을 열었어. 그리고 우리는 구조되고 종업원은 경찰들에 의해 체포되고 남자는 심문을 받은 뒤 병원에 갔어. 나는 친구를 다독여주고 산산조각이 난 커피숍의 문을 열고 밖을 살펴봤어.

그 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구경을 하고 있었는데 그 중에 아까 그 주인도 있었어. 그 주인은 아까부터 그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던 거야. 주인아저씨는 나와 친구에게 말했어.

"몸은 괜찮죠? 내가 아르바이트로 고용할 때는 저러지는 않았는데 말이죠. 저 자식이 맨 처음 고용해달라고 할 때는 얼굴이 너무 못생겨서 솔직히 거 부감이 들어 안 시켜줄려 했는데 간절하게 부탁하는 바람에 동정심에 해 주었는데 이 자식이 가게를 이따구로 만들어서......"

주인이 노발대발했지. 그 바람에 콧수염이 바람에 휘날려서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되어버렸지. 그리고 심문을 끝으로 사건은 끝이 났어. 사건의 계기로 우리 모두는 알고 지내게 되었는데 지금 그들은 이렇게 지내고 있어. 그들의 소개를 끝으로 편지를 끝맺을게.

주인은

주인은 가끔씩 나와 연락을 하는데 요즘에는 뜸해졌어. 아마도 그가 바쁘기 때문이 아닐까. 그의 콧수염은 매력적이었는데 말이야.그리고 가게의 수리비용은 보상받았대.

다른 종업원

다른 종업원, 그러니깐 사건을 일으켰던 종업원 말고 다른 종업원말이야. 아까 그녀에 대해 잠깐 소개 했으니깐 넘어갈게.

잘생긴 남자는

잘생긴 남자는 현재 일자리를 구했다고 해. 그는 레스토랑에서 웨이터를 맡고 있다고 하는데 그럭저럭 살만한가봐. 여자 친구를 사귀었다는데 한번 만나봤어.예쁘긴 한데 좀 어리버리해서 그를 곤란하게 할 것 같아.

사건을 일으켰던 종업원은

사건을 일으켰던 종업원은 현재 교도소에 있어. 그는 지금 정말 후회하고 출소하면 앞으로 잘 살아보겠다고 해. 그리고 앞으로의 소망 은 돈을 저축해 성형수술을 받는 거래. 출소하는 날은 다음 달이라고 편지가 왔던데.



난 잘 지내고 있어. 아직도 출판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지. 아냐, 솔직히 말해서 조금 게으름을 피워. 으, 직장이야기는 그만두고 우리 언제 한번 만날래? 정말 네가 보고 싶어. 어떻게 변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만나면 그 동안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하자. 정말 할 이야기가 많거든.

산 낙지를 억지로 먹었다가 병원에 실려 갔던 일말이야. 그 사건 너도 기억하지? 아직도 그 사건을 기억하면 정말 웃음이 안 나와. 그 때, 난 정말로 숨이 막혀서 죽는 줄 알았어. 그래서 뉴스에 '20대 여성 산 낙지 먹다 식도 막혀 숨져.'라고 뜰 줄 알았단 말이야.

넌 이 사건 이야기만 꺼내면 되게 웃던데, 난 진짜로 몇 번이나 말하지만 죽는 줄 알았어. 아무튼 산 낙지는 넘어가고 내 가족들의 현황을 소개할게.

아버지는

아버지는 1년 전 회사에서 은퇴하셨어. 만년 과장으로 은퇴를 해 버리셨지. 그리고 지금은 바둑에 푹 빠지셨어. 집을 찾아가면 항상 바둑방송을 보시면서 바둑을 두시곤 해.

어머니는

어머니는 요리에 푹 빠지셔서 항상 총각김치며, 젓갈이며, 야채들이며 직접 담그신걸 보내주시곤 해. 난 괜찮다고 말했지만 남는 것이 음식이라면서 계속 보내주셔. 항상 난 어머니에게 감사해.

남동생은

남동생은 이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의대에 입학해. 의사가 꿈인 남동생은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어. 난 남동생이 너무 자랑스러워.

그럼 연락 줘

그럼 연락 줘. 휴대폰 전화번호는 알고 있지? 그 때 네 휴대전화에 내 번호를 저장해 놨을거야. 음, 오늘이 11월 20일 이니깐 다음 주에 전화 해줘. 네가 시간이 될 때 전화해도 되고. 

네가 빨리 보고 싶다. 우리 만나면 같이 한번 여행이나 가자. 그리고 지난번에 있었던 일도 모두 잊고 말이야. 만나는 장소는 전화로 통해서 정하자. 그런데 웬만하면 커피숍은 정하지마. 너도 알다시피, 난 이제 커피숍이면 진절머리 났거든. 다음 주에 전화 해줘. 그럼 안녕!






















그런데 넌 겁에 조금만 질려도 금방 울어버리는 성격이어서 이해가 가지 않고 기억이 나지 않을지도 모르는데 그 때 정말 많이 울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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