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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추가 많이 아픕니다..
게시물ID : animal_3681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Now_regret
추천 : 21
조회수 : 1206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3/02/22 14:09:32
어떻게 글을 써야 할지 모르겠네요.
어제 저녁 일인데 아직도 울분이 터지고, 지금 후추 모습 보면 마음이 먹먹합니다.

며칠 전 늦은 시간에 집에 돌아와보니
아침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아이 얼굴에 털이 듬성듬성 빠져 있더군요.
근처 동물병원은 모두 문을 닫은 시간이고, 놀란 마음에 분양 받았던 펫샵 매니저에게 연락을 취했습니다.
(후추는 설 당일에 김포 대형 펫샵에서 분양 받았습니다)

사진을 찍어 보냈더니
"곰팡이성 피부병이다. 큰 질병은 아니니 놀라지 말고,
병원에 데려가면 장삿속으로 주사나 약물치료를 권할텐데 그렇게까지 할 필요없으니 병원엔 데려가지 말라."
며 저를 병원에 데려가겠단 저를 말리더군요.
택배로 연고를 보내줄테니 집에서 치료하라 했습니다.

전화를 끊은 후 고양이 커뮤니티에서 알아보니 곰팡이성 피부병이 맞았고
다들 한 번씩은 그 병으로 고생을 하길래 집에서도 치료 가능하겠거니 하고 이틀정도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어제 저녁에 동물병원에 후추 끌어안고 갔는데
진료실에서 몇 번을 울었는지 모르겠네요.
(병원도 집사님들이 추천하는 곳 물어물어 믿을만한 곳으로 갔습니다)

우선 아이 개월수를 묻기에
샵에서 말했던대로 11월 22일 생이고 오늘이 3개월째 되는 날이라고 대답을 했더니
의아하단 얼굴로 아닌 것 같다 하시더군요.

치아가 난 상태며 아이 몸무게가 350g밖에 되질 않는데 3개월은 말이 안된다구요.
거기서부터 시작해 이것저것 검사를 받았습니다.

우선 피부병은 곰팡이성이 맞았고, 심각한 수준이라 등이며 배, 얼굴 등 몸의 반 이상의 털을 밀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확대해서 보게 된 귓속도 엉망이었고 진드기가 살았던 흔적이 있다 하시더군요.
또 눈 상태(잘 뜨지 못하고 눈물, 눈곱 등)와 호흡상태 역시 건강치 못했고
먹은 사료를 체내에서 흡수하지 못하고 모두 변으로 배출해내고 있다더군요.
(여지껏 먹는 양은 많았는데 이상하게 살이 전혀 붙질 않았었습니다)

가장 문제가 되었던 것은 아이의 체격이였어요.
너무 약한 탓에 약물치료도, 주사도 모두 해주지 못했습니다.
털을 밀고 피부 소독, 연고를 발라주는 것, 그리고 영양제를 먹이는 것 외에는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더군요.

진료실 뒷편에서 털을 밀 때 들리던 후추 울음소리,
그리고 소독약이며 연고 때문에  축축해진 몸으로 진료실에 돌아와 제 품에 안겨 바들바들 떠는데 정말 억장이 무너졌네요.

아이를 분양받을 때 병원에서 체크해야 될 다섯가지 사항을 말씀하시며
우리 후추의 상태는 어떤지 일일이 짚어주시는데
어느 부분 하나 '이쪽은 건강하니 안심해도 좋다'는 부분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경우 계약서를 확인하고 돌려보내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고,
돌려보내지 않는다면 제 각오가 확실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더군요.

물론 돌려보낼 생각은 추호도 없어서 제가 맡아 치료하겠다 했습니다.
그렇게 품에서 떨어질 생각을 않는 아일 겨울옷으로 감싸 끌어안고 집으로 돌아왔네요.
집에 돌아온 후에도 한참을 그렇게 제 품속에 얼굴을 파묻고 떨어질 생각을 않았습니다.

도대체 이 작고 약한 것이 무슨 죄가 있다고 이런 일이 닥친걸까요.
손바닥만한 아이 털이 다 밀렸고, 치료도 할 수 없을만큼 약한 몸이라뇨.

너무 억울하고 화가 나서 어째야 될지 모르겠습니다.
막말로 그 펫샵(우리나라에서 제일 크다며 온갖 사탕발림을 다 하던!)을 오유 말마따나 인실좆시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네요.

이 외에도 억장 무너지는 말들을 한시간 가까이 들었네요.
지금 제 옆에서 웅크리고 자고 있는 모습 보니 가슴이 먹먹합니다.

샵 분양이란 것, 이런 일 비일비재하겠지요.
아이 나이를 속이고 건강상태를 속이고, 속이는 것은 둘째치더라도 그런 열악한 환경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

제발 저같은 피해자가 두 번은 없길 바라며 글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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