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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쓰려다가 피곤해서 잠든 후 이제 쓰는 설
게시물ID : soda_473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루나틱프릭
추천 : 25
조회수 : 3584회
댓글수 : 32개
등록시간 : 2016/11/28 10:19:43
아직 피로가 안 가셨으므로 음슴체




요즘 기차가 말이 아니다.

특히나 무궁화호는 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좌석은 꿈도 못 꿀 정도로 만차인 경우가 많았다.

나는 역시나 코레일 앱을 켜 놓고 연신 새로고침을 연타하며 입석이 예약 가능으로 바뀌길 희망하는 중이었다.

그렇게 새로 고침을 한 열 댓 번 눌렀을 때 갑자기 나타난 '좌석' 하나가 나의 눈에 들어왔다.

누가 채갈 세라 얼른 결제를 하고 허공에 대고 승리의 미소를 날리며 플랫폼으로 향했다.

예상대로 기차는 인도의 그것을 방불케 했다.

통로는 물론이거니와 열차 카페, 열차와 열차 사이의 그 공간과 심지어 화장실까지 사람이 없는 곳이 없었다.

만약 이 기차에 탄 사람들이 미니언이고 '나'라는 챔피언이 열차를 처치하면

아마 코어템 4개를 일시불로 뽑을 수 있을 정도였다.

그 와중 나는 승리자였기에 내가 예약한 좌석을 향했는데 거긴 누군지 모를 노파가 앉아있었다.

 "어르신 여기는 제 자린데요."
 "내가 다리가 아파서 그러는데 좀 양보해 주면 안되겠어요?"

나는 살아계실 적 불효했던 할머니 생각이 나기도 하고

어차피 목적지까지는 얼마 걸리지도 않기에 일단은 그런다고 하였고 근처에 서 있었다.

문이 열리는 취이익 소리와 함께 무궁화호 승무원이 나타났다.

보통 검표를 할 때는 좌석은 내버려두고 입석만 검사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 역시도 해당사항이었다.

 "학생 표 좀 보여주십쇼."
 "아 여기가 제 자린데 일단 양보해 드린겁니다."

검표를 하던 승무원이 알겠다고 하려는 찰나 할매가 한 마디 했다.

 "아니 여기가 내 자리인데 무슨 소리냐?"
 "?????"
 "????????????"

너무 어이가 없어 그 자리에 굳어 있었더니 검표하는 사람이 묻는다

 "진짜 어르신 자리 맞아요?"
 "그럼 내가 이 자리 계속 앉아 있었는데 내 자리지"
 "표는 있으세요?"

노파는 역정을 냈다.

 "새파랗게 젊은 놈이 내 자리를 뺏으려고 하는거다 (대강 이런 뉘앙스였다.)"
 "학생 표 좀 보여줘봐."

얼탱이가 상실한 나는 그저 코레일 앱을 켜서 내 자리로 표시된 티켓을 보여주었다.

 "할머니 표 좀 줘보세요"

몇 분의 언쟁이 오간 뒤 밝혀진 사실은 그 할매는 무임승차였다는 것이다.

 "따라오세요."

승무원이 할매를 데리고 어디론가 사라지고 난 후 
나는 옆에 서 있던 다른 어르신에게 자리를 양보하였다.

어르신께서 건넨 단팥빵 하나가 너무나도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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