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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과거] 산문 - 바보
게시물ID : readers_473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끊임없이
추천 : 1
조회수 : 196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2/12/02 01:37:33
눈을 맞으며 그녀가 서 있었다. 혼잡한 거리안에 사람들 사이에 그녀가 홀로 서 있었다. 마지막으로 본 기억속의 그녀가 고등학교에 다니며 교복을 단정하게 입었던 그 모습까지 한순간에 떠올릴 수 있을 만큼 그녀는 그때와 변함이 없어 보였다.

그녀는 내쪽을 바라보지 않은채 핸드폰만 한손으로 바쁘게 보고 있었다. 누구일까 연락을 하는 걸까 아님 무언가를 찾는 걸까 혹여나 그녀의 새로운 남자친구일지도 모른다.

한참을 그렇게 뒤쪽에서 바라보다 그 모습에  염려했던 상황이 올까 아니면 나랑 연을 끊었는데 다시 보고 싶지 않을까봐 눈도 마주치지 못한채 재빨리 몸을 인파 속에 숨긴다. 

곧장 버스를 타고 집으로 천천히 걸어오는 길에도 온통 그녀로 가득찬 것만 같다. 집으로 와 텅빈 차가운 방 안에 옷가지도 제대로 벗어두지 않은채 누워버렸다.

그러다 문득 책장사이에 오래전에 나둔 먼지가 쌓인 일기장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심란한 마음을 잡기위해 일기장을 뽑아본다.
지금은 쓰지 않지만 고등학교에 진학해서까지 일기를 썼었던 그 때의 흔적들이 흥미로 다가왔다.

그리고 기억과 추억의 한편으로 접어두었던 그녀와의 내용도 고스란히 적혀있었다. 나만큼이나 소심했던 그녀는 표현에 서툴러 편지를 쓰기를 좋아했다. 나는 그녀의 성의에 보답하는 의미로 답장의 편지를 써보내고 기뻐하는 모습에 행복했었던 적이 있었다.

일기장의 마지막은 그래도 행복할 수 있을까로 끝마쳐진 문장이 보였다. 그때 우리는 한낱해봐야 고등학생이었고 그때 부모님도 어리다고 타이르시던 모습도 어렴풋이 떠오른다. 맞는 말이다. 지금 생각해도 그건 어쩔 수 없었다. 아니 어쩔 수 없다고 마냥 스스로를 재촉하는 것이 었을지 모른다.학생의 신분으로 어쩔 수 없었다는 둥 말이다.

헤어질때도 편지로 받았던 기억이 떠오른다. 편지에 쓰여진 한 문장을 뒤로 그녀를 보지못했다. 그 마음이 전해지는 순간 나는 모든 것을 내려놓기로 약속했다.

그래서 나는 그녀가 서있는 그 순간에 인사 하나 건내지 못한 것에 후회하지 않는다. 그녀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더라도 아름답게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래서 소중한 추억과 상처를 간직한 채로 그렇게 바라보는 바보로 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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