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을 한 줌의 잉크로 녹여

공허한 종이 위로 옮겨놓지 못함은

애석하게도

잠깐의 산화를 보아 줄 당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도 많아

새하얀 종이를 언제나 비워 두는 이유는

애석하게도

아직까지 당신이 누구인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지금 내가 울렁이는 속을 부여잡고

굽이굽이 흐르는 강물에 몸을 싣는 이유는

당신이라는 우주에 일도창해 하기 위함이요,

끝이 보이지 않는 거친 흐름 속에서도

내가 조급해 하지 않는 이유는

강물은 언젠가는 바다와 만난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아아, 나는 당신에게 조금씩 다가가고 있고

당신도 대보름의 조류처럼

내게 다가오고 있음을 나는 알기에

오늘도 메우지 못하는 종이 위에

당신에게 해주고픈 이야기를 한아름 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