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신자표시제한 전화는 참 많은 생각이 들게 한다.
특히나 여보세요라는 내 말이 전화기 속에 공허하게 메아리칠때는 더더욱 그렇다.
수화기 건너편엔 누구나 있을수 있지만, 떠오르는 사람은 한 사람밖에 없다.
분명 다 잊었다고 생각했건만 그 사람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걸 보니 아닌가보다.
전화 한통에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내 목소리가 듣고 싶었던 걸까, 내게 미련이 남은걸까, 사진을 정리하다 내 생각이 났을까.
사랑한 기억은 없어지는게 아닌가보다.
삶에 바빠 잠시 짖눌려있었을 뿐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