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기에 앞서 제 썰부터 풀겠습니다.
저는 큰 부대에서 근무했었고 보직은 무전병이었습니다.
사실 무전병이라고 하면 통신병 계열이라
미필이나 여자분들의 경우는 뭔가 정보가 빠를거 같고 그런 이미지가 있는데 쥐뿔도 없습니다.
아마 대부분 무전병 하셨던 분들이 공감하시는 부분이지만
무전병이 쓰는 무전기로 제대로된 정보가 들어오는 경우는 눈꼽만큼도 없습니다.
제가 군생활 하는 동안 큰사건이 세개가 있었습니다.
2009년 대청해전
2010년 천안함사건, 연평도 포격
그런데 무전병인 제가 이 세가지 사건을 무전으로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대청해전 발생한 당일, 그 시각에 무전실에서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근데 당시 선임이 중앙통제실 보더니
'야 뭔일 났나보다. 알아보고 와'
이래서 알아보고 왔더니 북한해군하고 전투하고 있더군요. 간부들 뉴스로 그거 보고있고
근데 무전병들은 하나도 몰랐습니다
천안함 사건은 제가 파견지에 있었으니 뉴스로 듣게 됬고
제일 황당했던건 연평도포격 때였습니다.
연평도는 해병대에 관리하에 있습니다(아시는 분들은 아시지만)
저희 부대는 그 해병대 사단의 상급부대입니다.
그때 당시 호국훈련땜에 한달동안 외지에서 생활하고 있었고
그 외지에서 다시 파견을 나온 상황이었습니다.
참고로 무전병 특성상 24시간 대기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 대기시간동안, 하위부대에서 일어난 사건을 저희는 라디오로 들었습니다(...)
제빨리 철수하고 와서 다른무전병들한테 물어봤더니 역시 뉴스로 알았다고 하더군요
더 황당한 사실은
저희 부대내에 있던 어떠한 통신병들도 그 소식을 받은적이 없었습니다.
무전병 외에 다른 통신병들이 존재하는데도 말이죠.
이게현실입니다.
상급부대 조차도 하급부대의 소식은 외부매체를 이용하는 상황이죠.
정말 막말로 전쟁나서 모든 시설이 다 파괴되야 사용하는게 무전기일껍니다.
이런 상황에서 휴대폰 사용 허가한다고 크게 달라지는건 없습니다.
군 내의 통신망이 소용이 없는데요 뭘.
거기에 간부들은 휴대폰으로 별의 별짓 다하고 다니고 다니는데 병사는 안된다?
이건 순 억지논리죠.
솔직히 군대 보안내 문제때문에 휴대폰 사용 금지라는건 말이 안됩니다.
애초에, 휴대폰 사용때문에 보안이 취약해 진다고 하는게 문제라면 군대 내에서는 누구도 휴대폰을 사용하면 안되죠.
제가 무전병으로 있으면서 받았던 인가가 2급입니다.
그런데 제가 만약에 마음만 먹고 유출하려고 하면 휴대폰 없이도 쉽게 유출이 가능합니다.
그렇다고 군대내의 통신망이 제대로 돌아가서 휴대폰 따위 없어도 될 정도냐 하면 그것도 아니라는게 더 큰문제입니다.
정말 일반 사병들이 휴대폰사용 금지하는건 간부들의 아집과 단순히 억압하려는 수단에 지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단순 통화, 문자기능이 되는 폰만이라면 사용을 허가해도 무방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