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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20대는 도시의 회색 비둘기
게시물ID : lovestory_5206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iDEAED
추천 : 4
조회수 : 70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02/24 14:08:24

 

지금, 우리 20대는 도시의 비둘기다.

 

지금. 우리 20대는 평화롭지 못하다. 이름만으로도 아름답던 20대는 황폐해진지 오래. 사회는 잔혹하고, 가정은 숨막히고, 학교는 전쟁터다. 시험, 학점, 영어에 매여 살다가 진짜 목을 맨다. 밟지 않으면 밟히고, 죽이지 않으면 죽는다. 20대 학생의 삶은 A, B, C, D, F의 다섯 글자로 모두 설명된다. 도살장에서 돼지의 엉덩이에 파란 등급 도장을 찍듯, 20대의 성적표엔 까만 등급이 찍힌다.


지금. 우리 20대는 가난하다. 사회 경험의 수단이던 아르바이트가 생계의 수단이 되었다. 최저임금 4500원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만만한 열정 노동자. 등록금을 대기위해 대출빚을 내고 용역깡패가 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20대는 공부를 하기 위해 일을 나섰다가, 일 때문에 공부를 하지 못하는 미로 같은 상황에서 헤매고만 있다. 평생 한번 오는 입영 통지서보다, 매년 오는 예비군훈련 통지서보다, 매학기 오는 등록금 고지서가 더 무섭다.


지금. 우리 20대는 회색이다. 검은색이나 흰색은 안된다. 적당히 중간인 회색으로, 여기에도 맞고 저기에도 맞아야 한다. 여기저기에서 노란색이니 파란색이니 예쁜 색을 보여주며 자신만의 색을 가지라고 하지만, 그것은 연예인들이 사는 TV속 세상 이야기. 이 세상은 노란색이나 빨간색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회색 세상 속에 원색을 가졌던 20대는 검은색과 흰색을 덧칠하기 바쁘다.


지금. 우리 20대는 마치 도시의 비둘기. 더 이상 평화롭지 못하고, 가난한 회색 비둘기. 청량리역 앞 광장에 모여 있는 비둘기처럼, 20대도 인생의 기차역에 모여 있다. 어느 기차가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그저 어떻게든 기차표를 손에 쥐면 지체없이 탈 뿐. 그 기차가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가지 않아도 상관없다. 살아남을 수만 있다면. 저기 기차역 밖으로 비둘기들이 기차를 타고 떠난다. 아니, 기차가 비둘기를 싣고 떠난다. 아직 표를 못 구한 비둘기들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그들이 마냥 부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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