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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5년 전까지는 보수였다
게시물ID : humorbest_47493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친Book좌파
추천 : 18/2
조회수 : 3045회
댓글수 : 13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2/05/16 20:17:42
원본글 작성시간 : 2012/05/16 15:32:38
 뭐 사실 그 때는 좌파, 우파가 무슨 개념인지도 몰랐고 진보, 보수가 뭐하는 개념인지도 몰랐는데
지금 와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는 분명히 보수적이었다.

 정치나 경제 등의 사회과학 쪽은 전혀 모르고 사학, 문화인류학, 민속학, 국문학, 신화학 등 인문학 계열에 대해서만 알고 있던 시절이었으니 정확히 말하면 보수 중에서도 '문화적 보수'였다.

 그 때 난 조선일보의 열혈애독자였다. 물론 정치, 사회, 경제면 말고 오로지 이규태코너만. 몇 개 빠진 게 있을지 모르지만 80년대 것부터 그 분 돌아가시기 전 것까지 이규태 코너라고 돼 있는 건 도서관 뒤지면서 다 찾아 읽었다.. 거기에 한국인의 의식구조, 개화백경 시리즈 같은 그 분 저작까지도 다 찾아 읽은 기억이 난다. 

 당시 내가 싫어했던 게 있다면 박정희였고 새마을운동이었다. 보수라면서 왜 박정희를 싫어하나 의아해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전통을 파괴한 박정희가 싫을 수밖에 없었다. 광화문 현판부터 시작해 불국사 현판, 무령왕릉 졸속발굴, 석굴암 시멘트보수, 청계천 복개에다가..  새마을운동으로 초가를 모두 슬레이트로 바꿔버리고 서낭목 당집 같은 각 마을들이 갖고 있던 소중한 전통들을 모두 미신이라고 다 파괴해버린 것 등등.. 전체적으로 문화유산에 관심은 많이 가졌는데 그게 너무 급진적이고 시멘트식이어서 나중에 복원을 다시 해야 하는 부분이 많았다 그냥 뒀어야 될 것도 그 시절을 통해 잃어버리고 사라진 게 많다.  

 참 희한한 건 살아 생전에 굉장히 개혁적인 인물이었던 박정희를 외려 보수들이 열렬히 지지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보수들은 경제적, 정치적으로는 보수적인데 문화적으로는 전혀 보수적이지 않다. 아마 내가 앞으로 정치나 사회에 관심을 끊는다면 다시 문화적 보수로 돌아갈 것 같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게는 아나키즘 같은 것보다 우리말사랑운동 같은 게 더 어울리는 것 같다. 내 뿌리는 사실 보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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