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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터리 소설 "붉은새벽"과 김일병 총기난사사건
게시물ID : humorbest_47498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차익거래
추천 : 27
조회수 : 4418회
댓글수 : 5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2/05/16 22:18:41
원본글 작성시간 : 2012/05/16 19:42:52
대학생이 되고 군 입대하기 전까지 사회인으로서의 모든 자유가 보장되고 그 중 책 읽을 자유까지 무한하게 보장되던 때엔 입학 장학금을 잘리지 않기 위해 부득이하게 학점과 연관된 책을 제외하고는 정작 책 한 권 읽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99년에 군에 입대하고, 입는 것, 먹는 것, 자는 것, 소위 인간생활의 기본 3요소가 철저하게 통제된 상황 아래 생활하게 되다 보니, 자유로운 삶의 가치에 대해 이렇게까지 절실하게 느껴본 적이 없습니다. 이빨을 드러내는 일을 삼가고, 발이 보이지 않게 뛰댕기고, 무릎이 발바닥인 듯 침상을 닦다보니 어느덧 내무실에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권리"가 주어졌고, 손에 닿는 대로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군시절이야 말로 제 생에서 단위 시간당 가장 많은 책을 읽었던 시절이었지 않나 싶네요. 어머니는 군대가 이런 곳인 줄도 모르고 갓 자대 배치받은 아들에게 좋은생각 1년치를 부대 주소로 정기구독시켜주셨었는데, 구독기간의 절반치의 분량은 책읽을 권리가 없는 아들이 아닌 고참들의 차지가 된 것은 물론(?)이었습니다. 암튼 그렇게 책을 읽을 권리가 주어지고 난 후 소위 베스트셀러라고 하는 소설들을 마구잡이로 읽기 시작했는데, 그 중 제게 반전의식을 싹틔우게 한 책이 있었으니 김민수씨의 "붉은새벽"이라는 두 권짜리 책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북한의 군부 내 갈등이 생겨 북한 수뇌부의 온화한 대남정책에 반기를 든 일부 강경세력이 전쟁유발을 기도하게 되는데, 북의 정예 부대가 휴전선을 넘어와 남한 내 일부 지역에 국지전이 발발하게 된다는 게 큰 줄기입니다. 전면전이 되지 않은 이유는 북한 수뇌부가 긴급성명을 발표하고, 국지전을 유발한 북강경 세력을 소탕해줄 것을 남한에게 요청하고 침투 전력의 정보를 남에게 제공하는 등 적극 협력을 약속했다 뭐 이런 때문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10년도 더 전에 읽은 거라 가물가물하지만, 아마 큰 틀에서는 맞을 겁니다. 영화 "쉬리"를 비롯해서 비슷한 스토리를 다룬 매체들이 많겠습니다만, 실제 전투 상황을 사병들의 관점에서 꽤 사실적이고 상세하고 재미있게 잘 썼다는 점에서 현역병 시절이던 당시 흡입하듯 읽어나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소설 속의 최일병이 되보기도 하고, 한상병이 되보기도 하면서 말이죠. 내가 적을 사살한다 생각할 땐 짜릿했지만, 적의 총탄에 죽어가는 병사들의 입장을 상상해보니 전쟁은 그리 쉽게 입에 담을 게 아니라는 걸 조금씩 깨달았달까요. 서설이 길었군요. 오늘 실시간 검색어에 "김일병총기난사사건"이 계속 올라 있길래 검색을 좀 해보던 중 관심을 끄는 해석을 보게 되었습니다. "김일병 사건 관련한 많은 증거가 조작된 정황이 있다. 김일병 혼자의 소행으로 보기엔 사상자가 너무 많다. 간첩과의 교전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있다. 사형 선고를 받은 김일병에 대한 가족의 면회도 허가되지 않고 있다. 그 시기가 정치적으로 남북화해 모드 형성이 중요한 시기였기 때문에, 정부가 은폐했을 의혹이 있다." 충분히 의혹을 제기할 만한 상황이라고 봅니다. 증거가 민간에게 제대로 오픈되지 않고 용의자로 지목된 김일병은 가족조차 접근이 불가한 상황이라고 하니, 실체적 진실을 밝힐 방법이 현재로선 없다 하겠군요. Secrecy라고, 대외적으로는 안보다 공익이다는 이유를 대며 국가의 정보를 비공개할 수 있게 하는 정책과 법률들이 있습니다. 암살당한 미국의 불운의 대통령인 JF 케네디도 이 Secrecy를 비난하는 연설을 한 적이 있으니, 유튜브에 검색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한글로 된 자막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Secrecy에 의해 기본적인 인권이 철저히 무시되고 아주 당연한 사실들조차 대중에게 비공개되는 상황을 소재로한 영화들이나 드라마(주로 미국)들도 꽤 많으니 흥미가 동하면 찾아 보시면 되겠습니다. 아무튼 김일병 총기난사 사건과 더불어 떠오르는 가장 최근 사건은 "천안함 사건"인데요. 두 사건의 유사점 중 핵심은 "의혹"의 불명확한 해명과 정부(군부)의 일방적인 해명에 대한 수용의 강요라는 것이겠죠. 천암함 사건때엔 의혹을 제기하는 쪽과 정부의 주장을 무조건 믿자는 쪽으로 나뉘었었는데, 국민의 대표로 구성된 국회에서 직접 조사를 하는 "국정조사"는 현재까지도 하자는 측과 말자는 측으로 나뉘어 논란만 있는 상황입니다. 김일병 사건에 대해 과거 정부를 파블로프의 개처럼 까재끼고 싶은 사람들은 김일병 사건은 실제로 간첩침투였을 가능성이 높고, 그게 간첩사건이었다면 남북 정상의 화해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었기 때문에 정부가 조직적으로 은폐한 것이다라고 주장하고 있고, 또 그러려고 하고 있는 것 같던데요. 저도 그런 의혹을 제기할 법하다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에 앞서 김일병 사건의 정부 조사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는 것의 정당성을 주장할 때 공히 정부의 천안함 조사에 대해 의문을 품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설령 지난 정부가 김일병 사건으로 간첩의 대남 무력 도발을 은폐하려고 했었다면, 지난 정부의 과오를 음으로 양으로 폭로하기를 누구보다도 바라마지 않는 현정부가 그대로 묻어두고 있겠느냐 하는 의심도 한 번 해보면 좋지 않겠냐는 거구요. 몇몇 일베 꼬꼬마들의 행동 패턴으로 볼 때 김일병 총기난사사건을 물어보는 걸 보니 딱 그렇게 흘러갈 듯싶어, 미리 선수쳐봤습니다. 길게 설명한 건 제대로 캐치 못하고, "빨갱이" "좀비" "좌좀" "좌빨" 같은 단어로만 반응하는 꼬꼬마들이 과연 여기까지 읽었을까 싶습니다만, 간만에 짬을 내어 오래 전 군생활도 떠올리다 보니 불필요하게 글이 길어진 감도 있네요. 그래서 "붉은새벽"은 왜 꺼냈냐구요? 김일병 사건 역시 현재로선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으니 그 사건의 전모에 대해 소설 "붉은새벽"의 스토리에 기초해서 추정해보기 위함이었습니다. 북수뇌부간의 갈등 상황 중 대남 강경 또라이 세력이 남북화해의 모드에 찬물을 끼얹으려 독단적으로 대남무력도발을 했는데, 그게 남북 양측의 화해 무드를 방해할 위험성 때문에 김일병의 단독범행으로 무마하려 했을 가능성도 있었지 않을까 추정해 봅니다. 그런 점에서 영화"쉬리"의 스토리랑 비슷하군요. 물론 진짜 그랬는지 어쨌는지는 "저야 모르죠" 인권을 제한하는 이상 공산도, 독재도, 다 싫습니다. 그리고 Secrecy도 싫습니다. 곁가지인데, 야동 토렌트로 외부 조회에 힘입어 방문수 1위를 달성한 일베 꼬꼬마들이 여기까지 읽고 나서도 물어볼까봐 미리 대답하겠습니다. '나도 민주절차를 무시한 통진당 당권파 싫어요. 같은 이유로 새누리당도 싫어요. 빨갱이도 싫구요. 그리고 선동조작하는 뇌 없는 너네들도 싫어요.' 헌법과 법률을 권력자의 자의대로 곡해해서 형을 받았거나,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모든 무고한 분들에게 위로를 전하며 그리고 선택과 무관하게 입대를 해야 했고, 군생활 동안 자유를 제한당하며 다치거나 목숨을 잃은 군장병들에게도 심심한 위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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