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 광장 다녀왔습니다.
날씨는 뉴스에서 겁준 만큼 춥지 않더군요. 시민들 집결 못 하게 하려고 과장을 했네요.
사람들 엄청 많았습니다...다같이 구호 외치는 소리가 하늘을 치솟고...
왠지 이 많은 사람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서 그런지 추위도 잘 안 느껴졌어요ㅋㅋ
다 같은 한마음이라는 게 어쩐지 감동적이고, 어쩐지 희망이 보이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어요(어디까지나 느낌......)
준비해간 스티커는 소심해서 소리는 못 지르고 피켓에 가져가시라고 문구 붙여 놓고 들고 돌아다녔습니다.
사람들이 집회 때 사용하는 거 말고 다른데 붙이겠다고 많이들 가져가 주셔서 뿌듯했습니다.
맨손으로 들고 있어 손이 빨개져서 추워 보였는지 핫팩들 주시고 가셔서 감사했습니다.
인상적이었던 건...어떤 아저씨가 오시더니 핫팩 봉지를 손수 뜯어서 손등에 붙여주고 가신 게 마음이 참 훈훈해졌습니다.
그러다가...광장 집회는 끝나고 광화문 쪽으로 옮겨갈 쯤에 어떤 할아버지가 오시더니 대뜸 피켓 문구를 보시며
민주주의가 뭐냐? 이렇게 말을 거시는 거예요.
그래서 국민이 주인인 정치....이 말하자마자 바로 코웃음 치시며 시비를 걸더라구요.
그러면서 자기는 불법을 정말 싫어한다고.
법으로 지켜진 것은 그대로 따르는 것이 국민 아니냐. 내 말이 틀렸으면 말해보라고.
여기서부터 싸우자며 시비를 거시는 거 같아서 화가 났네요.
법을 지키는 것은 우리의 의무가 맞으나, 그 법이 힘없는 국민을 괴롭히면...까지 제가 말하자
다수결이 옳다고 법이 그렇게 통과되면 거기 지켜야 하는 거 아니냐.
다수결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그것은 지배층이 편하기 위한...까지 말하고
연봉 8천 받는 사람들이 뭐가 아쉬워서 파업을 하느냐.
지금 하는 파업이 연봉과 무슨 상관....에서 또 말을 잘라먹으시며
법을 지키고, 다수결에 따라야지.
...자기와 계속 토론을 하자면서 제 말을 계속 끊는 거예요. 애초에 처음부터 제 말은 듣지도 않고 그냥 시비가 걸고 싶으셨나 봐요.
중간에 자기도 다 겪은 사람이라며 지갑을 꺼내면서 518 유공자 이런 카드를 보여주시더라구요. 그러니까 이런 말 할 자격 있다고.
아...순간 울컥해서 화가 나서 소리를 지르고 싶더라구요. 518도 지독하게 겪으신 분이 이런 소리를 하시나요.
막 화가 나서 더 대화하기 싫다고 가시라고, 계속 제 말을 자르는데 무슨 토론이냐고.
저도 살짝 화를 냈는데 계속 너 학교 어디냐 집요하게 물으시고 이러시는 와중에
다른 분들이 스티커 받으러 오시면서 저 할아버지 왜 저러냐면서 다른 데로 가자고 이끌고 가주셔서 자리를 피했어요.
집회 나와서 피켓 들고 서 있으면 종종 이런 할아버지들한테 싫은 소리 듣는 거 같아요.
작년에도 기독교 단체 할아버지들이 혀를 차시며 집에나 가라는 소리 들었는데...
이럴 때마다 참 속이 상하네요ㅠㅠ...
할아버지, 우리도 날도 추운데 따뜻한 곳에서 편히 쉬고 싶죠.
없는 시간 쪼개고 이 추위에 벌벌 떨면서 다들 이렇게 하는 이유가 뭐겠어요.
지금 나라가 자기들 배 불릴려고 힘없고 약한 사람들을 자꾸 찍어누르며 사지로 내몰고 있는데.
이러면 안 되잖아요. 눈앞에서 사람이 넘어지면 일으켜주는 게, 아니 괜찮냐고 물어라도 보는 게 사람 도리 아닌가요.
지금은 자신의 일이 아니더라도 언젠간 당신 자신의 일이 될지도 몰라요.
당신들이 아무리 비난하고 무시해도
우리가 이렇게 모인 것은 그래도 다 같이 사람답게 잘 살자고, 당신들까지 끌어안고 가겠노라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그 무서운 전경도 추위도 견디고 몸 좀 불편해도 감수하고 나와서 우리 목소리를 내는 거예요...
도와주진 못할 망정 비난하진 말아주세요...
이상...속상한 후기였습니다ㅜㅜ
*** 중간에 만나뵌 정년 5년 남으신 철도노조원 아저씨...ㅠㅠ....환하게 웃으시는게 더 슬퍼......힘내요....우리도 힘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