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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엄니께서 명절때 내가 사갖고간 고기를 음식물 쓰레기통에 넣으심.
게시물ID : wedlock_475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둥둥스
추천 : 26
조회수 : 4965회
댓글수 : 195개
등록시간 : 2016/09/21 01:04:55
 
안녕하세요.
 
예전 미저리 시어머니로 베오베에서 오유여러분들께 삶은고구마 백만개를 나눠드린 둥둥스 입니다. ^ㅅ^ ㅋㅋㅋ
 
이번 명절에도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또 생겨서 갖고 왔습니다. -.,-
 
저는 이제 해탈의 경지에 이르었으며,
 
현재 남편은 둥둥스가 아니었다면 누구와 결혼했든 이혼남신세였을거라고 자조하고 있으며 제게 감사하고 있습니다.
 
요번 명절도 별다른 큰(??) 사고 없이 무난하게 지내다 올수있게 해준 부처님급 아내를 매우 예뻐해주고 있음!! ㅋㅋ
 
 
 
 
사건의 발단은 양배추......양배추 였습돠.
 
뭘 잘못먹었는지 몇일째 설사중이었던 남편....섬유질 보충이 필요하다며 양배추 한통을 사달라고 해서 장보러 간김에 구해왔습니다.
 
근데 양배추의 특성상....먹어도 먹어도 끝이 없는....-ㅅ-;;
 
결국 서울에서 경남에 있는 시댁으로 내려가는 우리 부부는, 냉장고에서 썩히느니 양배추도 같이 차에 싣기로 했습니다.
 
시어머니께서는 아들을 위해 큰 주전자에 양배추를 끓여 양배추물을 만드셔서 남편에게 한컵 주었습니다.
 
근데...솔직히 그거 곤내나고 맛 읍잖아여.....
 
남편이 1/4정도 남기고선 식탁위에 컵을 두었습니다.
 
세시간 정도 지나도 손도 안대기에, 저는 그 컵에있던 양배추물을 버리고 컵을 씻었습니다.
 
안치우고 계속 노냥 냅두면 시어머니께 한소리 듣거든요.....
 
 
 
 
근데 시어머니께서....
 
"양배추물 내삐맀나."(내다 버렸냐)
 
라고 낮은 톤으로 말씀하시더군요.....그때부터 엄습해오는 불안감...ㅠㅠ
 
 
 
 
"네 어머님....OO오빠(남편)가 안먹고 계속 냅두길래...."
 
"니 참 버리는거 좋아하제. 여자가 살림을 그래하면 되나?? 아무리 별거 아니라지만 시애미가 아들먹으라고 끓인걸 주 내삐나?? "
 
 
 
 
내가 시댁에 와서 뭐 또 버린거 있나? 혹시 지나번에 와서 비슷한 실수를 한적 있나? 급히 생각해봤지만 생각나는게 음슴.
 
하지만 큰불로는 안번지고....걍 그렇게 넘어가는가 싶었음.
 
 
 
 
저녁시간이 되고....
 
시어머니께서는 제가 서울 신세계백화점에서 산 양념고기팩을 꺼내서 굽기 시작했습니다.
 
신세계백화점에서 호주산 간장양념 소불고기 3팩, 고추장 돼지불고기 3팩.....대략 10만원어치의 고기를 사갔습니다.
 
이제 백일남짓된 아기가 있어서 그것도 겨우겨우삼. ㅠㅠ
 
고추장 돼지불고기를 꺼내서 구우시는데....명절 전날이라 가족이라곤 4식구인데 세팩을 모두 구우시는거예요....
 
너무 많이 구우시는거 아닌가 싶었지만 괜히 훈수두다가 말꼬리 잡히고 그러느니 걍 아무말 안했습니다.
 
남은건 냉장고에 뒀다가 나중에 간단히 렌지에 뎁혀서 먹어도 되는 거니까요.
 
저하고 남편하고 양껏먹었지만 돼지불고기는 절반 이상 남았습니다.
 
그런데 설겆이를 하고 있는데....시어머니께서 남은 고기를 싱크대 위에 있던 음식물쓰레기통에 버리는거예요.
 
그것도 그냥 버리는게 아니고...좀 신경질적으로 그릇을 음식물쓰레기통에 탁!!탁!! 세게 부딪히면서.....
 
 
 
남편이 그걸 보고서는,
 
"엄마!! 그걸 아깝게 왜 버려?"
 
"고기가 매와서 도저히 먹을수가 있어야지."
 
"아니, 난 맛있던데 왜"
 
 
시어머니 표정이 확 더 안좋아지는걸 본 저는.....
 
 
 
"오빠. 먹을땐 잘 몰랐는데 나 사실 지금 속쓰려. 넘 매워서. 오빠 가뜩이나 속도 않좋다며.
 이런거 먹으면 속버려. 간장양념 불고기도 있으니까 됐어."
 
 
 
이렇게 진화를 했습니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거예요.
 
신세계 백화점 식품코너에서 파는 양념육이예요. 객관적으로 봤을때 그냥 매콤한 정도지 못먹을정도는 절대 아니거든요.
 
매운거 안좋아하는 사람도 걍 무리없이 먹을수 있는 정도죠.
 
그제서야 아까 낮에 제가 버린 양배추물이 생각나더군요.
 
네.....양배추물 버린 제가 괘씸해서 제가 갖고온 고기를 버려버리신거예요.
 
애초에 4식구 상차리면서 세팩 모두 뜯을때부터.... 버려버릴 작정으로 몽땅 구워버린 거였어요.
 
 
 
양배추물.....
 
비싸든 싸든, 오랜시간 끓인 액기스처럼 제가 버린 1/4컵이 뭔가 의미있는 양이라면 또 모르겠는데...
 
커다란 대형주전자 가득 끓이셨거든요....
 
아마 지금쯤 먹는사람도 없어서 시어머니댁 냉장고속에서 쉬어가고 있을거예요.
 
근데 그거 1/4컵 남은거 버리고 컵씼었다고 제가 사간 고기를 버려버릴 작정으로 저리했다니....
 
예전엔 시어머니 행동에 화나고 억울했었지만 이번엔 정말 소름이 쫙 끼치더군요.
 
에휴. 창자고 쓸개고 간이고 몽땅 빼서 서울집 베란다에 널어놨다고 생각하고 마음을 가다듬고 걍 평상심 유지함.
 
 
 
 
다음날인 추석 당일 점심때 시누네가 왔습니다.
 
상을 차리려고 하는데, 제가 냉장고서 간장양념 소불고기팩을 꺼내면서 "어머님, 이거 구울게요~"라고 하니까
(일일이 이렇게 물어보는거 중요함. 본인이 원하는 타이밍이 아니면 엄청 싫어하심)
 
제손에서 팩을 휙 낚아채시더니 냉동실에 넣으시는거예요.
 
"어머님....이거 안 구으세요....? 0ㅁ0;;;;"
 
"안꾸울거니까 냉동실에 넣는거 안보이나???"
 
"어머님...그래도...이거...백화점에서 산건데....."(정신이 멍해져서 얼떨결에 한말임)
 
 
 
 
하아....백화점 어쩌구 그 말 안하고 걍 죄인처럼 암말 안하고 있어야 했었어요. --;;;
 
 
 
"니 말 한번 잘했다.
 누군 백화점서 뭐 사먹을줄 모르는가? 야가 사람을 바보 천치로 아나? 누군 백화점서 고기 사다 먹을줄 모르냐고!!
 암만 백화점서 팔고 뭐시고 하는거라도 글체, 호주산을 사가오나!!
 여기 사람들은 이렇게 얍실하게 썰은 고기 시르한다!!!
 그리고, 누가 오데 명절에 시댁에 가가오는 고기를 이래 플라스틱 쪼가리에 담은 그대로 가오노????
 이게 다 니가 우리집을, 내를 무시해서 그런기야.(하아....)
 니는 뉴스도 안보나? 고기중에 최 하끕 고기로 양념육 담근다 안카나!!!!!
 우째 이래 생각이 없어도 이래 없노.
 내 말한김에 더 해야겠다.
 양념한거를 사가 올거면 큰 유리 반찬통에 여가!! 양파나 당근 버섯도 좀 더 썰이 넣코!! 뭐 정성 하나라도 들어가야 하는게 사람의 도리 아이가!!!!
 내가 병신을 낳아나가 니한테 장갈 보냈냐, 우리 아들이 야채살 돈도 못벌이오드나!!"
 
 
 
난 멍해가 있고, 뚜껑열리려는 남편 시누이가 말리고..... 아이고 -ㅅ-;;;
제가 신세계에서 고기만 달랑 사가서 화나셨냐, 아니오.
 
시어머니께서 맥주 좋아하시니까 필스너니 뭐니 수입 맥주캔 8개
유럽서 들여와서 쓸데없이 비싼 나쵸칩, 감자칩 봉지
역시 맥주 안주거리로 산 임실 구워먹는 치즈 (아들이랑 맥주먹는거 매우 좋아하심)
꼭지에 리본달린 멜론 1통
제사용 배 15개 들은 박스
칠레산 청포도 2팩
고기랑 같이 구워먹을 탐스런 양송이 3팩
 
 
 
그럼 혹시 남편하고 학벌차이 나나?
아니오. 같은대학 CC였음
 
혹시 낳은 아기가 딸이라서....?
아니오. 잘생기고 건강한 아들임. 심지어 남편 도플갱어수준. 손톱모양조차도 남편닮음.ㅠㅠ;;;
 
혹시 전업주부라서...?
음...지금은 전업주부지만 그래도 집에서 뭐 사브작사브작 하는걸로 내용돈과 장바구니값은 내가 해결하며 살고있음.
 
혹시 남편이 전문직이고 혼수를 좀 미비하게 해왔나?
아니오. 전세집도 울 친정아니었음....
 
혹시 시댁이 졸부라서 원래 좀 남 무시하는 경향이 있나?
아니오. 시아버지는 거진 백수로 살다 아파트 경비원 6년간 하다 얼마전 퇴직. 울 친정아버지는 서울 모 대학 교수임.
남편이 시누와 함께 시댁 생활비 일부 대주는 중. 우리 친정이 전세집이며 뭐며 해결 안해줬음 어려웠을것임.
남편이 타고댕기는 차도 울 아버지가 타다가 준거....
 
 
 
그럼 왜 작성자를 못잡아먹어서 안달인가?
 
제 지난글보기를 보면 아시겠지만, 시아버지와의 오랜 불화와 가정폭력으로 인하여 사고회로가 망가지신 분입니다.
 
정신병원에 입원만 안했지, 환자예요. 항상 울분과 화에 차있고 그 배출구가 필요한 분입니다.
 
그리고 그 배출구가 막히거나 없으면 생명이 위험하실지도 모르는 분이세요.
 
여기까지 이해하는데 5년걸렸고요, 원체 제가 남에게 관대한 편이고 스트레스 인내지수가 좀 보통 사람들보단 높은편이라서...
 
그리고 일단 시댁까지 물리적으로 거리가 있다보니 일년에 몆번 안되는거 그냥저냥 참을만 합니다.
 
남편은 자기 어머니가 극도로 예민하고 감정기복이 심할뿐, 환자수준은 아니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번일을 계기로 '아내말이 맞는거 아냐...? 에이...설마ㅠㅠ'하고 생각의 방향이 조금(?) 틀어졌습니다.
 
그래도 남편이 넘나 좋고 사랑스러워서 이런 상황들이 견뎌지는 거랍니다.
 
만약 남편도 속썩이는 와중에 이런 시댁이면 저도 이혼하고도 남았지요.
 
아니, 남편이 사귀던 초반부터 저희부모님 마음에 쏙 들지 않았다면 저희 부모님이 나서서 이 결혼 절대 못하게 했었을걸요.
 
사돈 처음 보는 자리에서
 
"내가 아들 서울올려보내면서 신신당부했던게 얌체같은 서울여자 델고오지 말라는거였는데 결국 이래 됬네요"
 
라고 말하던 분이시니까요....
 
 
 
시누이가 미안해 하면서 "엄마가 아빠때문에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새언니한테 푸는가봐요. 언니가 고생스럽겠지만 이해해 주세요"
 
라고 말해주니 저도 진정이 되는데....사실 전 좀 억울한게 시아버지하고 시어머니하고 웬수지간인걸 결혼 후에 알았어요.
 
식구들 모두 입 싹 닦고 저한테 그부분에 대해서 한번도 언질을 준 적이 없어요.
 
그 전에는 그냥 예민하고 기쎈...결혼하면 좀 힘들것같은 시어머니일것같다고만 생각했지, 솔직히 정신병자 수준일진 몰랐슴돠.
 
남편하고 7년을 사귀었고, 일년에 한번쯤은 시어머니와 시누를 뵈었는데도....
 
 
 
근데 시아버지는 시아버지고, 시어머니가 저를 마음에 안들어 하는 큰 이유가 있는데요,
 
바로 그게 저희 친정이 시어머니 욕심만큼 부자가 아니라는거예요.
 
시누가 지역 유지 집안에 시집가고나서 더 심해졌다고나 할까요.
 
아들도 이리저리 골라서 장가보냈으면 부잣집 데릴사위로 장인장모 건물 월세나 관리하면서 취미겸 사업하나 꾸리고
 
서울서 고생고생 안하고 내옆에서 같이 살수 있었는데....라고 생각하세요.
 
제가 뭐 잘못해서 화내시다가 혼자 감정이 북받쳐서 통곡오열 하실때면
 
"니네친정이 우리 아들 팔자고쳐줄만큼 부잣집고 아니고"
 
를 단골멘트로 하시구요....
 
같이 시장에라도 가면
 
"저기 시장 초입에 일층에 OO은행있는 건물 집안에서 선자리도 들어왔었다.
 바로옆에 프랜차이즈 빵집 건물도 내놔 지들거라.
 그집이 어디어디에 땅이 있는데 요번에 길뚫리며 보상받아서 얼마를 받았다."
(아마 주책맞은 동네 오지라퍼 아줌마가 목욕탕서 떠벌리듯이 했던 말이겠지...그런집에서 뭐가 아쉬워서--;;;)
 
"저기 한의원집 딸이 영희(시누이) 친구인데 옛날부터 철수(남편)를 좋아해가 그랬었는데
 이번에 결혼하면서 장인장모가 사위명의로 롯데마트 앞에 무슨브랜드 몇평짜리 아파트를 해줬다.
 그게 지금은 또 올라서 앉아서 1억을 벌었다. 그앞에 공원이 들어설기라 거기서 또 오른다.
 돈이많아놓으니 여자가 헤어스타일도 그렇고 옷입는것도 그렇고 억수로 세련됬디."
 
 
이런종류의 말을 매번 처음하는것마냥 꺼내세요.
 
이젠 단련되어서 아무렇지도 않음.
 
예전에는 제가 살림의 여왕이 되면 시어머니께 안혼나고 잘지낼수 있을것이라고 생각했었죠.
 
근데 결국 문제는 돈이었어요....
 
근데, 시어머니가 돈 많은집 아들인 시누남편은 그래서 좋아하느냐, 아닙니다. ㅡㅡ;;;
 
키작고 머리크다고 싫어하세요. 뱃골도 좀 작아서 깨작째작 먹는다고 싫어하고
 
직업 변변찮다고 싫어하고 (시누랑 같은직장, 같은직급임)
 
여자형제들이 재산챙겨갈동안 손놓고 있는 등신이라고 싫어하고ㅋㅋㅋ
 
사위니까 싫어하는 티를 크게 내지는 못내지만.... 사람이 바보가 아닌이상 장모가 자기 싫어하는거 알죠.
 
아주머님이 그나마 유순하고 착하니까 아무 분란 없는거지.....
 
자기 할말 하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반적인 젊은사람을 사위나 며느리로 들였으면 자식들 이혼녀 이혼남으로 만드시고도 남았을 시엄니...
 
 
 
 
아우 그래도 글로 쓰니까 남아있던 체기가 쑥 내려가니 좋네요!! ㅎㅎ
 
소말리아타령 참 싫어하는 저이지만, 나보다 못한 남하고 비교하며 현재에 만족하라는 강요 정말 싫어하는 저이지만
 
저런 시어머니도 있으니까, 여징어분들께서는 명절때 다소 속상한 일이 있었더라도 훌훌 털어보세요!!
 
자기 손으로 바꿀수 없는 현실이잖아요. 시댁이라는건.
 
 
 
 
 
 
PS) 점심때 소불고기 사태가 있은후, 저녁때는 남편의 외갓집 식구들이 몰려왔습니다.
      시어머니께서 저희부부보고 해물찜을 시켜놓을테니, 음식점에 가서 가지고 오라고 하시더라구요.
      제가 속없이 헤헤거리면서
 
      "어머님!! 거기 해물파전같은 다른 사이드메뉴 사올만한건 없나요? 해물찜은 대짜들로 하실거죠? 올때 콜라나 사이다 사올까요?"
 
      라고 하니까 시어머니 기분 업되셨습니다.
      그리고 해물찜 2개는 일반, 나머지 2개는 맵게 주문하시는 시어머니....
      매운거 앞에 앉으셔서는 밥까지 싹싹 비벼드십니다. 전 입안이 얼얼하던데.... 바로 어제 고추장불고기 맵다고 버리시던분 맞는지...
      남편의 외숙모들이 너무 맵지 않냐고 하니까 
 
      "명절엔 기름끼있는 음식을 많이 먹다보니 이래 매콤한게 땡긴다"
 
      라고 하시데요.
      ^오^
 
     저는 생글생글 웃으며 "어머님. 사이다랑 좀 같이 드셔요!!" 라고 하며 어머님께 사이다를 따라드리고....
     어머님 옆에서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남편을 사랑스럽게(...) 바라보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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