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김상진.송봉근] 15일 오후, 노무현 대통령의 고향인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은 온통 망치 소리였다. 40여 일 뒤 주인을 맞이할 노 대통령 사저는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었다. 집 주변에서는 포클레인이 땅을 고르고 있었고 앞쪽에서는 인부들이 돌담을 만들고 있었다.
얼 마 전까지만 해도 사저를 둘러싸고 있던 담장은 걷히고 집 주위로 수십 년 된 노송 20여 그루가 심어지고 있었다. 지하·지상 각 1층인 이 사저는 대지 면적 4290㎡로 역대 대통령 사저 가운데 가장 크다. 지금까지 가장 넓은 전두환 전 대통령 사저(818.9㎡)의 5배가 넘는다. 방은 세 개밖에 없지만 회의실·통신실·서재·경호원대기실·접견실·지하휴게실까지 있다.
건물 외벽은 고급스러운 나무패널을 덧댔고 집 전면은 모두 유리창으로 시공해 들판이 한눈에 들어오도록 했다. 내부 벽면에는 황토를 10㎝쯤 두껍게 발랐고, 냉난방도 지열을 이용하도록 설계된 친환경주택이다.
사 저에서 30m쯤 떨어진 경호동(1157㎡)도 마무리 조경공사 중이었다. 마을 광장 옆에 짓고 있는 마을 복지관(지상 2층, 연면적 365㎡)도 90% 공정을 보이고 있었다. 노 대통령과 함께 내려올 측근들이 입주할 14가구 규모의 빌라(지하 1층·지상 2층, 연면적 2046㎡)도 거의 제 모습을 갖추어 가고 있다.
노 대통령 사저가 들어오면서 마을도 뜻하지 않은 ‘혜택’을 받고 있다. 마을 입구 이모(57)씨 집에서는 새 싱크대를 넣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씨는 “도시가스가 들어와 가스레인지를 교체하면서 낡은 싱크대를 바꾸고 있다. 대통령이 오시니 이 촌동네에 도시가스가 다 들어오네”라고 말했다. 경제성을 따지는 도시가스회사가 40여 가구가 사는 농촌마을에 가스를 공급하는 것은 순전히 노 대통령 덕분이라는 게 주민들의 생각이었다. 직경 80∼300㎜짜리 하수관 1.5㎞를 묻는 하수관로 공사도 지난해 마무리됐다.
그러나 요란한 공사 소리와는 달리 마을은 차분했다. 마을에서 만난 50대 후반 주민은 “그동안 마을이 큰 덕을 본 것도 없이 시위대가 자주 찾아와서 불편했을 뿐이다. 앞으로는 또 어떤 사람들이 찾아올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노 대통령께서 평소 말씀대로 환경운동을 하면서 조용히 지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의 초등·중학교 10년 선배인 마을 인근 봉화산 수련원 선진규(75) 원장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귀향하는 노 대통령을 차분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며 “퇴임 뒤가 더 아름다운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5년 동안 이 마을을 찾은 방문객은 70만여 명. 취임 첫해 20만 명 가까이 찾았으나 노 대통령의 인기가 떨어지면서 지난해에는 6만 명까지 줄었다. 그러나 퇴임이 가까워 오면서 관광객이 다시 늘고 있다.
사 저 바로 앞의 생가로 들어오는 길도 새로 콘크리트 포장을 하고 있었다. 생가 입구 방명록에는 ‘그동안 나라 위해 애쓰셨습니다’ ‘행복하세요’ 등의 글귀가 보였다. 생가와 주변 텃밭(1514㎡)은 노 대통령의 부산상고 동문인 강모(62)씨가 지난해 초 주인 하모(68)씨와 매매계약을 맺고 가등기를 해 둔 상태다. 김해시는 한국종합예술학교에 의뢰한 노 대통령 생가 정비 용역이 나옴에 따라 시의회의 의결을 거쳐 공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봉하마을 주변 임야 240㏊는 산림청이 2010년까지 30억원을 들여 ‘웰빙 숲’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노 대통령의 귀향에 맞춰 봉하마을은 ‘깡촌’에서 ‘전원마을’로 탈바꿈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