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이 많은 저는
큰일이든 작은일이든 왠만해선 칸막이 안으로 들어가 볼일을 보는데
들어섰을때 왠지 변기 뚜껑이 닫혀있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심스럽게 뚜껑을 열었건만...
그리고 나는 호수 속에 잠들어 있는 크고 굵은 두 마리의 흑염룡을 보고야 말았도다
이름모를 소환자여,
물내리는 와중에 혹시 흑염룡의 파편이 바깥으로 튀어나오지 않을까 염려하여
변기를 봉인한 그대의 섬세함은 그야말로 세상이 본받을 미덕이겠으나
그대의 내장 말단에 와닿는 거친 엠보싱의 감각이 아무리 황홀하다고 할지언정
물 내리는 것을 깜박하여 뒤이어 찾아온 자의 눈동자에
강렬한 트라우마를 남기는 것은 대체 어느나라의 예의범절이란 말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