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범이 처음 나왔을 때나, 인순이가 처음 나왔을 때나, 이번에 조용필이 나왔을 때나 항상 느낀 것인데, 초대형 경력자가 나가수에 왔을 때, 나가수게에는 종종 그에 대한 과도한 찬양이 보이는 것 같아서 불편합니다 인순이가 처음 나가수에서, "경로 우대는 말아달라."고 말했던 것은 인순이가 다른 가수들과 똑같은 위치에서 동등하게, 자신의 경력이 만든 네임밸이나 카네기홀의 위업을 제외하고 오직 나가수무대만으로 경쟁을 하고싶다는 승부욕을 나타낸 거라고 전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모습에서 인순이의 그 어떤 스펙들보다도 훨씬 강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지금 베스트게시판에 가 있는 조용필 거만설에 대해서는 어떻게들 생각하시나요? 1.조용필은 거만했고 거만해도 된다. 2.조용필은 거만했고 거만해서는 안 된다. 3.조용필은 거만하지 않았지만 거만해도 된다. 4.조용필은 거만하지 않았고 거만해서도 안된다.
제 생각에는 4번이에요. 거만함이라는 것은 잘난 체 하고 남을 깔보는 것인데, 조용필이라고 후배가수들 앞에서 거만을 떨 자격이 있는 것은 아니죠. 조용필은 오히려 다른 가수들 개개인의 음악을 굉장히 많이 존중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실제로 조용필이 저마다 자신의 음악적 철학을 가지고 있는 가수들을 경연시키는 '나가수'를 싫어하지 않았나요? 조용필이 다른 가수들에게 편곡을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다만 이것은 좀 문제다. 식의 얘길 한 것은, '선배'로서 조언한 게 아니라 '원곡자'로서 조언한 것으로 해석해야 합니다. 한꺼번에 일곱 명이나 피드백을 한 것은 처음이지만, 미션 때 가수들은 항상 원곡자에게 조언을 구했었습니다.
그런데 조용필이 거만하지 않았는가. 다른 가수들이 너무 설설기는 것 같다. 이런 식의 얘기가 나오게 된 것은 편집 문제인 것 같습니다. 가수들 입장에서 존경하는 선배가 나왔고, 그 선배 앞에서 그 선배의 노래를 편곡해서 불러야 하는 입장이니 당연히 긴장은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분명 한국 가요에 큰 획을 그은 선배이니 겸손 떨면서 비행기 띄워주는 것도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이었죠. 근데 인순이가 꽃 들고 무대 앞에서 오빠오빠 했다. 1집 나올 때 윤민수가 태어났다. 미션곡이랑 윤민수 나이가 같다. 조용필이 후배 50명이랑 식사할 때 바비킴이 갔는데 기억도 못한다. 장혜진이 무명 때 조용필 뒤에서 코러스했다. 편비이 이런 식의 내용들을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조용필을 띄우면서 본의아니게 다른 가수들을 좀 깎아내리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런데 전 방송편집보다 나가수 게시판에서 조용필과 다른 가수들의 급 차이를 만들어버리는 사람들이 더 보기가 싫어요.. 나머지 가수들을 다 합친 것보다 조용필이 위대하다든지, 다른 가수들이 대장급이면 조용필이 총대장이다. 이런 식의 가수들 간의 급을 나누는 얘기들은 옳지 않습니다. 방송 편집은 그나마 간접적이었고 재미를 위해서 그런 것이다 쳐도, 베스트에 간 글에 달린 댓글들 얘기는 너무 노골적인 게 많더라구요 애초에 가수와 가수를 비교하는 데 누가 더 우수하다. 위대하다.는 기준이 무엇인가요? 솔직히 조용필과 나얼의 가창력 둘 중에 하나를 얻을 수 있다면 뭘 선택하실 건가요? 전 나얼을 선택한 건데요.. 조용필의 위대함은 국내 가요의 선두에 서서 끊임없이, 믿을 수 없을만큼 새롭고 신선한 음악을 개척하고 도전하면서 후배들의 길을 열어준 데에 있는 것이지, 조용필의 목소리나 무대에서 다른 가수들이 갖지 못한 무언가가, 사람의 영혼을 쥐어비트는 특별한 마법 같은 게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그 놀라운 위업을 떼고 보면 결국 청자의 취향차가 되는 것은 똑같습니다. 다른 가수들 역시 그런 조용필의 '위업'을 존경했기 때문에 겸손하게 행동한 것이고, 원곡자이기에 조언을 구한 것이지, 십수년간 노래해온 뮤지션들이 자신들의 음악을 접고 들어간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조용필 역시 그 가수들을 존중했기 때문에 원곡자로서의 조언 이상의 터치를 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보통 예술가들의 격 비교를 하는 사람들이 꼭 얘기하는 게 두 개가 있는데, 하나는 누구가 태어날 때에 누구는 어디서 뭘 해냈고 무슨 걸작을 만들었다. 식의 얘기이고, 또 하나는 누구가 누구보다 몇십 년이나 뭘 더 했다. 식의 얘깁니다. 이게 얼마나 공격받기 쉬운 얘기인가 알아야 합니다. 이런 식으로 예술가와 예술가를 비교한다면, 피카소가 태어나기 몇백 년 전에 최후의 만찬을 그린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피카소보다 위대하고, 요절한 김광석보다 데뷔 후 짬밥을 더 많이 먹은 YB가 더 우수한 게 되죠. 비발디는 베토벤보다 뛰어날까요?
조용필은 분명 훌륭한 위업을 이루어냈고 그에 대해서 존경받아 마땅한 가수지만, 다른 가수들과 격이 다른 존재처럼 신격화하는 것은 반댑니다... 조용필 본인도 반대할 겁니다. 청자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경지가 음악의 정수라면, 다른 가수들도 조용필 못지않게 충분히 훌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