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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뻘글
게시물ID : star_47716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미라클_피직이
추천 : 7
조회수 : 492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20/03/12 23:13:50


저는 아주아주 강한 이과 집단에 속해왔어요

중학교때도 과학부
고등학교때는 로봇부+물리부
대학교부터 본격적으로 물리학 전공을 하고
지금은 물리과 대학원생인데
나노물질 합성, 분석, 응용 등을 해서
물리, 화학, 생물은 당연히 하고 있고
머신러닝때문에 프로그래밍까지 하고 있어요

저만 이런게 아니고 제 주변의 대부분이 이정도 공부는 합니다.

이런 사람들끼리 만나면 무슨 이야기가 오가냐 하면요
밥먹을때나 회식할때나 그냥 쉴때나
시도때도 없이 연구 이야기만 해요

이 논문 봤냐
요즘 연구는 잘 되고 있냐
그거 하면 어떻게 응용 할 수 있냐

이런 이야기가 90%이상입니다
일상대화 거의 안 해요

저는 제가 영어 꽤 하는 줄 알았어요
동종분야 사람들이랑은 영어로 대화가 되거든요
그런데 회화학원 가서 일상대화 하는 순간 벙어리가 되더라고요
처음에는 일상적인 상황에서 사용하는 영단어를 몰라서 그런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우리말로도 그냥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조차 모르는게 문제더라고요

게다가 진짜 문제는 감정이 메말라가요
하루에 웃을 일이 거의 없어요
그냥 감정기복이 거의 없는 일상이 반복되는거죠

이게 어떻게 보면 평정심을 잘 유지하는거라 장점으로 볼 수도 있지만...

제가 얼마전까지는 연애를 하다가 결국 지금은 다시 솔로가 되었는데요 그 중에 큰 이유가 제가 너무 단조롭다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상대방이 저를 기쁘게 해 주려고 준비한 이벤트나 선물에도 막 엄청난 감동을 받거나 그러지 못해요
상대의 노력이 고마워서 그에 준하는 리액션을 만들어내는거라 저를 잘 알고 있는 연인이라면 제가 표현하는 감정표현이 100%진심이 아니라 예의상 하는 리액션이라는걸 느꼈을거예요
그리고 제가 할 수 있는 이야기의 주제가 너무 한정적이다보니까 대화를 한다기보다는 여자친구가 하는 말을 제가 듣고만 있는 상황이 반복되고...

그러다보니 결국 끝이 나더라고요

연애까지 끝나고 나니까 요즘 저는 오마이걸 아니면 입에 미소가 걸릴 일이 하나도 없어요

그나마 덕질이라도 하니까 얼마 안 남은 감성이라도 유지가 되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제발 제가 탈덕하지 않도록 오마이걸은 오래오래 활동했으면 좋겠어요

만약 진이가 복귀한다면 감정선이 거의 다 말라버린 저도 기쁨의 눈물을 2시간정도 흘릴 수 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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