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첫날이자 세월호 참사 595일을 맞이하는 오늘은 단원고등학교 2학년 4반 김동혁 학생의 생일입니다.
김동혁 학생입니다.
동혁이네는 재혼가정입니다. 부모님이 이혼하시고 아주 오랫동안 동혁이랑 여동생이랑 아빠랑 셋이서 살았습니다. 아빠랑 동혁이랑 동생이랑 셋이서 마트도 같이 가고, 동혁이랑 동혁이 동생은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전부 같이 다녔습니다.
동혁이는 귀엽고 애교가 많고 다정한 성격이었습니다. 언제나 붙어 다니는 동생하고 투닥투닥 다투기도 했지만 절대로 때리지 않고 언제나 동생에게 자기가 져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늘 동생에게 사랑한다, 귀엽다고 말해주었습니다.
동혁이 아버지는 아이들을 일부러 엄격하게 키우셨습니다. 동혁이는 아버지를 무서워했지만 세상에서 제일 사랑했습니다. 아빠하고 동혁이하고 동생하고 셋이서 마트에 가면 아빠는 동혁이가 좋아하는 군것질 거리를 사주셨습니다. 동혁이는 특히 꼬치를 좋아했는데, 아빠가 꼬치를 사주시면 "아빠 감사합니다!" 하고 큰 소리로 고마워하며 아주 기뻐했습니다.
그러다가 아빠가 재혼을 하시면서 동혁이네도 엄마가 생겼습니다. 동혁이는 새엄마를 정말 좋아했습니다. 가족이 된 지 한 달도 안 되어 "엄마"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언제나 껴안아드렸습니다. 단원고등학교에서는 야간자율학습을 마치면 학생들이 집으로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게 부모님들이 나오셔서 "귀가도우미"를 해 주시는데, 동혁이는 엄마가 집에 같이 가려고 학교에 오시면 너무 좋아하면서 친구들한테 소개하고 인사시키곤 했다고 합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날 때까지 동혁이는 딱 2년 동안 엄마랑 가족으로 지냈습니다. 수학여행을 떠날 때 엄마는 동혁이한테 새로 신발을 사 주셨습니다. 동혁이는 그 신발이 마음에 들어서 신지 않고 아껴 두겠다고 다른 신발을 신고 떠났습니다.
침몰하는 세월호 안에서 같은 4반 박수현 학생이 찍은 휴대폰 동영상 속에 동혁이 마지막 모습이 남아 있습니다. 동혁이는 "엄마 사랑해, 아빠 사랑해요, 내 동생 어떡하지, 엄마, 엄마, 엄마"라고 부릅니다. 동혁이 어머니는 비록 2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가족으로 지냈지만 동혁이가 마지막 순간에 "엄마"라고 세 번이나 불러준 것이 너무나 고맙고 가슴 아파서, 그 순간 동혁이 진짜 엄마가 됐다고 생각하신다고 합니다.
그래서 동혁이를 잃고 나서 온 가족이 진실규명에 뛰어들었습니다. 동혁이 아버님과 어머님은 국회 농성도 하시고 도보행진도 하셨습니다. 특히 동혁이 어머님은 단식도 하시고 특별법 시행령 폐기 삭발도 하시고 416가족협의회에서 대회협력분과를 맡아서 온 힘을 다해 뛰어다니셨습니다.
동혁이 동생은 동혁이가 다니던 단원고에 입학했습니다. 동생은 오빠 학생증과 자기 학생증 두 개를 언제나 목에 걸고 다닙니다. 쉬는 시간이면 2학년 4반 교실 오빠 자리에 와서 방명록에 편지도 쓰고 오빠 친구들에게도 간식거리를 남겨주거나 "우리 오빠 친구로 지내줘서 고맙다"고 쪽지를 남깁니다.
안산 합동분향소 전광판 #1111 로 문자 보내 동혁이 생일을 축하해 주세요. 세상에서 제일 다정한 오빠였고 귀염둥이 애교쟁이 아들이었던 동혁이를 잊지 말아 주세요.
서울시와 카카오플러스 친구맺기를 하시면 채팅방을 통해서 서울시청 전광판에도 생일 메시지를 보내실 수 있습니다. 이전의 문자 방식보다 번거로워졌지만, 세월호 참사 600일이 며칠 남지 않은 지금 서울시청 외벽에 세월호에 관련된 메시지를 띄워서 많은 분들이 보실 수 있게 하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문자와 사진, 문자+사진을 전송하실 수 있으며 이용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 저녁 6-8시입니다. 예약 전송을 하시면 동영상도 보내실 수 있으며 예약은 오전 11시부터 저녁 8시까지 보내실 수 있습니다. 메시지는 서울시청 외벽에 15초간 노출됩니다.
12월에 유난히 학생들 생일이 많습니다. 아이들은 두 번째 돌아오는 생일을 맞이하는데 작년 겨울보다 상황이 오히려 더 나빠져서 답답하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