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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과거)산문-그것과 그녀의 단일 경계
게시물ID : readers_477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
추천 : 1
조회수 : 26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2/12/02 03:30:23

 눈을 맞으며 그녀가 서 있었다. 반복되는 그녀에 이제는 궁금증도 사라져 버렸다. 그녀는 마지막이 아닐것이라는 것을 안다. 



 선생님, 이게 무슨 소린지 알아 먹으시겄습니까?

글씨, 적어도 저는 잘 모르겄습니다. 헤헤.

 그것이 시작은 별거 아니었다고, 뭐 다들 그리 씨부려 싸대고는 있습니다만, 남 말 하기 좋아하는 것들이야 뭐 세상사 모든 일이 언제나 쉬운거 아니것습니까.  

그래도 그것은 즈기, 잘 알기 전에는 뭐 모르는 거 겠지요.


 운이 좋았습니다. 아니 운이 나빴다고 해야하나. 

 시작은 그냥 자주 오르는 등산로에서 하는 것이 저로서도 여러모로 좋겠어서 거기서 시작할라고 하는데.

 제가 말을 드릅게 모던다고 아, 친구들이 그르케 질리게 말해대기는 합니다만, 근데, 이거는 한번 세세히 말씀 드려 볼라고요. 그러고 싶기도 허고.

 아마 선생님도 기냥 저어기 가서 앉아서 여지꺼정 안 나오고 있는 시방 이제는 뭐 실력 백푸로를 바라는 거도 아닌 다 뿔어터진 국수를 등신겉이-아이쿠, 죄송합니다-기달리구 있는 것보담 이게 더 나을거요.


 그르니깐 그것을 주운거가 나란 말입니다. 그것 압니까, 선생님. 

그 머시여, 최초 발견자가 나란 말시. 나가 그냥 거기 서서 오도가도 모더고 기냥 서서, 아 막 콧물만 니밀니밀 거리고 서가지고 난 왜 전화기 그 시발거를 안가지고 왔나 하고 막 고민을 깝싸게 돌리고 있는데, 아 막 갑자기 똥이 마렵드라고. 

아니 뭐 이상헌거 아닙니다. 선생님 말은, 아니 어띃게 그른 상황에서 똥이 마렵냐, 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어. 

근디, 거, 왜, 내가 그래, 아, 막, 신나도 똥마렵고, 겁나도 똥마렵고, 밥 먹어도 똥마렵고, 막 그릏단 말입니다. 그르니까 갑자기 머리속이 하여져불면서 똥을 싸겠더라고. 

아, 그래 뱃 속을 확 비워 놓는데 거기 떨어져 있드라고요. 

그것이. 

그게 방금 선생님이 본 그것이여. 아, 난 이해가 도통 안가서.



 그녀는 신기하게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녀를 유심히 바라보니 그동안 모르던 새로운 모습이 있었다. 하지만 그녀를 제거해도 거기에는 그녀가 남아 있었다. 



 아니아니, 걱정을 말어요. 선생님, 아, 그것은 필요가 없다고 했다니까. 에헤이, 뭐, 인잔 다 끝난 얘기 구만, 그런 것은 선생님이 일체 상관할 문제가 아녀. 

하 참, 깝깝시릅게 그르신다. 

나 인자 삐져서 그만 말할라니깐. 


 아, 그래서, 내가 그것을 주워서 기냥 읽고 있었는데 슬슬 막 어두워지지. 

그것은, 솔찍이 말해서 쪼금 무서워, 해서 막 그냥 도망 갈라고 하고 있었다고 내가. 

근데 달이 딱 뜨는거여, 아주 늦었구나. 그 때는 그냥 그것 생각만 나더라고, 그날은 구름도 기냥 스물스물 아주 솔찮이 찝찝한 날씨였그등. 

 그래도 내가 한 저거시기 해서, 그 뭐더라. 그기 길눈인가 뭔가 내가 아주 베테랑이란 말여. 그리고, 아, 이거시 그날 입었던 건디 증말 따뜻하더라고. 글고 술도 쫌 먹었고. 

에이 갑자기 쪽팔리더라고. 

 옛날에 그것이....



  구전을 채록한 증거를 보자면, 심야에 출몰하는 그것을 보았다는 주민들 다수의 증언이 있다. 

주민들의 구전으로 내려오는 묘사에는 언제나 겹치는 부분이 있다. 

  1. 달 밤일 것.
  2. 혼자 있을 것.

이상의 조건이 충족 되었을 때 어떠한 물리적이지 않은 징조가 있고, 즉시 그것이 발생한다고 한다. 



 상덕이라고 있어요-아 왜 기냥 내 불알 저거시긴데-아, 그 새끼가 저기 언젠가 그 때 쯤 돼가지고, 막 숨이 깔락깔락 해가지고, 그래가지고 동네 입구에 앉아 있드라고.

아, 그래가지고 사람들이 막, 거기 상덕이 어무니도 가서 물어보고 막 그랬단 말이지. 

근데 이 새끼가 말을 잘 못허는거여. 막 잠 만 자고. 그렇게 한 5일인가 잤을거여. 

내가 똑또거게 기억 하는데. 막 우리가 상덕이 저 새끼 죽는다고 그랬댔지, 쳐 먹지도 않고 저렇게 자다간 죽는다고, 막 우리가 그러고 있었는데. 

 아니 아니, 그건 내가 또 잘 몰라요. 아 그때야 뭐 다들 알아서 방법도 있고 했을거시겠지.

근데, 아, 내 말 좀 들어 보시라고. 근데, 아 이새끼가 오일인가 자고서는 갑자기 즈그 엄마가 엎드려 자고 있는 부엌으로 나오더래잖어. 막 아무렇지도 않게. 밥 달라고, 배 고프다고 밥 달라고. 

그러고는 그랬대요. 


 그것이 벌어졌다고. 


 아 그래서 다들 막 그랬지. 막, 인자 큰일 났다고. 아 우리가 뭘 어째. 

지금이야 이렇지만 그 때만 해도요, 선생님, 막 여기 전화 할라면 박씨네 가고 그랬어. 상상이 가십니까. 

아까 봤지요. 거기 수퍼하는 박씨. 그 사람이 지금은 그래도 즈 아버지가 좀 이거 붙이고 저거 붙이고 해서 좀 모아놨다고. 그 집이 우리 마을에서 제일 처음으로 테레비 놓은데야. 

 근데, 그 때는 그리 될라고 그랬나 전화가 두절인거여. 전화가. 그르니까 우리가 어디따가 으뜨케 전화를 하겄어. 막 그냥 다들 문 다 잠그고 있고 그랬지. 

 근데 상덕이가 그것이 되버렸어. 

아, 그 담 부텀 진짜 생각도 하기 싫어라. 

그것이 기냥 달 반을 줄창 가는데, 아주 죽겠더라고. 

그니까 내가 그것을 다시 봤을 때 기분이 어떻것어요. 아마 상상이 갈거여.



 그녀는 보고, 또한 보고 있다는 것을 안다. 실상, 그녀의 대부분은 그렇게 그녀를 보는데 사용되는 것이라 생각 된다. 그녀의 한계가 도달하는 그 지점까지의 감각은 모두 그녀가 발생되는데에 쓰여지는 것으로 보인다. 그녀가 완벽히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기에, 그녀에 대해 측은한 걱정이 된다. 



 아 막, 내가 말이여요. 

한 때는 그것을 막아 보려고도 했었다니까요. 그 땐 나도 젊었어.      

 아, 그래서 막 배타고 바다에도 나가보고 그랬지요. 그러다가 상덕이를 만난거여. 

그래 내가, 상덕아, 내 너를 위해 왔다. 쉽지는 않을 거시여. 그니까 그냥 나랑 쉽게 쉽게 가자. 

막 그르니까 아 상덕이 이 새끼가 웃는거여. 그게 뭐라, 비웃는거도 아니고, 웃겨서 웃는거도 아닌 그런 웃음이었어요. 그것 보니 마음이 쫌 저기 하드라고. 

제에기, 그래서 다 때려치고 그길로 그냥 고향에 돌아와서 그 쪽은 치다 보지도 않고 등신처럼 그것에 대해선 일절 아는 척도 안하고 이날 이때꺼정 그래 살아 왔는데, 아 글쎼 그날 밤에 거기서 그것을 딱 마주쳤으니 세상사 알다가도 모르는 거여. 

뭔말 하는지 아시것어요, 선생님.



 그 날은 달이 정말 흐슨하게 풀려있어 달무리가 어른어른하게 주변을 둘러싸고 있었다. 

 꽉 찬 달 빛은 주변의 풀들을 더욱 진하고 야생적으로 새롭게 조각하고 있었고 그림자들은 오히려 더욱 선명하게 자신의 형태를 드러내는데 모든 의의를 두고 있는 듯 했다. 

 그 사이 사이를 두고 늦도록 자신을 찾지 못한 풀벌레들은 쪼록쪼록 소리를 내며 색채를 더하고 있었다. 

 나뭇잎은 바람에 사부껴 대며 스른스른한 자기들의 소리를 던져 넣고, 발 밑의 진한 푸른 풀 잎들은 이제는 정강이까지 올라와 촉촉한 몸을 비벼댈 때, 가끔씩 어디선가 들어봤지만 일면식은 없는 새들의 소리가 잊혀질만하면 말을 걸어 오곤 했다.

 이 나이 되도록 소개받아 본적 없는 땅 위의 온갖 것들이 이제는 달 빛으로 허락 받은 세계의 비어있는 공간을 소리로 채우고 있는 지금.

 

 그것을 만나러 왔다.



 마지막으로 그녀를 봤을 때, 그녀는 눈을 맞고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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