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옷 가득한 가운데
홀로 흰 옷 입은 그는
회색 빛 사진 앞에서
철모르는 딸아이 손을 잡고 서 있었다
생전에 자식 자랑이 그렇게 많았다며
서울에서 장사하는 아들놈이 그렇게 효자라고 했다던
조문하는 한 노인의 말에
참았던 눈물 쏟아내듯 무너지며 오열한다
일이 바빠서
아이가 아파서
다음 설에는 꼭 가겠다던 약속은
고인과 생전에 나눈 마지막 인사가 되고 말았다
일거리도 도리가 있고
병마에도 염치가 있어
마지막 가시는 길 방해없이 달려온 그는
꺽꺽대는 목소리로 외쳤다
어머니 제가 왔습니다
보고싶다 하시던 유정이도 데리고 왔습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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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현듯이,
집에다 안부전화 한통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주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