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8월에 로드 입문후 처음 출전하는 대회가 가장 빡시다는 거기..
자신의 한계를 체험?하고자 겁도없이 출전하게 되었습니다.
아는 사람도 몇 없어 그냥 혼자 차 끌고 갑니다.
많은 사람들이 팀으로 와서 사진도 찍어주고 서포트도 해주고 부러웠습니다.
저는 최대한 기록?에 충실하고자 스타트라인 가장 앞쪽에서 대기하다 폭죽 소리와 함께 선두그룹에 낑겨서 구룡령까지 속도 40을 넘나들며 정신없이 갑니다. 이때 가장 많은 아드레날린이 분비되어 오바한듯....첫 구간 45km 스트라바 기록이 통산 50위권이라니...;;
구룡령 업힐 ...그냥 저냥 올라갑니다. 아직까지는 힘든줄을 모르는가 봅니다.
기록에 충실하려면 휴식시간을 최소화하라..라는 지인의 충고에 첫 보급소는 쿨하게 패스..
신나는 구룡령 다운힐.. 길고 길지만 빨리 끝나네요..그리고 마주친 악명높은 조침령!
각이 살벌합니다. 허벅지에 부하가 빡빡오길래 뒤늦게 추격전 모드를 버리고 페이스를 찾으려 합니다.
댄싱을 최소화하며 간신히 올랐어요. 그리고 누구나 맞이하게 되는 인생의 갈림길에서 고민없이 우회전! 난 남자니까!
조금 지루한 낙타등을 지나고 이제 스페셜 보급소..
원래는 바나나를 맡기려다가 바나나는 기본지급된다길래 남자답게 스페셜 보급도 포기한 상태로 도착해서
바나나 4개+초코우유+에너지바+콜라 대여섯잔을 대략 10분만에 쑤셔넣고 쫒기듯이 출발합니다.
이때가 라이딩 타임 3시간 50분 정도 였죠..막연한 목표 시간을 8시간으로 잡았기에 아직은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배를 채우고 나니 한계령은 그닥 힘들지 않았다고 머리와 심장은 기억하고 있는데 다리는 그렇지 않았나 봅니다.
어라..마른하늘에 빗방울이 떨어지듯이 간헐적인 경련이 오기 시작합니다. 오르막도 아니고 내리막에서요.. ㅠㅠ
한계령을 쥐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내려오고 나니 130km 지점 부터 본격적인 쥐가 시작됩니다.
오른 허벅지->오른 종아리->왼 허벅지->왼종아리->오른쪽 엉덩이->왼쪽 엉덩이 랜덤 무한반복...
자전거에서 내리지도 못하고 주먹으로 손바닥으로 미친듯이 다리를 두들기고 주물러도 안됩니다. ㅠㅠ
한계령만 내려오면 이제 비교적 낮은 경사의 구룡령만 남았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사이의 이름모를 구간의 낙타등이 사람을 잡습니다.
오후 한시쯤의 속도계의 온도는 36도를 가리키고 있네요. 물은 모두 뜨뜻해지고..앞에도 사람이 안보이고 뒤에도 안보이고 홀로 1시간 이상을 간듯 합니다.
비명을 질러야 할 정도로 다리가 굳어서 갑작스럽게 멈춘 구멍가게는 카드는 안받는다고 하고..
타이어 땜빵용으로 챙긴 천원한장으로 간신히 1350원짜리 콜라를 하나 얻어 마십니다. 콜라를 마시며 다리를 주물러보지만 통증은 ㅠㅠ
머리속에 기록 주행은 물건너 갔고..이제 생존모드입니다..살아 돌아가야한다..
언제 시작되었는지도 모를 구룡령리버스에 진입... 바닥에 정상까지 10km의 표지판이 보이네요
쥐가 3초마다 올라오는 다리를 부여잡고 느리지만 멈추지 않고 오릅니다. 4명 정도의 추월 라이더를 보낸것 말고는 사람 구경을 못합니다.
사방이 고요하고 뜨겁고 외롭습니다. 그래도 이거만 오르면 업힐 끝?이라는 희망 한가닥을 품고 올라갔습니다.
마지막 보급소에 도착하니 이제 힘든거 다 끝났다고 다들 위로의 말을 건네는데.. 멍청한 그란폰도 초짜는 그걸 믿었습니다.
콜라를 연거푸 4잔 마시면서 뿌리는 파스를 건네받아 다리에 마구 뿌리는데 아무런 감각도 느껴지지 않네요..
이제 내리막밖에 없잔아? 물병은 호기롭게 하나만 채우고 다리를 부들거리며 출발..
그래 키로수 줄이는데는 역시 내리막이지.. 오르막에서는 안줄은 누적거리를 팍팍 줄여줍니다..
팍팍 줄여주는데...어라..속도가 줍니다. 50,,40,,30..20..어라..30키로 남았는데 더 내려가야 되는데.. 이게 아닌데
그때부터 시작된 멘붕+쥐+봉크의 시작..그간 왔었던 170여키로의 구간보다 마지막 30키로의 구간에서 3배는 많은 선수들을 앞으로 보냈습니다.
몇 몇 팀들이 붙어서 오라고 했지만..쥐가 난리를 쳐서 100미터도 끌려가지를 못합니다. (마지막 구간 스트라바 순위 1200위대 ㅋㅋ)
가진 에너지와 물, 멘탈을 200km 지점에서 모두 소진시키고 마지막 8km는 좀비처럼 왔습니다. 아무런 의식도 생각도 없었던 것 같아요. 피니쉬에 들어오고 포카리를 연거푸 들이키니 마른 기침이 멈추질 않네요.
라이딩 이후 한번도 못간 화장실을 갔는데도 소변을 시원하게 보질 못합니다. 찬물에 세수를 하고 나니 정신이 좀 돌아오네요. 처음에 계획했던 8시간의 벽은 깨지 못했어요.
전체적으로 보면 나쁘지 않은 기록일수도 있겠지만, 쥐로 인한 고통보다 후반에 페이스를 말아먹은 것에 대한 아쉬움이 더 큽니다. 내년에 다시 오게된다면 극복할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무엇보다..함께할 파트너가 있었으면 하네요.
참가한 모든 라이더들 고생들 많이 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