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배구] ‘도쿄대첩’의 숨겨진 이야기, ‘현충사 참배’ "마음이 먼저다." 한국여자배구대표팀이 지난 23일 적지에서 '숙적' 일본을 꺾고 2012 런던올림픽 본선 진출에 청신호를 켰다. 지난 2004년 아테네올림픽 이후 8년 동안 일본 1진을 상대로 당했던 22연패를 끊고 자존심을 회복하는 소중한 승리였다.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던 일본전에서 세트스코어 3-1(25-18, 22-25, 25-17, 25-13) 완승을 거둘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일본만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선수들의 굳은 마음가짐이었다. 김형실(61) 대표팀 감독은 "선수들이 훈련 시작 단계부터 일본전에 대한 결의를 다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지난 3월24일 충남 아산의 현충사를 다녀왔다"고 했다. 현충사를 다녀오다 김 감독은 일본을 잡기 위해 기술 훈련보다 선수들의 마음가짐을 다르게 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유럽챔피언스리그를 마치고 다소 늦게 합류(3월22일)한 김연경이 한국에 도착해 대표팀 구성이 완료되자마자 3월24일 오전 훈련을 접고 아산 현충사로 향했다. 정해져 있던 일정이 아니었기 때문에 전용버스도 없었고 비까지 내렸지만 김 감독은 단호했다. 12명의 선수들은 코칭스태프의 차에 나누어 타고 현충사를 찾아 참배하고 일본전에 대한 결의를 다졌다. 김 감독은 "이날 이후 선수들의 일본전 승리에 대한 열망이 더 간절해졌다"고 했다. 그는 "이런 간절함이 있었기 때문에 도쿄체육관을 가득 메운 1만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에도 선수들의 의연하게 대처해 나갈 수 있었던 것"이라며 "결국 실전에서 우리의 정신력이 일본보다 강했기 때문에 우리가 가진 힘과 기술을 모두 보여주고 대승을 거둘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일본을 이기겠다" 김 감독은 "지난 8년 동안 일본에 연전연패하는 모습을 보며 모멸감과 좌절감을 느꼈다"고 했다. 그가 대표팀을 이끌던 1997~8년만 해도 일본은 한국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러나 국가 차원의 대대적인 투자로 일본 여자배구가 급성장하면서 어느새 '배구 강국'이 되어버린 일본 앞에 한국은 작아지기 시작했다. 연패가 시작됐고 그 사이 2008 베이징 올림픽 본선 진출이 좌절됐다. 김 감독은 다시 지휘봉을 잡은 이번 대회에서 '일본을 잡아야 올림픽 본선진출을 이루고 잃어버린 자신감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대회를 앞두고 도쿄방송(TBS)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번 대회의 목표를 밝히며 "일본을 이기겠다"고 말했다. 당시 함께 인터뷰를 했던 마나베 마사요시 일본대표팀 감독은 "우승이 목표"라고 자신감을 보였었다. 김 감독은 "우리는 목표가 분명했다. 일본을 잡으면 런던행 가능성도 크게 높아진다. 훈련 때부터 일본전에 주안점을 두고 준비해왔기 때문에 선수들이 경기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일본전에서 34점을 올리며 맹활약한 김연경 역시 경기를 마치고 "일본은 수비가 뛰어난 강팀이지만 이기고자 하는 의지, 승리에 대한 염원이 우리가 더 강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도쿄(일본)=유선의 기자 [email protected] 태국전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