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확실하진 않아도 안철수를 오유에서 제일 먼저 비판한 사람 중에 하나일 겁니다.
2012년 7월 때부터였나요?
계속 단일화 안 하고 시간 끌어서, 그 때부터 이렇게 해서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비판했었죠.
그렇다고 싫어하는 건 아닙니다.
제가 생각하는 안철수는 새누리를 타도할 수 있는 대안이에요.
그러나 '유일한' 대안은 아니죠.
대안 중에 하나일 뿐이고, 옳은 일을 하면 지지하고, 그른 일을 하면 부정할 생각입니다.
왜 이 이야기를 하냐면,
안철수가 제 바람대로 움직여 줄 거라고 기대하는 건 제 욕심이죠.
안철수의 목적은 새누리타도가 아니라, 새정치일 수 있잖아요.
저와 안철수 사이에 바람이 공통되는 부분도 있을 수 있지만, 다른 부분도 있을 수 있겠죠.
그걸 서로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바람과 같으면 지지하고, 다르면 이해하고, 너무 다르면 그것을 막는 것이 그 이해하는 과정이겠죠.
다시 말하지만, 대선 때 저는 안철수가 미웠을 때가 있었어요.
빨리 단일화 해주고, 문재인에게 힘 실어주면 새누리타도 되는데, 왜 안 그럴까 하구요.
노회찬 의원 지역구에 나갈 때도 미웠죠. 왜 그곳에서 나갈까 하구요.
그러나 자기가 원하는 정치를 자기 손으로 해야하는 안철수의원 입장에서는 그게 맞거든요.
성급한 단일화에 들러리를 서는 것도, 떨어질게 뻔한 지역구에 나가서 아름다운 패배자가 되는 것도
그가 바라는 정치가 아니었던 거에요.
그럼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정치를 했을 때 지지하고, 그렇지 않았을 때는 지지하지 않으면 되요.
안철수에게 엄청난 기대를 할 필요도, 엄청난 실망을 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도 정치인이고, 인간인데 너무 많은 짐을 지우는 거 같아요.
하나 잘했다고 영웅화시키지 말고, 내 생각과 하나 다르다고 쓰레기 취급할 필요도 없다는 말입니다.
우리는 너무 영웅을 바라고, 그 영웅에게 짐을 지우려고 작정하고 있어요.
개혁은 영웅이 아니라 국민이 해야하는데 말이에요.
사족이 길었지만, 박정희와 이승만 묘지 참배에 대해서 말하자면,
저는 이번에는 그렇게까지 비판하고 싶지 않네요.
우리는 정치인이 우리를 이해해주기를 바라는 동시에,
우리도 정치인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안철수 입장에서 이승만, 박정희의 존재를 부정한다는 게 과연 쉬운 일이었을까요?
불법적이고, 치사하게 되었더라도 공식 문서상에는 대통령입니다.
거기가서 김대중 대통령한테만 인사하고 돌아온다면,
아마 다른 명목으로 다른 세력들한테 욕을 먹고 있겠죠.
확대해석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안철수가 어느 노선으로 갈지는 지금 안철수도 모릅니다.
다만 여러분의 노선에 맞으면 지지하고, 그르다고 생각하면 지지하지 않으면 되는 일입니다.
벌써부터 작은 일에 실망할 필요가 있을까요?
만약 거꾸로 박근혜가 박정희한테만 참배하고 왔다면,
우리는 욕하지 않았을까요?
안철수 역시 김대중 대통령한테만 절하고 오기에는 상황이 쉽지 않다는 거죠.
신문사에서 대통령 인정 못하냐부터 온갖 찌라시들을 써댈텐데 말입니다.
확실한 건 박근혜가 현충원의 모든 대통령에게 다 참배하고 와도,
콘트리트들은 결코 김대중 대통령한테도 절했다고 뭐라 하지는 않을 겁니다.
우리는 그런 사람들과 같이 살고 있습니다.
박정희, 이승만 참배에 대해 뭐라고는 하되,
섣불리 실망은 하지 않으셨으면 해서 긴 글 썼습니다.
그리고 그걸 크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의 의견도 한 번 생각해보세요.
김현중이 전두환과 악수한 거와 저는 다를 게 없다고 봅니다.
그냥 어쩔 수 없이 한거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