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않겠다고 했지만,
어느샌가 4월에만 기억을 하고….
혼자 기분좋게 제주도 자전거 종주를 하려다 문득 떠올랐다.
종주하고 집으로 오고 마치는 것이 아니라 진도항으로 돌아와 랜도너스 PT-416 코스를 따라 세월호 기억교실에서 마무리하는 것이 어떨까 싶었다.
계획은 그럴싸했다.
종주를 하고 1100고지를 오르고 진도항에서 출발하여 안산까지 가는 것으로. 그리고 충분히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미안하다. 욕심이 과해서 첫 시도인 9월 26일에는 고창에서 포기를 했다. 자만심이 너무 컸다. 되지도 않는 주제에 혼자 의미부여를 많이 했을까….
그래도 정말 하고 싶어서 한 거 알지?
10월 9일 정오에 출발해서 지금 돌이켜보니 너희들이 도와준 거 같구나.
혼자 산속의 밤기온을 우습게 봐서 벌벌 떨며 버스정류장에서 잠시 눈붙이고… 비몽사몽간에 공도를 탔는데 코스가 만들어질 때에는 공사중이었지만 공사가 완료되서 역주행길이었는데도 아무 생각없이 그 길을 갓길이라 생각하고 1차선에서 역주행을 하다니… 지금 생각해도 오싹하다. 알아차리고 부랴부랴 갓길로 나온 후에야 차들이 간간이 지나갔으니…. 그 외에도 코스가 416km에 맞추기 위해서인지 독주로 갈 코스로는 상당히 위험한 구간도 있었는데 돌이켜 보니 나 혼자 주의한 것도… 운전하는 트럭 기사님들만이 아닌 너희들도 지켜봐준 게 아닌가 싶다.
모든 체력이 다할 때 쯤 겨우 도착을 했고
마침 열려있어서 관람을 하러 올라갔다가 나도 모르게 욕지거리를 했다. 그 모습 그대로 칠판에 수학여행의 기대에 찬 낙서들…. 그리고 책상마다 놓아진 조화들…
그래도 시간이 너무 많이 흘러서 그런가…. 감정은 추스러들었지만 안타까움은 다시 떠오르더라.
미안한 건…. 그 후로 이태원사고가 일어났고…
여전히 부끄러운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
코로나 때 이사를 내려와 세월호를 가까이 두고도 4년이 되어서야 우연찮게 멀리서 보고 가까이 갔지만 차마 용기가 나지않아 내리지 못하고 지나감이 부끄럽다.
아마 또 얼마 지나지 않아 일상으로 돌아가겠지만…
그래도 혼자만의 방법으로 추모를 매년하기로 정했다.
알지? 첫 시도에는 실패했지만 두번째에 성공하고 받은 퍼머넌트 인증서를 내가 제일 뿌듯해하는 걸…
비록 너희들을 직접적으로 모르고 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모르지만 그래도 훗날 부끄럽지는 않도록 살아간다고 생각하는데… 다시 다잡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