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보다 다리의 통증이 더 심해졌다. 내일은 더 아플 것이다. 한 걸음 내딛는 것이 이렇게 버거운 고통일 줄은 몰랐다. 파스를 붙이고 압박붕대를 감는 것도 이쯤 되니 아무 소용없다. 12월 3일, 오늘로 33일째다. 평균 하루에 30㎞, 10시간씩 걷는 중이다. 안산에서 팽목항까지, 팽목항에서 다시 안산으로. 총 1200㎞. 세찬 겨울 바람을 얼굴에 맞으며 걸을 때, 억지로 바지춤을 잡고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끌며 걸을 때 문득 생각한다. “내가 지금 이걸 왜 하고 있는 걸까, 다리가 너무 아픈데 포기할까.” 그러나 이내 떠오르는 얼굴은 세월호 참사로 세상을 떠난 동생 오천이다. “내가 지금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2014년 4월 16일에 오천이가 느꼈을 공포와 고통, 두려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 생각 하나면 다시 걸어야 할 길들이 보인다.
권오현씨(29)는 11월 2일부터 도보행진 중이다. 도보행진을 결심하게 된 건 화가 나서 견딜 수 없어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