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에요. 거의 노동이에요. 저 쉴거 안 쉬고 하는 노동. 다른 급양병들 다 낮에 일끝나서 잠깐 자고 할때 커피로스팅하거나 일과 끝나고 커피교육하거나 뭐 그런거에요
저 쉬는시간 투자해서 하는거라고요. 힘들어요. 솔직히 포스팅에서는 밝은면만 쓰기도 한 제 잘못도 있지만
영내에서 커피하는거? 이거 노동력 생각보다 많이 들어가요. 스트레스도 생각보다 많이 받고. 왜 그깟 커피하는데 노동력이 들어가냐고요?
여기에 전열기구 들어오려면 다 인가받아야 돼요. 그래서 여기는 다 수동이에요. 에스프레소도 다 수동, 분쇄도 수동, 예열도 수동. 청소 세척 다 수동!
유일하게 수동 아닌건 90도로 쏟아지는 정수기 온수밖에 없네요.
또 제 로스터기, 유니온 수동 샘플로스터기 200g 짜리 써요. 타공식이라서 채프 다 날려요.
로스팅 한 1kg 하고나면 식당안은 참 지랄이죠. 볶는시간보다 청소하는게 더 오래걸려요.
그래도 로스터기 있는게 어딥니까 원래는 수망으로 볶았어요.
수망에 100그람넣고 손으로 빙빙 돌리면 채프가 가루로 갈려서 날려요. 이게 환풍기 팬이나 환풍구 천장, 굴뚝, 바닥, 다 날리고 붙어요.
그거 제가 다 청소해요. 식당에 후임 없냐고요?
있어요. 근데 제가 해요. 왜냐면 제가 저지른거 제가 책임감 가지고 치워야 하니까.
커피할 짬이면 그냥 시키지 그러냐고요? 저 짬 안높아요. 짬찌 간신히 아주 간신히 벗어난 일병이에요. 일병! 상병도 아니고 일병!!
처음 시작할때는 이병이었고 말이에요......
이병이 군대에서 어떻게 그지랄을 하냐고요?......
저 처음 온날 상황극 한번 해봐요?
"야 신병아 넌 사회에서 뭐했냐?" "이병 XXX바리스타 했습니다!" "어 나 커피 좋아하는데. 너 그럼 핸드드립 할줄 알아?" "예! 그렇! 습니다!" "프라푸치노나 뭐 마끼아또나,이런것도?" "자가배전도 해?" "전부 할수 있습니다!" "좋아 우리 간식은 이제 정해졌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실제로 들은 말이다.
아 씨
시키니까 했지
나야 실력 안 잃으려고 이병버프 받아서 좋다좋다 커피 노예질했지
요즘은 그나마 덜하고 한숨 돌리죠. 다른분들한테 커피를 아예 가르치고 커피 부족하면 아는 까페에다가 전화해서 입금하고 택배받는식으로 공동구매하고
뭐....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이렇게 하다가도
어디서 높은분 오신다, 검열이 있다 그런 소리 들리면 죄다 박스에 처넣고 다 숨겨요.
그리고 조마조마 하죠
걸리면 어떡하지
뭐라고 해야하지
뭐 아직까지 걸린 적은 없어요
영내 부사관 장교 군무원 분들이 도와주시는 것도 있거니와....
그래요. 이렇게 힘들게 해요.
근데요 저, 전역때까지 이 짓 계속하려고요.
저 이러면서 실력 진짜 엄청 늘었고......
우선 커피쪽 알거나 친한, 그런분들께 군대에서 썩어나오지 않는다 그러한 인식을 주는 것만 해도 제 몸값이 좀 덜 떨어질 테니까요.
'군대에서 로스팅하고 왠만한 까페처럼 커피를 했다' 라는 증거만 있다면 이거는 일종의 이색경력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가장 좋은건 커피 내리고 볶고 이러는 동안만은 군대에 있다는걸 잊을수 있거든요.
그게 제일 좋아서 계속할거 같아요.
아 뭐 쓸데없는 글이 길었네요. 이만 슬슬 줄일게요.
바리스타 보직 어딨어요 이런거 묻지 말아줘요. 뭐 진짜 누가 군 관계자한테 이런 질문하고 "어 그 오유에 누가 군대에서 커피한다고 올리던데?" 이런 말 한마디 하면 감사들어오고 다 ㅈ 되는 거에요. 아주 ㅈ되는 거야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