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605일을 맞이하는 12월 11일 오늘은 단원고등학교 2학년 3반 정예진 학생의 생일입니다.
정예진 학생입니다.
예진이는 "수퍼스타"가 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뮤지컬을 아주 좋아했고, 방송계에서 일하는 것이 예진이의 꿈이었습니다. 아이돌 그룹 동방신기의 유노윤호와 같이 무대에 서서 유명한 스타가 되어 부모님을 호강시켜 드리겠다고 큰소리를 쳤습니다.
그저 사춘기 소녀의 공상은 아니었습니다. 예진이는 날마다 연기 학원에 다니며 미래의 꿈을 위해서 실력을 키웠습니다. 학교에서는 이미 알아주는 분위기 메이커였습니다. 학교 축제에서 예진이는 단연 돋보였고, 오후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졸면 선생님도 예진이한테 "분위기 좀 띄워봐라"라고 부탁하실 정도였습니다.
집에서 예진이는 남동생이 하나 있는 알뜰살뜰하고 야무진 맏딸이었습니다. 동생이 중학생일 때 사나운 아이들에게 돈을 뺏긴 적이 있는데, 예진이는 엄마한테 말하지 않고 동생 학교에 찾아가서 동생네 담임 선생님과 담판을 지어 뺏긴 돈을 다시 찾아 준 적도 있습니다. 그리고 예진이는 학교에서 학원까지 가는 버스비 천원이 아까워서 걸어다녔습니다. 예진 어머님은 예진이가 그렇게 사소한 것도 아끼고 절약했던 것, 아이답게 그냥 마음 놓고 지내지 못했던 것이 너무 미안하고 한스럽다고 하십니다.
예진이는 봉사 활동도 열심히 하던 아이였습니다. 주말이 되면 노인 요양 시설에 목욕 봉사를 갔습니다. 예진이는 할머님들 불편하시지 않게 번쩍번쩍 안아서 옮겨드리고, 할머님 손톱에 매니큐어를 새로 하신 걸 보면 "어머 정말 고우세요~" 하고 애교를 부렸습니다.
수학여행을 떠나기 전날에도 예진이는 수학여행 가서 장기자랑을 한다며 밤 늦게까지 학원에 가서 연습에 몰두했습니다. 자기만 제주도 가게 돼서 남동생한테 미안하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예진이는 제주도에 닿지 못했고, 4월 22일 남동생 생일날에 부모님 품으로 돌아왔습니다.
예진 어머님은 세상에서 엄마 마음을 가장 잘 알아주던 친구 같은 딸, 예쁘고 활달하고 사랑스럽던 예진이를 잃고 나서 진실규명 활동에 뛰어드셨습니다. 안산에서 팽목항까지 도보 순례도 하시고 청운동에서 농성도 하시고 광화문에서 피켓도 드십니다. 그리고 예진이 친구였던 같은 3반 도언이(12월 8일 생일이었습니다) 어머님과 함께 "정예진 김도언 장학회"를 만들어 후배들을 아껴주었던 예진이와 도언이를 오래오래 모든 분들의 기억에 남기려 애쓰고 계십니다.
도언이 어머님은 장례를 치르고 도언이를 보내기 전에 머리카락을 잘라서 간직했다고 하십니다. 예진이 어머님은 경황이 없어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 안타까워서 예진이 방을 청소하시다가 발견한 예진이 머리카락 여섯 오라기를 유리병에 넣어서 간직하고 계십니다. 그리고 예진이 이름을 새긴 목걸이를 언제나 걸고 계십니다.
안산 합동분향소 전광판 #1111 로 문자 보내 예진이 생일을 기억해 주세요. "슈퍼스타" 예진이, 남동생에게 어른스러운 누나이고 엄마한테 자랑스러운 맏딸이자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친구였던 예진이를 잊지 말아 주세요.
아이들과 선생님들의 기억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416교실 존치를 위한 부모님들과 시민분들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늘 오전 10시 30분에 경기도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이 있습니다. 416교실존치 서명에 동참해 주시면 단원고 피해 학생들과 선생님들 가족분들께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