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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분대장
게시물ID : military_1584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aeio
추천 : 118
조회수 : 9723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3/02/28 12:15:54

어느 날 우리부대로 하사 한명이 도착했다. 새로운 부소대장이 온건가 했지만 그 하사는 내무실에 짐을 풀기 시작했다.

알고보니 부대 규정이 바뀐건지 소대 내 선임분대장이 하사로 바뀌게 되었고 그 시범케이스로 채택된 소대가 바로

우리 소대였다. 미리 알려주지도 않고 갑자기 이런 일이 생기자 우리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후임들이야 별 상관

없었지만 졸지에 간부와 같이 생활하게 된 선임들에겐 날벼락 같은 이야기였다. 이런 사실을 알리자 고참들 사이에선

순간적인 상황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곳곳에서 욕설과 함께 격한 반응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폭력게임의 주인공처럼

난폭하게 변해버린 것이다. 새로운 간부가 나타나자 과다한 공격성이 일어나면서 그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미 엎지러진 물이었다. 게다가 그 하사는 병생활을 하다 간부지원을 한게 아니라 민간인에서 바로 하사로 임관한

케이스라 내무생활에 관해서는 이등병만도 못한 상태였다. 그런 상태에서 기선제압을 하기 위해선지 오자마자 군기를 잡으려 했고

고참들과 갈등의 골은 점점 깊어져만 갔다. 시간이 지나면 좀 나아지려나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되기만 했다.

그도 그럴것이 갓 임관해 군생활에 대해 아는것이 아무것도 없었고 그렇다고 우리가 간부한테 이래라 저래라 할 수도 없었기

때문에 우리들 입장에선 그저 답답할 뿐이었다. 점호준비를 하기위해 인원체크를 하면서 멀쩡한 상황판을 놔두고 침상올라갈 때

쓰는 깔판을 상황판으로 쓰는 그의 모습을 보며 이런 병... 이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튀어나왔지만 꾹꾹 눌러 담을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우리를 가장 미치게 만드는 건 그의 휴대폰 이었다. 간부라 휴대폰 휴대가 가능했기에 그의 보물 1호는 새로 뽑은 싸이언

휴대폰이었고 언제나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취침시간이면 어디다 그렇게 통화질 문자질을 하는지 잠들만 하면 울려대는

그의 휴대폰 소리는 우리를 미치게 만들었고 참다 못한 고참들이 잘때만이라도 자제해 줄 것을 부탁했지만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

소대장 부소대장한테 하소연을 해봐도 그때 뿐이었다. 언제부턴가 우리끼리 그를 부르는 호칭은 '싸이언인'이 되어있었다.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간부회의를 마치고 들어온 그의 얼굴표정엔 그늘이 가득했다. 그러더니 송곳을 가져와서는 갑자기 휴대폰

카메라 렌즈를 찌르기 시작했다. 저인간이 드디이 미쳤나 싶어 무슨일이냐고 물으니 대대장님 명령이라는 것이었다. 훈련을 앞두고

기밀유출방지를 위해 간부들 휴대폰카메라를 사용못하도록 전부 부수라는 대대장님의 명령이 있었다는 것이다. 평소에 얼마나 휴대폰을

애지중지 하는지 알고 있었기에 처음으로 그에게 안쓰러운 감정이 들기 시작했다. 렌즈가 생각보다 튼튼한지 잘 깨지지 않았고

그럴때마다 그는 제 몸을 찌르는 듯 안타까운 신음소리를 흘렸다. 그때 건너편에 앉아있던 고참이 다가와 자기가 해보겠다며

말을 건넸다. 평소에 유독 사이가 안좋아 말도 잘 안하던 사람이 갑자기 먼저 말을 걸어와 왠일인가 싶었는데 송곳을 건네든 고참이

렌즈를 꾹 꾹 찌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어느 순간 우드득 소리와 함께 송곳은 렌즈를 관통해 액정을 뚫고 반대편으로 튀어나왔다.

생각치도 못한 휴대폰의 최후에 넋이 나간듯 멍한 표정을 짓던 선임분대장은 이내 정신을 차리고 분노에 가득찬 초싸이언인이 되어

그 선임에게 일부러 그런거라며 욕설을 날리기 시작했다. 선임은 실수라고 얘기했지만 별로 당황하는 기색이 보이지 않았던 걸로 봐서는

약간의 고의성이 있지 않았나 싶다. 그렇게 벌어진 언쟁은 지나가던 부소대장이 내무실로 들어와서야 끝나게 되었다. 부소대장이 들어오자

선임분대장은 얻어터지고 들어온 12살 꼬맹이 마냥 그간 있었던 일을 고자질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의외의 상황이 벌어졌다.

한참을 듣고만 있던 부소대장이 갑자기 선임분대장의 조인트를 걷어 찬 것이다. 그러더니 너는 간부란 새끼가 병사랑 싸움질이나며 선임분대장을

나무라기 시작했다. 이제 의기양양해 지는건 그 선임 쪽이었다. 하지만 그 선임 역시 넌 뭘잘했다고 그러고 있냐며 욕을 먹어야 했고

결국 그 둘은 간부와 병사가 함께 군장을 도는 진풍경을 연출하고야 말았다. 그러고 얼마 후 선임분대장은 다시 똑같은 모델의 핸드폰을

사가지고 돌아왔고 그때부터 우린 그를 매드싸이언티스트라 불렀다.

 

결국 그 하사가 다른 보직으로 이동하면서 석달도 안되서 원래의 시스템으로 돌아갔고 우리 소대는 평화를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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