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이해하면 무서운 이야기-일기가 베스트 게시물에 올라가 있더군요ㅎ 감사합니다(__)
그때는 해설을 바로 안올려서 욕도 많이 먹었습니다.
하지만 해설을 바로 올리면 왠지 재미가 없어서..ㅇㅅㅇ
오늘 올리고 나서 다음날 바로 해설을 올리겠습니다. 하지만 이번은 쉬워서 해설을 올리기 전에 정답이 나올거라고 생각합니다.
재미는 없습니다만 소설처럼 가볍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__)
*오타 지적 환영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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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조금 특별한 능력이 있다. 특별한 능력이라고 하면 투시력이나 염동력같은 초능력을 상상하기 쉽겠지만, 글쎄.. 내가 가진 능력이라고 하면 조금 시시한 것일지 모르겠다.
먼저 눈을 감는다. 주위가 완벽하게 어두울수록 좋지만 고개를 푹 숙여 빛이 덜 드는 쪽이어도 상관없다. 그렇게 빛을 차단한 다음 도사나 스님들처럼 잡념을 버리고 속을 비운다(그냥 멍하게 있는 것이지만).
그렇게 1분, 2분이 지나면 '죽은 사람의 목소리가 들린다.'
조금 무서운 능력이기는 하지만, 죽은 사람에게서 제법 유용한 정보를 얻기도 한다.
예를 들면 간단한 예지라던가?
간단히 말해 나는 그런 조금 특별한 능력이 가지고 있다.
뭐 그로인해 무서운 일이 생겼다거나 하는 이야기는 아니고, 그저 나의 평범한 일상을 얘기하려고 한다.
갖가지 꿈을 가지고 시간을 보내던 군대를 제대한 이후에는 저축한 돈이 없어서 현재 아침-홍대 근처 패스트 푸드점 아르바이트, 점심-여전히 아르바이트, 저녁-귀가 후 공부-라는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혹시나 해서 말하지만 군대를 제대했어도 솔로부대는 24년간 꾸준히 근무를 한 덕에 홀로 마시는 커피의 맛을 가장 잘 알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래.. 울어. 너도 울고 나도 운다.
그 날은 이상하게도 손님이 많이 몰리는 날이어서 몸이 많이 피곤했다. 근무가 끝난 시점에는 이미 녹초가 되어있어서 걷는 중에 정신이 끊기기도 하였다.
따끈한 물에 샤워! 푹신한 베개와 이불! 이 두 가지 만이 정신을 지배해 정신을 잃는 와중에도 다리는 부지런히 지하철로 향하였다.
한산한 지하철. 보통 지하철에 얽힌 괴담도 많아서 으스스했지만 잠을 향한 욕구는 그런 공포도 밀어냈다. 너무 피곤했던건지 앞을 가로막은 사람의 그림자에 기대 꾸벅꾸벅 졸았다. 곧이어 지하철이 도착하는 안내가 들리지 않았다면 그대로 잠들어버렸을지도 모르겠다.
다행이랄까, 오늘따라 유동인구가 많았던 것에 비하면 지하철의 인구밀도는 극과 극을 달려서 여기저기 비어있는 좌석이 많았다. 운이 좋았네. 내심 쾌재를 부른 나는 재빨리 구석자리에 앉아 철봉에 기대어 잠에 들려는 찰나, 맞은 편에 앉은 이상한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검은 드레스? 인가, 왠지 하늘거리는 검은 천을 두른 여자는 천연곱슬의 긴 머리를 정돈하지 않아 앞머리가 눈을 가려 좀 어두운 분위기였다. 귀신인가? 하고도 생각했지만 옆자리의 사람들도 '이건 뭐야?' 하는 눈으로 여자를 구경하니 귀신은 아닌 듯하다. 그래도 눈을 마주친 바람에 찝찝한 기분이었던 탓에 얼른 고개를 돌려버렸다.
"제 얘기를 들어주세요."
우왓, 깜짝이야! 맞은 편에 앉아있던 여자가 무슨 생각인 건지 바로 앞까지 다가와 고개를 푹 숙이고 말을 걸어왔다.
"무, 무슨 얘기를.. 말입니까?"
당황한 탓인지, 주위의 시선을 의식한 탓인지 무심코 여자의 말에 대답해 버리고 말았다. 실수라고 생각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고, 대충 대답하고 난 다음에 그냥 자는 척이나 하자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다섯 정거장 이상 가지 마세요."
여자의 말은 뭔가 이상했다. 그 뭐시냐, 점쟁이 같은 건가? 신내림 받은 건가? 뭔가 미친 사람이다라고 생각했을 때 나도모르게 "왜요?"라고 물어봤다. 나는 그때 그냥 물어보질 말 걸하고 후회했다.
"죽을 거에요."
듣기에도 끔찍한 말을 잘도 하는 구나, 이 여자. 농담하지 마! 라고 생각할 때 여자는 내게 손을 착 내밀었다. 돈을 달라는 거냐. 참 뻔뻔한 여자구만. 마침 주머니에서 따로 놀던 천원 지폐가 세장 있었으므로 인심쓰는 척 여자의 손에 올려뒀다. 그러자 여자는 옷인지 보자기인지 모를 옷 안에서 뭔가를 뒤적뒤적 거리더니 수첩을 꺼내 보여주었다.
[감사합니다]
그래도 예의는 있구나. 억지로 웃어보이며 제자리로 돌아가달라고 속으로 빌었다. 다행히 여자는 순순히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 다시 음침한 분위기를 뿜어냈다.
그렇게 씁쓸히 웃으며 고개를 돌리고서 철봉에 기대다 정차하는 바람에 가볍게 철봉에 꽁하고 부딫쳤다.
나는 당황해 흐르는 침을 쓱쓱 닦고서 황급히 내렸다.
아, 이런 낭패네.. 내가 내린 역은 성수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