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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society/media/534641.html ===================================================================
김재철 <문화방송> 사장과의 인터뷰는 서울 중구 만리동 그의 오피스텔 근처 대중목욕탕 탈의실에서 급작스럽게 이뤄졌다. 돌발인터뷰를 마치고 목욕까지 끝낸 김재철 사장이 목욕탕을 나오고 있다. 김정효 기자
[email protected] [토요판] 커버스토리 MBC 파업 118일째, 목욕탕 돌발인터뷰 “사퇴설은 신경 안써…노조와 대화 용의” 김재철 <문화방송>(MBC) 사장이 노동조합 파업사태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김 사장은 노조와 언론계·정치권 안팎의 ‘낙하산 사장 퇴진’ 요구와 관련해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정당한 절차를 거쳐 선임된 사장”이라며 “그런 이야기(사퇴설)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고 밝혔다. 문화방송 노조는 방송의 공영성 회복과 낙하산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26일까지 118일째 파업을 벌이고 있다. 김 사장은 자신 등 문화방송 경영진이 방송의 공정성 훼손에 앞장섰다는 노조 지적을 두고서는 “개별 보도 아이템에 대해 ‘넣어라 빼라’ 식의 지시는 하지 않았지만, 사장으로서 프로그램의 전체적 방향과 관련해 의견을 전달한 일은 있다”고 말했다. 대신 그는 2010년 3월 문화방송 사장으로 취임한 뒤 드라마 자체제작 비율을 높이고 방송 콘텐츠의 해외 판매에 앞장서는 등 나름의 경영 성과를 올렸다고 주장했다. 인터뷰가 이뤄진 장소는 한겨레신문사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서울 중구 만리동의 한 대중목욕탕이었다. 지난 21일 오후 1시30분께 김 사장이 그 시간에 ○○목욕탕을 종종 찾는다는 이야기만 믿고 탈의실에서 무작정 기다리기를 30분, 텅 빈 목욕탕 출입문이 열렸다. 목욕 가방을 손에 든 김 사장이었다. 평일 한낮, 허름한 동네 목욕탕에서 단둘이 마주친 김 사장과 기자 사이에는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기름때 낀 오래된 선풍기만 ‘부웅’ 소리를 내며 돌고 있었다. -이 시간에 여기를 어떻게…. “아, 요즘 워낙 보는 눈이 많아서 (엠비시가 있는) 여의도 근처의 사우나는 가지를 못한다. 어디를 가든 노조에서 따라붙으니까, 점심을 먹고 잠시 사우나를 하러 들렀다.” -최근 상황은? “파업이 113일째인데, 말 그대로 ‘동가식서가숙’하는 신세다. 노조 때문에 집에 들어가지 못하니 아내도 제대로 만나지 못한다. 이 근처 오피스텔을 하나 얻어놓고 생활하고 있었는데, 얼마 전 노조가 오피스텔 앞까지 찾아오지 않았나. 며칠간 여기도 못 오고 호텔에서 지냈다.” -파업이 길어지고 있다. 노사 양쪽 갈등은 더 심해지는 것 같다. “나도 마음이 아프다. 오늘 노조 간부 5명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가 열리는 날이다. 따지고 보면 모두 내 후배들인데 내 마음은 어떻겠나.” -노조를 피해 다닐 것이 아니라 가슴을 터놓고 대화해보는 건 어떤가? “얼마든지. 나는 적당한 기회만 주어진다면 대화에 응할 수 있다. 그럴 준비도 돼 있다.” -노조와 정치권 일각에서 파업사태의 해법으로 김 사장 퇴진을 꼽고 있다. 야권은 19대 국회가 열리면 문화방송 등 공영방송 파업을 쟁점화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나는 정당한 절차를 거쳐 선임된 사장이다. 그들의 이야기는 내 거취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 그런 이야기(사퇴설)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그리고 (정치권 흐름과 관련해서는) 내가 정치부 기자 출신 아닌가.”
김재철 <문화방송> 사장이 21일 오후 서울 공덕동의 한 일식집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김정효 기자
[email protected] “보도국장 만나 프로그램 방향에 대해 말한 적 있어” 예컨대 피디수첩 4대강편 내 의견은 이렇다 정도 사장이 그 정돈 할수 있지 않나 특정 프로 빼라 마라는 안해 월요일 한낮에 공영방송 사장을 입장료 5000원짜리 동네 목욕탕에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김 사장과 만난 곳은 ○○목욕탕만이 아니었다. 지난 21일 오후 1시께 기자는 한겨레신문사 근처의 한 일식집에서 그를 봤다는 제보를 듣고 식당 앞으로 찾아갔다. 수행비서와 단둘이 식사를 마치고 나온 김 사장은 “지금은 예민한 상황이니 인터뷰는 나중에 하자”며 검은색 에쿠스 승용차를 타고 사라졌다. 그로부터 30분 뒤 ○○목욕탕에서 다시 만난 그는 사장으로서의 성과를 꼽아달라고 하자, 탈의실 평상을 가리키며 “잠깐 앉자”고 말했다. -문화방송 사장으로서 잘한 것을 꼽는다면? “내가 사장으로 온 뒤 특파원 지사가 아닌 방송 콘텐츠 판매를 위한 해외 지사 7곳을 새로 설립했다. 일본 도쿄와 중국 상하이, 브라질 상파울루 등에 엠비시 지사가 나가 있다. 글로벌사업본부가 해외 콘텐츠 판매 등을 통해 거둬들인 수익이 지난 한해 2000억원이었다. 지방 엠비시 등 계열사와 모든 자회사도 하나하나 챙기고 있다. 내가 기자 출신이기는 하지만 문화방송 사장으로 온 뒤 사실상의 피디(PD) 역할을 한 것이다.” 난 사장 아닌 사실상 피디 역할 모든 계열사·자회사 챙기고 해외지사 7곳 설립 경영 성과도
김재철 <문화방송> 사장이 21일 오후 서울 만리동 오피스텔 근처 목욕탕에서 목욕을 한 뒤 나오고 있다. 김정효 기자
[email protected] -그밖의 성과는? “드라마 자체제작 비율을 크게 끌어올렸다. 내가 오기 전까지 자체제작 비율은 전체의 20%에 그쳤다. 그걸 5 대 5 비율로 맞췄다. 드라마 콘텐츠를 해외에 판매할 때 외주제작물의 경우 제작사가 70%의 수익을 가져가는데, 자체제작물의 모든 판매 수익은 고스란히 우리 몫이 된다. 엠비시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한 변화였다고 본다.” -반면 김 사장은 <코이카의 꿈> 등 특정 프로그램 편성에 직접 개입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장이 프로그램을 ‘내리꽂는다’는 데 대한 현장 피디의 불만이 상당하다. “코이카의 꿈은 내가 내리꽂은 게 아니다. 엠비시는 사장이 특정 프로그램의 편성을 강제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내가 어떤 프로그램을 하고 싶다고 해도 다른 임원이나 후배들이 반대하면 할 수 없다. ‘사장이 내리꽂는다’는 것은 오해다.” -김 사장 때문에 보도 및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공정성이 훼손됐다고 보는 사람이 많다. “내가 사장이 된 뒤 보도국이나 다른 부문 부장급 인사는 거의 만난 일이 없다. (보도국만 보면) 본부장급이야 어차피 임원회의에서도 만나는 것인데, 전영배 보도본부장이나 문철호 보도국장 등은 각각 (별도로) 5차례 정도 만났다.” -만나서 한 이야기가 뉴스 프로그램 편성 및 제작에 관한 것이었기에 문제가 되는 것 아닌가? “뉴스 아이템 하나하나에 대해 ‘빼라 마라’는 이야기를 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내가 엠비시 사장인데 프로그램의 전체적 방향에 대한 내 의견은 말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예컨대 <피디수첩>이 ‘4대강 수심 6미터의 비밀’ 편(4대강 편)을 한다고 하면 이 프로에 대해 ‘내 의견은 이렇다’ 정도의 이야기는 했다.”
김재철 <문화방송> 사장이 목욕탕에서 인터뷰를 한 뒤 목욕을 끝내고 나오다 기다리던 <한겨레> 최성진 기자의 추가 질문을 받고 있다. 김 사장은 급히 택시를 잡아탄 뒤 자리를 떠났다. 김정효 기자
[email protected] 2010년 8월17일 문화방송 경영진은 피디수첩 4대강 편 방영을 2시간여 앞두고 방송 보류를 결정해 파문을 일으켰다. 4대강 편은 4대강 프로젝트 사업 변경에 청와대와 정부 부처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피디수첩 제작진과 노조는 방송 보류 결정이 “편성·보도·제작상의 실무책임과 권한은 관련 국실장에게 있으며, 경영진은 편성·보도·제작상의 모든 실무에 대해 관련 국실장의 권한을 보장해야 한다”고 못박은 당시의 단협 사항, 곧 ‘국장 책임제’를 어긴 것이라며 반발했다. 인터뷰 방향이 파업 현안 쪽으로 다가가자 김 사장은 “다음 약속이 있어서 이제는 목욕을 해야겠다”며 평상에서 일어났다. -파업이 길어지고 있는데 김 사장이 생각하는 해법은 뭔가? “엠비시가 여야 대립의 장이 되어 말하기 조심스럽다. 그건 나중에 하자. 다만 이번주가 고비가 될 것 같기는 하다.” -고비라니? “(노조 집행부 5명의 구속 여부 등) 이것저것 걸려 있는 게 있지 않나. 오늘은 여기서 끝내고 이제는 목욕을 하게 해달라.” 인터뷰는 그렇게 끝났다. 김 사장은 “목욕 좀 합시다”라는 말을 반복하며 셔츠를 벗었다. 야윈 팔다리가 드러났다. 2년여 전 문화방송 사장 선임 당시에 견줘 얼굴도 많이 수척해졌다. 김 사장 역시 오랜 파업 사태에 지친 듯 “힘들다” “죽겠다”는 말을 자주 했다. “사진으로 봤을 때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다”며 마지막 인사를 건네자, 그는 “그래도 틈틈이 운동도 하고 등산도 다닌다”며 웃었다. 최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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