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예의니까.
이제 몇년전인지 조차 가물가물한 기억인데
다만 니 얼굴 니 이름 만 간신히 기억한다.
사실은 난 그것조차 기억하고 싶지 않는데
쓸데없이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게 오늘 이렇게
맘이 내려앉는 이유중에 하나인가 싶어
괜시리 내가 짠해진다.
너는 사진을 찍고 연출을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어하는 학생이였고
꿈은 유엔에 근무하는거였다.
나는 보통여자처럼 그냥 직장에 다녔었고 그때 나는
연애도 처음이였고 지금보다 훨씬 세상물정을 몰랐었으니까
그래서 니가 나에게 "넌 참 순수한것 같다"라고 말했을지도 모르겠다.
가까운 공원에 산책을 할때도 너는 카메라를 항상 들고 나갔고
그 렌즈안에 나를 담는게 행복이라고 말했다.
그러는 너를 나는 이해를 못했다.
"무슨 소리야 모델이 예뻐야지 난 예쁘지 않는데 찍지마 챙피하니깐!"
반 투정 반 신기 속에 너는 항상 "에헤헤~그냥 좋은걸 어쩔수가 없잔아~헤헤"
아...그런거구나 이런건가보다 언니들이 사랑에 빠지면 설레이고 한다는게 이런건가보다
그때서야 나는 한발자국을 내딛고 있었나 보다 내 감정이 자란다고 생각했다.
"사랑"이란 감정에
어느날 니가 전화를 해 대뜸 나에게 말을 했다
"나 지금 출사나왔는데 저 모퉁이만 돌면 니가 있을꺼 같아 너 지금 어디야??"
날이 너무 쨍해 그날 나는 청소를 하고 있었고 방바닥 닦으려고 걸레질을 할려던 참이였다.
"어~나 청소중이야"
밤이 되어 너는 붕어빵을 사들고 내집에 갑작스레 왔고
나는 니가 항상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는 5700원짜리 미니 돈까스가 올라간
저녁을 먹이고 싶었다.
출사를 나갔는데 어쩌고 저쩌고 내 침대에 걸터앉아 렌즈를 만지며 한참 이야기를 하다
너는 씻으러 들어갔고 나는 니가 먹을 저녁상에 올릴 된장찌개 간을 보려던 참에
그때 보지말것을 그랬다.조용하게 울리던 니 휴대폰을..
왜 무음으로 해놨을까 휴대폰을 열어보니 부재중 전화가 여러통 와있었고
한번호만 무음으로 해놓았다는게 ...어떤 의미인지는 연애가 처음인 나도 알고 있었다.
메세지함을 열어보니 넌 이미 내가 아닌 오래된연인이 있었다.
아....
이게 내가 할수 있는 한마디였다.
아....
말간 얼굴로 씻고 나와 찌개가 맛있다 돈까스가 맛있다는 너를 보면서
"많이 먹어" 란 말을 하는데 입술을 깨물었다.
커피를 마시고 니 품에 안겨 자면서 담날이 올때까지
뜬눈으로 밤을 지새고 아침을 서둘려서 해먹이고
니 배웅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너에게 문자를 보냈다.
다 알고 있다는 그말
너에게 오래된 연인이 있다는걸 알고 있다는 그말
나 좋자고 그여자 눈에서 피눈물나게는 난 죽어도 못하겠다는 그말
그래서 더이상 우리 만나지 말자고 했던 그말.. 을 끝으로
끝인줄 알았다.
그렇게 몇년이 지난 오늘
너에게서 연락이 왔다.한국에 들어왔다는 그말
니가 항상 보고싶고 생각나고 다시만나고 싶다는 그말
만나고 싶다는 그말..
너무 변해버린 나는 니가 찾던 그때에 내가 아니고
너와 연애를 끝으로 몇년동안 어느 누구도 만나지 못한걸 알면
니가 아무렇지 않게 나에게 연락을 할수 있었을까.
헤어진 사람에겐 상처를 준사람에겐 연락을 하지 않는게 예의다.
다시는 나를 찾지 않았으면 좋겠다.
난 너를 만나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