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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보물찾기 했던 썰
게시물ID : military_1596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네휘바
추천 : 3
조회수 : 1253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3/03/02 15:33:02

본인은 09군번으로 7사단에 있는 모 포병부대에서 의무병으로 근무했음.

얼마전 푸른거탑을 보며 찾아라 드래곤볼!!!

을 보고는 상황은 전혀 달랐지만 무엇인가를 미친듯이 찾아봤던 경험이 생각나 글을 써보려고 함.


우리부대는 혹시 2군단 사령부나 춘천 쪽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알지도 모르지만

2010년부터 춘천대첩 재현행사라는 것을 하는 부대임.

춘천대첩은 6.25 때 북한군이 서울과 강원도 쪽으로 동시에 내려왔는데 강원도 춘천에서

우리 포병부대가 민간인들과 힘을 합쳐 북한군을 3일인가 막아내서 북한의 남하를 막았음은 물론

6.25때 최초로 승리했던 전투라고 함.


우리는 그걸 기념하기 위해.....는 개뿔

2010년 6.25때 전쟁 발발 60주년을 기리며 했던 행사를

2군단장이 '야 이거 다시 한 번 보고싶다'고 해서 2군단 쌍용 페스티벌때 다시 하게 되면서

매년 10월쯤에 화천에 있는 우리 부대원들은 자대에서부터 인원을 나눠 연습하고,

춘천 2군단 사령부로 가서 1주일동안 생활관도 아닌 그냥 건물에서 지내며 연습하고

주말에 2회 공연을 하는 (망할) 춘천대첩 재현행사를 아직도 하고 있다고 함.


첫번째 춘천대첩 재현행사를 끝내고 힘들었던 기억이 사라져갈 때 쯤...


우리에겐 청천벽력같은 이야기가 찾아옴.

그것은 위에 말했듯이 우리 군단장님이 그걸 보고 싶어 축제때 한 번 더 해야한다는 것이었음.

이번에는 규모도 키우고...

진짜 시민들 앞에서 연기도 하고 나레이션도 넣고...

강도 진짜 건너고, 연막탄에 TNT...

탱크도 나타나는 거대한 시나리오를 짰음.


당시 병장이었던 나는 국군 M60 사수의 역할을 맡게 되었음.

우리는 시작이 되면 당당하게 M60을 들쳐메고 열심히 걷다가 

미친듯이 뛰어 진지로 들어가면

마찬가지로 공포탄으로 음향효과를 내다가 탱크가 나타나면 후퇴를 좀 하고

누군가 탱크에 뛰어들어 수류탄을 투척해서 망가뜨리면

와~~ 만세~~ 만세~~ 만세~~

를 외치고 군가를 부르면 되는 임무였음.


우리 M60들은 거의 한번에 4~500발의 공포탄을 쏴야 했음.

군대를 갔다온 사람들은 알겠지만, 총을 쏘고난 뒤 특히 공포탄을 쏘고 난 뒤에는

총을 꼭 닦아주어야 함.

군대용어로 수입이라고 함.

(이게 사실은 한자일거 같지만 영어 sweep이라고 해서 문화컬쳐였음)

여튼 이걸 해야 했는데, 본인은 의무병이었기 때문에 연습이 끝나고 나면 돌아가서 진료를 보러 나다녀야 했고

부사수는 이등병이라 이 총을 닦을줄 몰랐음.

어쩔수 없이 틈틈이 시간을 내어 총을 닦았는데

사건이 생긴 것은 마지막날...


토요일 공연을 마치고 총기를 닦지 못해서

일요일에 공연하는 곳 옆에서 대기하면서 총기를 닦기 위해 M60을 분리하였음.


건물 왼쪽편에서 행사를 했는데, 나는 저 빨간 부분에서 수입을 했음.

뒤쪽으로는 풀과 나무가 아주 무성하게 자라 있었음..


총기수입을 하기 위해서

개머리판 부분을 여는데 뭔가가 '팅' 하면서 날라가는 것임.

깜짝 놀란 나는 그 부분을 찾아봤는데 다행히도 바로 앞에 부품이 떨어져 있어

안심하며 총기를 수입하기 시작했음.


어느덧 수입을 마치고 총기를 조립을 하는데

아무리 밀어대도 개머리판 부분이 조립이 안되는 것이었음.

순간적으로 '아... 망했어요'가 떠올랐지만

차분한 마음으로 옆에 애한테 가서 M60을 뜯어봄.

맙소사

오마이갓


아까 부품이 날라갈 때 스프링은 발사되서 멀리 날아가버린것임.


난 풀숲으로 달려가 미친듯이 바닥을 뒤지며 스프링을 찾기 시작했음.

옆에 있던 우리 부관님(중위)은 매 눈을 치켜뜨며

나를 노려보고 있었고

나는 똥줄이 타기 시작함.

제 때 수입을 못해서 나와서 총기 수입을 하는데 부품을 잃어버렸다?!

심지어 이 총은 우리 부대 것이 아니라 타 부대에서 빌려온 것이었다?!

이런게 합쳐지며 나는 멘붕이 오기 시작함.

못찾으면 이건 영창감이구나...


나는 지나가던 민간인들이 보고 있다는 생각 조차 잊은 채 풀숲을 샅샅히 뒤지고 있었음.


그때 울타리 너머로 지나가던 여고생들이 나를 보더니 자기들끼리 웃으면서 이야기 하는데

그게 귀에 쏙 들어왔음.


"야~ 저기 봐. 뭐하는거지?"

"아 보물찾기 하나봐"


보물찾기?

아오...

내 목숨을 찾고 있다.


"아냐. 무슨 보물찾기야 군인인데.

지뢰찾기 하는거겠지..."



....


다른 인원들도 투입하여 20분을 뒤진 결과

다행히도 내가!!

부품을 찾아냈고 공연도 무사하게 마쳤습니다.

마무리가 뻘쭘하네...


그런의미에서 인증사진 투척..





P.S)

행사를 마치고 걸어가던 중 지나가던 어떤 할머니께서

자기는 6.25 전쟁을 겪었었다며

정말 잘봤다고 고맙다고 하셔서 내심 뿌듯했음.

우리에게 튀긴 건빵을 주시면서

북한군 애들은 주지 말고 니들만 먹어

라고 하셨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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