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613일을 맞이하는 12월 19일, 3차 민중총궐기가 예정된 오늘은 단원고등학교 2학년 8반 이재욱 학생의 생일입니다.
이재욱 학생입니다.
학생증 사진에는 어쩐지 딱딱하고 진지하게 나왔지만 재욱이는 발랄하고 생기가 넘치고 엉뚱하고, 독창적인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자기만의 생각을 거침없이 표현하는 아이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장래희망도 해마다 바뀌어서, 재욱이 어머님 말씀에 따르면 재욱이는 어느 해는 소방관이 되고 싶어했다가, 또 어느 해는 동물을 돌봐주는 사육사나 동물애호가가 되고 싶다고 했고, 조경사가 되고 싶다고도 했습니다. 재욱이가 생각하는 "조경사"라는 직업이 또 독특해서, 그냥 정원 가꾸는 조경사가 아니라 나쁜 환경을 전부 좋게 바꾸어서 세상을 정의롭게 조경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습니다.
재욱이의 좌우명은 "즐기자"였습니다. 좌우명대로 재욱이는 세상을 즐기면서 재미있게 지냈습니다. 4반 박수현 학생이 친구들을 모아서 만든 록밴드 ADHD에 재욱이도 참여했습니다. ADHD는 세월호 참사로 멤버 8명 중에서 5명을 잃었습니다. 리더였던 수현이의 유품 중에서 발견된 25개의 "버킷 리스트"를 보고 친구들이 수현이의 뜻을 이루어주기 위해 "열일곱 살의 버킷 리스트" 공연을 무대에 올렸습니다. 첫 공연에서 수현이와 함께 활동했던 재욱이, 4반 홍순영, 5반 큰 건우, 9반 오경미, 이렇게 다섯 명의 사진이 무대 배경을 채웠습니다.
재욱이는 같이 밴드 활동을 했던 5반 김건우("큰 건우"), 그리고 같은 8반 김제훈, 7반 이준우, 4반 최성호 학생과 특히 친했습니다. "단원고 5인방"은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함께 작업을 해서 3학년 형들을 위해 성적비관 자살 예방 UCC도 만들고, 비디오 게임이 현실과 맞물리는 세상을 상상으로 그려낸 과학 UCC도 만들었습니다. 성적비관 자살 예방 UCC에서는 재욱이가 제훈이와 함께 주연을 맡아서 열연(?)을 펼쳤습니다.
"단원고 5인방" 재욱이, 건우, 제훈이, 성호, 준우 부모님들은 아이들을 잃은 뒤에 컴퓨터 안에서 나온 작업물들을 보고 다섯 아이들이 얼마나 친했고 얼마나 즐겁고 창의적으로 세상을 바라보았는지 아시게 되었습니다. "5인방" 부모님들은 이제 거의 매일 만나시고, 진실규명 활동도 함께 하시고, 잃어버린 아이들의 뜻을 세상에 오래 남기기 위해 어린이재단 기부 활동 등도 함께 하십니다. 부모님들은 그것이 아이들이 주고 간 선물이라고 하셨습니다.
아이들을 잃고 두 번째 추석을 맞이해서 5인방 아버지들은 아이들이 모여서 자살방지 UCC 엔딩 크레딧을 찍었던 그 소파에 함께 모여 아이들과 같은 포즈로 사진을 찍으셨습니다.
왼쪽부터 준우, 재욱이, 소파 위에 큰 건우, 아래 최성호, 맨 오른쪽이 제훈이입니다.
그리고 준우 아버지, 재욱 아버지, 큰 건우 아버지, 앞쪽에 성호 아버지, 오른쪽 제훈 아버지입니다.
"단원고 5인방" 직접 만든 자살방지 UCC를 한 번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UCC는 준우 아버지께서 공개하신 것입니다.
안산 합동분향소 전광판 #1111 로 문자 보내 재욱이 생일을 축하해 주세요. 창의력과 활력이 넘쳤던 재욱이, 세상을 즐겁게 살고 세상을 즐거운 곳으로 만들어 주었던 재욱이와 친구들을 잊지 말아 주세요.